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다. '동부' 간판으로 시작한 DB그룹의 2세대 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DB그룹은 1일 김남호 DB금융연구소 부사장을 신임 그룹 회장에 선임하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DB금융센터 대강당에서 이취임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행사는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치러졌다.
신임 김 회장은 1975년생으로 경기고를 졸업한 뒤 1999년 미국 미주리주에 위치한 웨스트민스터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2002년부터 3년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에 근무하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UC버클리대학교에서 파이낸스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1월 동부제철 차장으로 그룹에 입사해, 동부팜한농 부장을 거친 뒤 2015년부터 DB금융연구소에 있었다.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계열사 매각, 증자 등의 작업에 관여해왔다는 게 그룹 설명이다.
그는 현재 DB손해보험 지분 9.01%, DB Inc. 지분 16.83% 등 두 회사의 최대 주주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DB금융투자·DB캐피탈 등을, DB Inc.는 DB하이텍과 DB메탈 등을 지배하고 있다.
DB그룹은 올해 83세(1937년생)인 이근영 전임 회장의 요청으로 김 신임 회장을 선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2017년 사임한 김준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어 왔다.
DB그룹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고령으로 인해 체력적 부담이 커지면서 수 차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최근 이 전 회장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대주주 김 전 부사장이 책임을 지고 경영 전면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피력했다"고 설명했다.
DB그룹은 내년 초 김 신임 회장을 그룹 제조·서비스부문 실질적 지주사 DB Inc.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대표이사는 전문 경영인이 기존처럼 역임한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김 회장 취임에 따라 DB그룹은 창업 2세 경영 시대로 전환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을 보좌하는 새로운 경영진을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DB를 어떠한 환경변화도 헤쳐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품 기획, 생산, 판매, 고객서비스 등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컨버전스 구축과 온택트(Ontact·온라인 연결) 사업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DB그룹은 1969년 김준기 전 회장이 창업했다. 2010년대 중반 철강·소재·물류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겪은 뒤 현재 보험을 중심으로한 증권, 반도체 등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고 있다. 2019년말 기준 금융부문 포함 자산규모는 66조원이며, 매출액은 21조원이다.
■김남호 회장 주요 이력사항
- 1975년 8월 23일 출생
1994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99년 미국 미주리 웨스트민스터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02년 육군 3포병여단 병장 제대
2002년 AT커니 입사
2007년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교 경영학 석사(MBA) 취득
2008년 미국 UC버클리대학교 파이낸스과정 수료
2009년 동부제철 차장 입사
2013년 동부팜한농 부장
2015년 DB금융연구소 부장
2017년 DB금융연구소 상무
2018년 DB금융연구소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