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디지털 아트' 시장을 TV 판매 틈새시장으로 삼았다. TV를 활용한 NFT(대체불가토큰) 작품 전시로 TV의 새로운 쓰임새를 찾고 있다. 단순히 제품이 아닌 경험을 판매해 TV 수요 부진을 타개하겠다는 큰 그림이다.
삼성 TV로 즐기는 NFT 작품
삼성전자는 내달 19일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몰에 위치한 '넥스트 뮤지엄'에서 네오 QLED 8K와 더 프레임을 통해 NFT 작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넥스트 뮤지엄은 지난해 12월 개관한 오프라인 NFT 전시 공간이다. 롯데백화점과 카카오그룹의 블록체인 기술 계열사 그라운드엑스의 합작이다. NFT 콘텐츠와 함께 실물 작품을 전시해 디지털 아트와 일반 갤러리 경험을 융합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번 전시 주제는 '발렌타인 외전, 싱글들의 이야기'다. 김완진·이동구·로칸킴 등 국내 유망 신진작가 8인이 참여했다.
삼성 스마트 TV를 통해 전시되는 NFT 작품은 총 4점이다. 삼성 스마트 TV에 탑재된 그라운드엑스의 디지털 아트 유통 플랫폼인 클립 드롭스 앱(App)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삼성 네오 QLED와 함께 패키지 형태로 구매 예약도 가능하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더 프레임과 자동 회전 벽걸이를 활용해 가로형과 세로형 3D NFT 아트도 함께 전시한다. 별도 구매할 수 있는 자동 회전 벽걸이를 설치하면 리모컨 버튼 클릭만으로 콘텐츠에 맞춰 손쉽게 TV 화면을 세로 모드나 가로 모드로 자동 전환시킬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TV 제품군에 NFT 플랫폼이 탑재된 TV 소프트웨어인 '스마트허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작년 이후 출시된 국내 삼성 스마트 TV 사용자들은 스마트허브 내 클립 드롭스 앱을 통해 다양한 NFT 아트를 탐색하거나 구매·감상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전시된 LG 아트랩
LG전자는 세계 예술품의 50% 이상이 거래되는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전광판에서 'LG 아트랩'의 예술 작품을 선보였다. 영상은 세계적인 예술가 배리엑스볼의 NFT 미디어아트 작품 4종을 담았다.
LG 아트랩은 LG TV에서 NFT 예술 작품을 감상부터 거래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NFT 예술 작품 거래 플랫폼이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장에 출시, 올 초 열린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는 LG전자가 새롭게 앞세운 미래 사업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올해 기존 하드웨어와 함께 제공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솔루션을 통해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CES 2023에서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단기적 비용감축이 아니라 불황의 장기화에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사업 체질을 개선해 경쟁력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며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 구조를 개편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콘텐츠·서비스, 솔루션 등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 고객에게 '경험'을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TV에 한정되지 않는다. LG전자는 CES 2023에서 NFT 기술로 만든 디지털 가상신발 '몬스터 슈즈'를 선보인 바 있다. 5500가지 고유 디자인의 NFT 신발을 수집하고 LG 씽큐 앱을 통해 실제 신발과 NFT 신발을 함께 관리하고 감상할 수 있다.
암호화폐와 다른 시장, 시장 확대 기대
국내 가전업체들이 디지털 아트 시장에 집중하는 것은 NFT 중심의 디지털 아트 시장이 암호화폐 열풍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아트페어 주관사인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기업 UBS가 발간한 글로벌 컬렉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예술작품 수집가들은 예술 기반 NFT에 평균 4만6000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암호화폐 부흥기였던 2020년(3만5000달러)이나 전년(4만4000달러) 대비 증가한 수준이다. 암호화폐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었지만 디지털 아트 수집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붐은 잠잠해졌지만 오히려 전문 수집가들이 디지털 아트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도전할 가치가 있는 시장"이라며 "특히 TV의 경우 예술작품이 차별화된 화질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콘텐츠로 활용하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