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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중국 수출통제 '갈륨·게르마늄' 콕 찍은 이유

  • 2023.07.11(화) 16:57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첨단기술 차단 노려
주 타깃 미국·일본·네덜란드·대만 가능성 
한국 영향은…“제한품목 확대 예의주시해야”

/그래픽=비즈워치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패권 전쟁이 날이 갈수록 격화되는 모습입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요한 광물 수출을 옥죄기로 했는데요. 오는 8월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등 두 가지 광물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시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미국이 대중 반도체 및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을 강화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보복성 조치로 읽히는데요.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 두 가지 광물을 가장 먼저 틀어쥐는 이유에 대해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재연함으로써 미국 자존심에 상처를 내고, 첨단기술 개발까지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합니다. 

양국 틈바구니에 끼인 한국 기업들도 노심초사 숨을 죽이고 있습니다.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으나 향후 중국의 수출 통제품목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죠. 중국 전(前) 관료가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진단한 가운데 미국도 추가 제재를 시사하고 나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자존심 꺾고 기술경쟁 우위 점하는 게 목표”

중국 광물 수출 제한 조치 주요 내용 /그래픽=비즈워치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8월1일부터 갈륨·게르마늄 관련 품목 수출을 제한합니다.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선 해외 구매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보고해 중국 상무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해요. 지난 2021년 기준 중국은 세계 갈륨 생산의 97.7%, 게르마늄 생산의 67.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양한 광물 중에서 갈륨과 게르마늄을 통제하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갈륨과 게르마늄은 전력 반도체에 들어가는 재료인데요. 그중 ‘차량용 반도체’가 대표적인 사용처로 꼽힙니다. 게르마늄은 기존 차량용 반도체의 주요 소재로, 갈륨은 차세대 차량용 반도체 소재로 쓰이고 있어요.

반도체 생산 특성상 재료 하나의 수급이 막힐 경우 제조 라인은 멈춰설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갈륨 및 게르마늄 공급망이 마비되면 전 세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요. 

이 대목서 제기되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있습니다. “중국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지연시킴으로써 지난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재연하려는 것”이라는 거죠. 당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세계 자동차 생산설비가 멈췄고, 이를 기점으로 미국 정부와 기업들 사이에선 공급망 재편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는데요. 

결국 중국이 이번 광물 수출통제로 얻고자 하는 것은 주 타깃인 미국의 아픈 곳을 다시 한번 찌르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그 과정서 전 세계 자동차 생산까지 멈추게 된다면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공고히 할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겠죠.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2021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때 미국 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이 있었고 당초 설계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위주로 했던 미국으로선 당시 사태가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이후 미국은 각종 혜택을 내세우며 역내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 제조강국이 되기 위한 길을 택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전략적으로 계산한 후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에요.

아울러 차세대 반도체에 갈륨이 들어가는 만큼 미국의 첨단기술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도 깔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입니다.

“미-중 줄타기 필요, 장기적 대중 출구전략 세워야”

중국이 해당 광물 수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허가제’를 선택한 만큼 수출제한 국가 리스트에 어느 나라가 오를지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목표 대상이 분명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미국을 비롯해 일본, 네덜란드, 대만 등이 언급됩니다.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나라들이죠. 한국에 대한 견제는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아직 한국과 중국 간 직접적 마찰이 빚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만일 한국에 대한 수출이 막히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제품군은 전력 반도체가 아닌 메모리 반도체여서 해당 광물의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이 존재하는데요. 중국이 향후 수출을 통제하는 광물 리스트를 확대할 경우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국가들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수출통제를 강화할 수도 있어요. 양국이 추가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상당히 큰 상황이에요. 

지난 5일 웨이젠궈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광물 관련 조치는 중국 대응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제한이 계속 확장되면 대응조치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같은 날 미국 상무부도 성명을 통해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제한 조치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은 핵심 공급망에서 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할 것”이라며 맞불을 놨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 전문연구원은 “반도체의 소재는 중요도와 관계없이 단 하나라도 없으면 수율이 떨어지고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한국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추후 중국이 해당 조치를 강화할 땐 우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더욱 격화되는 미중 패권전쟁에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난감한 처지에 놓였는데요. 이러한 상황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어디에든 극단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불리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기업과 정부는 미국을 설득해 약 70조원이 투자된 중국 반도체 라인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수출·교역을 줄이는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 세계 수출시장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15%인 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약 33%(중국 26%·홍콩 7%)로 두 배 이상”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각각 15% 및 6%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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