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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 5조 빠진 정유업계, 반전 가능할까

  • 2021.02.10(수) 13:37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SK이노 2조 에쓰오일 1조 등 작년 적자
올해도 불확실성 지속…점진적 개선 기대

정유업계가 최악의 작년 실적을 내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세계 확산에 따른 국가간 이동제한이 석유 수요 급감과 유가 급락을 야기한 결과다. 조 단위 적자가 속출할 정도로 정유업체 대부분 수익성이 나빠졌다.

코로나19는 정유업계에 흉터를 깊게 남겼지만 약도 조금 발라줬다. 비대면 시대와 관련된 석유화학 제품 수요를 증가시키기도 한 것이다. 배달 음식 포장재에 쓰이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수요가 급증한 것이 대표적이다. PP는 마스크에도 쓰인다.

문제는 올해도 코로나19 재확산이나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는 한편 달라진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신사업 등을 통한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 "적자가 겨우 1조? 난 2조"

10일 업계 따르면 에쓰오일(S-Oil) 작년 연간 적자 규모는 1조877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16조8297억원으로 전년보다 31%나 감소했다. 배경을 어렵게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탓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석유제품 수요 급감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와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 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전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에 1조6960억원의 대규모 적자가 집중됐다. 외형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정유 부문 매출액은 전년 19조원에 달했는데 작년에는 12조6350억원으로 감소했다.

반면 석유화학은 1820억원, 윤활기유는 426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눈길을 끈다.

이 역시 코로나 영향이다. 석유화학 부문의 폴리프로필렌(PP) 스프레드(석유화학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는 자동차와 가전, 포장재의 견조한 수요 덕에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또 전자상거래(e커머스) 이용과 배달음식 주문이 급증하면서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드는 포장재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윤활기유 부문의 경우 수요 회복과 정유사들의 낮은 가동률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설비의 정기 보수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스프레드가 전분기 대비 확대됐다.

SK이노베이션의 적자 규모는 에쓰오일을 '묻고 더블로' 갔다. SK이노베이션의 작년 영업손실은 2조5688억원이었다. 이중 석유사업 적자가 2조2228억원이었다.

이 회사에서 석유부문은 매출이 작년 기준 전체의 66%에 달하는 주축이다. 화학(-1212억원), 석유개발(-48억원), 배터리(-4265억원)도 석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윤활유(2622억원)와 소재사업(1259억원)은 이익을 봤다.

GS칼텍스도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GS칼텍스는 매출액이 전년보다 31.4% 감소한 22조8281억원, 영업손실은 9192억원에 달했다. 적자를 1조원 넘기지 않아 선방했다곤 하지만 전년 영업이익 8797억원과 비교하면 참담하다.

작년 4분기를 놓고 보면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모두 부진이 극심했다. 이 부문 매출액은 전년대비 각각 36.5%, 33% 감소했고, 적자로 전환했다. 윤활유 부문만 공급 부족에 따른 스프레드 확대 덕에 전년 대비 100% 증가했다.

연간으로 보면 정유 사업에서 1조1829억원의 적자가 휘몰아쳤다. 전년 영업이익은 4451억원이었다. 반면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14억원에 그쳐 전년 3296억원 대비 초라한 성적을 내놨다. 윤활유의 경우 2623억원의 이익을 내먼서 1050억원 대비 배 이상 증가했다.

◇ 현대오일뱅크 "우리는 조금 달라요"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작년 1분기 영업손실만 5632억원에 달했다. 이어지는 2~3분기 합계 영업이익 484억원을 기록하며 선방을 했으나, 4분기에 786억원 적자가 추가되면서 연간 영업손실이 5933억원으로 파악됐다.

현대오일뱅크의 IR 자료.

현대오일뱅크는 경쟁사들보다 선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실적 자료에 타사 영업이익과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현대오일뱅크는 실적 자료에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최악의 시황 속에서도 초중질원유 최대 투입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제품 생산을 최적화해 영업손실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이 회사 초중질원유 투입 비중은 작년 기준 32.9%로 타사 평균 7.1% 대비 상당히 높다. 초중질원유는 정제하기 까다로운 기름이지만 고도화 설비를 이용해 여러번 정제함으로써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최악의 저유가 대란…드러난 '정유 실력차'

다른 돌보다 깎기 어려운 거친 돌을 다듬어 부가가치를 상대적으로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생산 최적화는 경유나 휘발유 시황에 따라 수율을 최적화하는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라는 설명이다.

◇ 설마 더 나빠지겠어?

올해 정유부문은 적어도 바닥은 지났다는 관측들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고 변종 코로나까지 나타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이 주요국 중심으로 시작됐고 대통령이 바뀐 미국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석유소비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도 지난달 감산을 지속하는데 합의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인 감산 발표 영향으로 국제유가도 작년 11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다.

에쓰오일 관계자도 "올해 정유 부문은 코로나 백신의 개발과 접종 확산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면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배달 포장재나 마스크 원료로 쓰이는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를 기회로 활용하는 등 코로나가 야기한 환경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하는 방안도 요구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고마진 배합제 사용으로 휘발유 제조원가를 감소시킨다는 방침이다. 또한 저유황중유 시황이 개선되는 추세여서 지난해 증설한 탈황설비의 가동 경제성도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수출입은행은 최근 발간한 '코로나19가 석유화학산업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산업 경기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석유화학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과 중국의 자급률 제고에 따른 수요 감소는 국내 업계에 부정적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황에 대한 전망이 혼재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작년 실적발표에서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배터리와 같은 신사업에 대한 기대를 크게 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사 배터리 사업은 작년 매출액이 1조6102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조단위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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