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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읽기]질리카, '샤딩' 다음 스텝은 '메타버스'

  • 2022.03.31(목) 07:00

데이터 나눠 저장해 속도 높인 플랫폼
내달 메타버스 출시 계획 밝히며 관심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2017년 가상자산 광풍이 몰아친 이후 5년이 지났으나 관련 정보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관련 정보를 마주친다 해도 어려운 기술 용어에 둘러싸여 있어 내용을 파악하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백서읽기에선 한 주간 주요 거래소에서 주목받았던 코인을 선정해 쉽고 자세히 풀어드리겠습니다.

가상자산(코인) 질리카가 최근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폴리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질리카는 그동안 서버(노드)에 저장하는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샤딩' 기술로 주목을 받던 프로젝트입니다. 샤딩을 통해 코인의 결제 속도를 높이고 수수료 부담을 낮춰 훗날 신용카드 등 기존의 결제 서비스를 넘어서겠다는 비전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최근엔 메타폴리스를 통해 서비스를 확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NFT(대체불가능토큰)를 접목해 메타버스 거래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동시에 NFT 창작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에 더해 e스포츠 등 콘텐츠를 다각화해 기존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갈수록 느려지는 블록체인 플랫폼

질리카(ZIL)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는 '샤딩(Sharding)'입니다. 샤딩이란 사금파리(Shard)라는 어원에 걸맞게 말 그대로 데이터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 저장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샤딩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에 앞서 블록체인 기술에서 왜 데이터 저장이 중요한지부터 이야기해야 하는데요, 블록체인은 여러 서버(노드)에 같은 내용을 저장해 위조와 변조가 어렵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를 쓸 때, 똑같은 계약서를 두장 또는 세장씩 작성해두는 걸 떠올리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만약 계약서가 한장 뿐이라면 계약서를 보관한 사람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약 내용을 몰래 고칠 수 있지만, 계약서를 여러 장 작성해 임차인과 임대인, 공인중개사가 각각 한장씩 가지고 있다면 계약 내용을 멋대로 바꾸기 어렵겠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질리카 같은 가상자산들은 거래가 될 때마다 거래 내역을 모두 블록체인 플랫폼에 저장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물건을 사고 대가로 비트코인 1개를 줬다고 가정했을 때, 비트코인을 보낸 기록이 비트코인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서버에 일일이 저장되는 겁니다. 이러면 나중에 B가 비트코인 플랫폼에 있는 서버들을 일일이 해킹하지 않는 이상 '비트코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발뺌할 수 없습니다. 사실상 '데이터 쪼가리'에 불과한 가상자산들이 실제 화폐처럼 사용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저장되는 데이터와 기록을 담당하는 서버가 늘어나면서 플랫폼의 거래 처리 속도가 느려진다는 겁니다. 이때 등장하는 대안이 바로 데이터를 조각내 저장하는 샤딩입니다. 샤딩은 네트워크 샤딩, 트랜잭션 샤딩, 연산 샤딩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네트워크 샤딩의 경우 서버를 여러 그룹으로 나눈 뒤, 저장해야 할 데이터를 각 그룹에 따로 저장하는 기술입니다. 자연스럽게 저장해야 하는 데이터는 줄고, 합의를 거쳐야 하는 서버 수도 줄어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집니다.

샤딩으로 결제 속도 높인 가상자산

질리카는 샤딩을 이용한 대표적인 가상자산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질리카는 2017년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조교수를 맡고 있던 '프라틱 삭세나'가 고안한 프로젝트에서 시작했습니다. 삭세나는 2016년 샤딩을 통해 블록체인 플랫폼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논문을 내는 등 관련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질리카가 자신들이 샤딩에 전적으로 기반한 최초의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후 신슈 동 CEO가 합류하면서 질리카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질리카는 누구나 서버로 참여하고 개발을 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입니다. 실제로 질리카 플랫폼에선 여러 개발자의 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질리카 역시 광고, 콘텐츠, 금융 등의 바탕이 되는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동명의 가상자산 질리카를 바탕으로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에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2018년 자사 비전을 밝히는 포지션 페이퍼에서 "비자·마스터카드 등 전통 지불 수단과 경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것도 이의 일환입니다.

가상자산 질리카는 질리카 네트워크에서 결제 수단으로 쓰입니다. 조건부 계약 기능인 스마트 컨트랙트도 가능해 가상자산 기반 금융 서비스인 '디파이'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질리카 플랫폼에서 개발된 게임의 경우, 이용자들이 NFT로 만든 아이템을 판매한 대가로 질리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해당 수익은 거래소 등에 팔아 현금화할 수 있습니다. 질리카는 비트코인처럼 플랫폼에서 내는 문제를 풀어 서버로 참여한 뒤 대가로 코인을 받는 '채굴'도 가능합니다.

메타버스 진출…넘어야 할 산도 많아

최근 질리카는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폴리스'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관심을 모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거래소 업비트에선 지난 일주일 동안 가장 가격이 많이 상승한 코인으로 꼽히기도 했는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질리카의 메타버스 출시 계획으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메타폴리스 내에선 아바타를 통해 다른 이용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NFT 거래 등 다양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들이 더해질 전망입니다. 특히 질리카가 글로벌 NFT 거래소 아고라와 협업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메타버스와 NFT를 연계하는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어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질리카보다 이더리움 플랫폼을 통해 만든 NFT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질리카 기반서비스가 플랫폼 패권 경쟁이라는 큰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관건입니다.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질리카 투자에 앞서 투자자들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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