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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2023]디스플레이, 가격경쟁 접고 기술경쟁으로

  • 2022.12.19(월) 14:42

저가 공세로 점유율 확보하는 중국
차량용·폴더블로 수익성 개선 나서

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올해 디스플레이 업계엔 악재가 많았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찾아온 경기침체로 전방산업은 부진했고, 중국 업체들이 원가 파괴 전략으로 맹추격에 나섰다.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수익성이 개선될 조짐은 보인다. 내년에도 대형 거래처인 애플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할 것이 유력해서다. 차량용 디스플레이, 폴더블 OLED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빛을 보기 시작한다는 점도 내년 실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방산업 부진과 폭락한 패널 가격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부품사업 특성상 전방산업이 부진하면 실적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해 TV, PC,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 수요가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기준 글로벌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4% 줄어든 1억4300만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누적 TV 시장 규모 역시 723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829억3000만달러에 비해 12.7% 감소했다.

불황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TV 등 전방수요 회복은 불투명하다"며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가 컸던 TV와 PC 수요는 감소 추세며, 내년에도 수요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추격도 매섭다. 중국 정부는 LCD와 OLED를 주요 지원 사업으로 지정하고 관련 업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저가 공세로 패널 가격이 하락하면 경쟁사들은 사업을 축소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금을 통해 손해를 메꿔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업체들은 덤핑 전략을 통해 무서운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LCD 분야에서 국내업체 타격이 컸다.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공급하자 가격은 폭락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32인치 기준 LCD TV 패널 가격은 지난해 7월 88달러를 기록한 후 15개월 연속 하락해 올해 10월에는 26달러까지 떨어졌다.

위기를 맞은 건 OLED 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업체들이 LCD에 이어 중소형 OLED 양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2025년 총 OLED 생산량에서 중국이 47%를 차지해 한국과 비슷한 수준까지 따라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적 개선 요인 잡아라

디스플레이 업계 전망이 악화일로인 것만은 아니다. 내년에도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할 OLED를 국내 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다는 점은 호조 요인이다. 유비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 '프로'와 '프로 맥스'에 국내 업체들의 패널만을 탑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반과 프로 모델 등 총 4종, LG디스플레이는 프로 모델 2종에 탑재될 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애플은 고급 제품군인 프로에만 전력 효율을 높인 LTPO(저온 다결정산화물) OLED 패널을 사용한다. LTPO OLED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고부가 부품으로 일반 OLED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 국내 업체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애플에 LTPO OLED를 전량 공급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투자한 사업들도 내년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각각 차량용 OLED와 폴더블 OLED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이 떨어진 LCD 사업의 대안으로 차량용 OLED를 점찍었다. 차량용 OLED 시장은 최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아지면서 잠재력이 높은 분야다. 옴디아는 차량용 OLED 시장이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54.7%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량용 OLED는 올해 LG디스플레이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사업이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6월 LCD 사업을 철수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OLED 비중을 높였다. 삼성전자가 2025년까지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50%를 폴더블폰으로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히면서 폴더블 OLED 공급량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유비리서치는 스마트폰용 폴더블 OLED 출하량은 올해 1900만대에서 2027년 90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관측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직 중국 업체들이 양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폴더블 OLED를 중점으로 격차를 벌린다는 구상이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기술개발과 특허 부분에서 중국 업체들에 크게 앞서있다"며 "중국 업체들도 전시회에서 폴더블 OLED를 전시하곤 하지만, 이를 양산하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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