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플랫폼과 콘텐츠 부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연간 매출 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6000억원가량으로 역시 최대다.
카카오는 올해 영업이익률 두자릿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투자를 균형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처음으로 시행하는 등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계열사 경영진의 '먹튀' 논란 등으로 카카오의 주가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등 대내외적인 악재가 이어지자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 경영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아울러 계열사 상장(IPO)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한 전열 재정비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 매출이 전년(4조1568억원) 대비 48% 늘어난 6조1361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4559억원) 대비 31% 증가한 5969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영업이익률은 9.7%다.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한 1조78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1085억원이다. 상여·주식 보상 등에 따른 일회성 비용 증가, 인건비와 투자 증가 등으로 인한 영업비용 부담이 늘어났다.
플랫폼·콘텐츠 등 전부문 고른 성장
지난해 전체 매출을 사업별로 살펴보면 톡비즈·포털비즈·플랫폼 기타 매출이 포함된 플랫폼 부문 매출은 3조2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증가했다. 플랫폼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톡비즈 사업은 구독 생태계 확장에 따른 매출 증가가 이뤄졌다.
모빌리티·페이 등이 포함된 플랫폼 기타 매출은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장세(78%)를 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코로나19로 인한 제약 속에서도 기술·서비스 혁신을 통해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으며 카카오페이 결제 사업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클라우드 매출도 늘었다.
게임·뮤직·스토리·미디어 매출이 포함된 콘텐츠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52% 늘어난 2조895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게임 부문은 '오딘: 발할라라이징'의 흥행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2% 성장한 99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카카오는 올해 영업이익률 두자릿수 수준을 유지하면서 성장과 투자를 균형 있게 이어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주요 사업의 높은 성장 속도에 따라 매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에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기 위한 투자도 병행할 계획이다.
첫 중장기 주주환원 시행
카카오는 이번에 첫 중장기 주주환원을 시행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기로 했다. 지난해 6월 17만원대였던 카카오 주가는 최근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등으로 인해 8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는 향후 3년간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의 15~30%를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5%는 현금배당 재원으로, 10~25%는 자사주 매입 또는 자사주 소각을 위해 사용한다.
올해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총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키로 했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 2021년 결산 현금 배당은 1주당 53원으로, 총 230억원 규모다.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 남궁훈 신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전날(10일)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의 목표주가를 15만원으로 못박고, 주당 15만원을 회복할 때까지 최저임금만을 수령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주가도 15만원 이상으로 책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배재현 수석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는 주주환원 정책에 따른 자사주 소각과 특별 자사주 소각을 합쳐 총 3000억원의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는 카카오가 되겠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 콜에서는 카카오가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도 언급됐다. 카카오는 올해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 변화시킬 예정이다.
배재현 수석부사장은 "올해 클레이튼 블록체인은 본격적으로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추진하며 글로벌 톱티어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가고자 한다"며 "우선 상반기에 다양한 대형 게임사들이 클레이튼 플랫폼에 진출하며 P2E(돈 버는 게임)를 포함한 게임파이(GameFi·게임과 탈중앙화 금융이 결합된 모델)쪽 생태계가 급속도로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자회사 상장에 대해서는 "카카오 공동체 중에서 일부 상장한 뱅크와 페이, 모빌리티는 매출이 없었던 사업 초기에 신규 법인을 설립해서 투자를 받고 사업을 키워낸 것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 이슈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상장 준비를 시작한 픽코마를 제외한 나머지 공동체들은 현재 구체적인 IPO 타임라인에 대해서 확정된 바가 없고 주요 주주들과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음달 대표에서 물러나는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이날 마지막 실적발표에서 "지난 4년간 카카오가 걸어온 길을 반추해보면서 카카오가 전 국민의 지지 속에서 가파른 성장을 일궈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을 겪었고 사회의 신뢰를 잃은 것 같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다시 한번 최근까지 불거진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들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여 대표는 "카카오는 앞으로 내정자인 남궁훈 대표를 중심으로 논란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 기대하는 미래 지향적인 혁신을 만들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