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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길을 묻다]한진해운 파산이 남긴 것

  • 2020.06.09(화) 10:39

[비즈니스워치 창간 7주년 기획 시리즈]
한진해운 파산하자 한국 해운업도 파산
정부, 코로나 위기에 빠진 산업 살리기 돌입
일자리도 지키고 산업 경쟁력 키울 방안 찾아야

한국 산업이 미증유(未曾有)의 위기에 빠졌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 후발주자 추격 등은 수출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 산업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거대한 돌발변수는 그 영향을 배가시키는 상황이다. 국내 굴지 기업들마저 존망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해 강점(strength)은 '살리고' 약점(weakness)은 '보완하며' 기회(opportunity)를 '잡고' 위협(threat)은 '대비해야'만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시점이다. 한국 산업이 처한 다양한 상황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4편에 걸쳐 제시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그땐 몰랐지만, 한 회사의 파산이 아닌 한국 해운산업의 파산선고였다. 1년 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의 파산은 한국 해운의 쇠퇴를 넘어 파산 수준의 의미"라고 진단했다.

홀로 살아남은 HMM(옛 현대상선)은 한진해운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했다. 미주항로(동아시아→미주) 물동량점유율은 2017년 6.9%에서 올 1분기 6.9%로 그대로다. 영업손실은 2011년 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7위, 국내 1위 한진해운의 물량은 대부분 외국 선사가 가져갔다.

한진해운이 경영 위기에 빠진 것은 경영책임이지만, 위기에서 기간산업을 구해내지 못한 것은 정부 책임이었다.

한종길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 회장(성결대 교수)은 "한진해운의 경영실패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면서도 "당시 정부가 지나치게 금융 논리로만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 (한진해운 회생에) 4000억원이면 됐을 것이 이제 한국 해운은 10조원 이상을 쏟아 부어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한국 해운브랜드 가치는 손상됐고 국내 기업이 외국 선사를 이용하면서 외화가 유출된다. 경제의 근간이 흔들렸다"고 강조했다.

◇ 일자리 지키되 산업 경쟁력 키워야

2020년, 한진해운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다시 이 같은 구조조정 실패의 역사가 반복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 산업 생태계가 마비되고 있다. 공장은 멈추고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고 소비자는 지갑을 닫았다. 특히 코로나19는 산업 생태계에서 재무상황이 취약한 기업부터 파고들었다. 지난 2월 "어떤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저비용항공사 사장단의 호소는 앓는 소리가 아니다.

정부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국책은행은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등 기업에 수조원대의 자금을 지원했고 정부는 40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도 조성했다. 항공과 해운업 등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기간산업를 지키기 위해서다.

특히 이번 기안기금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기안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은 고용을 9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정부의 빠르고 과감한 자금 지원은 바람직하지만 이번에도 '금융논리'나 '일자리 기준'으로 정부 지원이 쏠리지 않을까하는 의문점을 지우기 쉽지 않다. 이번 기안기금 지원 업종은 산업은행법에 따라 항공업과 해운업으로 한정했다. 금융위원회가 '이밖에 업종'을 지정할 수 있지만 기안기금이 우선적으로 '금융논리'로 재단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벌써부터 쌍용차를 지원할 것인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쌍용차는 약 2000억원의 기안기금 지원을 원하고 있지만 엄격히 보면 이번에 지원 대상이 아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부실이 발생한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에 따라서다. 쌍용차 영업손실은 2017년부터 1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원칙대로 쌍용차를 기안기금 대상에서 제외하면 4912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되고 예외적으로 지원하면 기안기금 의미가 퇴색될 수 있어 고민이 커 질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어려움을 겪을 당시 조선업엔 수조원대가 지원됐다"며 "조선업이 망가지면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지역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입장에선 지역민심을 고려하지 않고 자금 지원이나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없단 얘기다.

판단은 기안기금 위원의 몫이다. 이번 기안기금은 국회와 정부, 대한상의 등이 추천한 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의 직업군은 교수나 연구원, 금융인 등으로 시장과 산업의 논리를 대변할 위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일례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자 미국 정부는 투자은행과 사모펀드 출신의 구조조정전문가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구조조정 전문 투자은행과 컨설팅 회사에 전권을 넘겼다. GM은 2013년 구제금융을 졸업하고 다시 정상에 올랐다.

◇ 좀비기업까지 되살아날라

시장에 기반한 구조조정없이 기업에 무한정 돈이 풀리면 자칫 좀비기업(Zombie firm)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좀비기업은 3년이상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기업을 말한다.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것이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좀비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은 높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좀비기업 비중은 1980년대 2% 수준에서 2016년 12%까지 증가했다. 이기간에 금리가 떨어지면서다.

코로나19 위기에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역대최저치인 0.5%로 내린 상황이다. 금리 환경에서보면 좀비기업이 연명하기에 어느 때보다 좋은 시기인 셈이다. 코로나19 위기를 넘긴 뒤에 국내 산업 생태계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고용 감소를 최소화하면서 과도한 구조조정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우선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과 해운을 먼저 손을 댔는데, 철강 등에선 우리 왜 지원해주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조금씩 지원 범위를 넓힐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만 "구조조정은 정부의 지원 효과를 봐야한다"며 "기업을 무조건 지원해 좀비기업까지 다시 살아나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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