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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2023]해상운임료 '뚝'…"이런 적 없었다"

  • 2022.12.30(금) 06:45

컨테이너 지수, 올해 네 차례 제외 모두 하락
"2023년 선박 공급 과잉 발생 가능성"

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 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해운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7주 연속 하락하며 연초 대비 78% 급락했다. 이에 따라 올해 최고 실적을 예고 중인 HMM의 내년 실적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7주 하락…집계 이후 처음

지난 23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107.09포인트를 기록하며 27주 연속 하락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항하는 컨테이너선 노선들의 단기 운임(spot)을 지수화한 것으로, 글로벌 해운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비즈니스워치가 지난 13년간 SCFI를 분석한 결과, 이 지수가 27주 연속 하락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SCFI가 가장 길게 하락했던 시기는 2010년 7~12월(1581.85→1082.84)로 22주 연속 하락했다.

업계에선 SCFI가 조정 단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그간 치솟았던 운임료가 원상 복구되는 중이라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는 물동량 급증에 따른 적체 현상이 심화하면서 모든 노선의 운임이 급등했다"며 "작년의 상승세는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SCFI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이 항만에 묶이는 적체 현상까지 발생했다. 소비는 증가하는데, 실어 나를 선박이 없는 기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선박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운임료는 급등했다. 지난해 꾸준히 상승한 SCFI는 올해 1월 첫째주 5109.6포인트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코로나 기간 가장 운임이 낮았던 시기(818.16·2020년 5월)와 비교하면 지수가 6.2배 상승했다. 

하지만 정점을 찍은 뒤 SCFI는 하락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지수가 상승한 시기는 네차례(5월 20일~6월 10일)에 불과했다. 현재 운임 수준은 지난 13년간 평균 SCFI 지수(1390.49포인트로)에도 못 미친다. 

운임 지수 하락은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은 해운사들이 주문했던 선박이 인도되는 시점이다. 물건을 실어 나르는 선박이 많아지면 운임료는 하락하게 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하면 운임료를 두고 해운사 간 치킨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선주들이 운임 협상력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선박 주문)에 대한 인도가 본격화되는 시기는 2023년으로 공급과잉 이슈에서 자유롭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최고 성적 HMM, 내년엔 뚝

국내 유일 국적 선사인 HMM은 올해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HMM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5조589억원, 영업이익 8조6867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연간 최고 실적이었던 작년(매출 13조7941억원, 영업이익 7조3775억원) 실적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올해 지수 하락에도 HMM이 연간 최고 실적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장기 운임 계약'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통상 해운사와 수출 기업은 장기 운임 계약을 맺는다. 이때 운임료가 상승세라면 장기 운임 계약 비중이 늘어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실적은) 컨테이너 운임 급락에도 지난 5월 계약한 장기계약 운임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2023년 실적은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장기 운임 계약은 통상 3~5월 중 이뤄진다. 운임료는 계약을 맺는 시점의 전년 평균 운임료를 기준으로 삼는다. 내년 운임료의 기준이 올해 운임 지수가 된다는 이야기다.

/사진=HMM 제공.

올해 평균 운임지수는 3457.19포인트(12월 마지막주 미발표 제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20년과 비교했을 때 8.8% 감소한 수준이다. 운임 지수가 낮다고 볼 순 없지만 수출 기업의 경우 장기 운임 계약 비중을 낮출 수도 있다. 

한 수출기업 관계자는 "제 때 상품을 실어나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통상 장기 계약 비중이 더 높은 편"이라면서 "하지만 불경기 상황에서는 단기 계약(spot) 비중을 높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내년 영업이익은 2조8074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상 연간 실적과 비교했을 때 72.2% 감소한 수준이다. 

최근 HMM은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HMM은 최근 근속 10년 이상 육상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자에겐 최대 2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내년 해운업계 침체 전망에 따른 선제 조치라고 보고 있다.

HMM은 해운 업황과 이번 희망퇴직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HMM 관계자는 "해운 시장 침체와 희망퇴직과는 관련이 없다"며 "이번에 실시하는 희망 퇴직은 인적 쇄신 차원 목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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