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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앞 내다본 최종현 회장 'SK이노, 그 스텝 밟아왔다'

  • 2023.08.29(화) 08:00

"R&D 선제 투자로 신사업 확보 앞장" 경영학자 평가 이어져

SK 최종현 선대회장 / 사진=SK이노베이션

포스코보다 먼저 세워진 한국 최초의 대단위 국가인프라 기업이 있다. 1962년 설립된 대한석유공사(유공)이다. 유공은 1980년 민영화 방침에 의해 ㈜선경에 인수됐고, 1982년 ㈜유공으로 명칭을 바꿨다. 

유공을 인수한 최종현 선대회장은 당시 40년 앞으로 내다본 선구자적 비전을 밝혔다. 1982년 12월9일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소집한 그는 "단언컨데 유공 설립 60년이 되는 해 즈음이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되어 있을 것"이라며 "2020년, 2030년을 위해 지금 우리가 기초를 잡아주는게 시작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유공은 석유정제를 하고 있지만 석유자원은 지하자원으로 한계가 있고 더욱 공해문제가 있어 될수 있는대로 빨리 방향을 바꿔야 한다"면서 "정유사업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그 비중이 다른 에너지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져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합에너지 기업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정유뿐 아니라 석탄, 가스, 전기, 태양에너지, 원자력, 에너지축적배터리시스템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기술을 축적해고 기술자를 양성하면서 기업방향도 기술집약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비전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2023년 SK이노베이션은 신기하게도 그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다. 

경영학계 교수들이 바라보는 분석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이 연구개발(R&D) 중심 경영방침을 기반으로 기존 정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화학, 바이오 및 윤활기유 분리막, 배터리 등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의 근본 'R&D'

28일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40년 R&D경영' 컨퍼런스에서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송재용 교수와 이지환 교수는 지난 28일 오후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40년 R&D경영' 컨퍼런스에 나와 SK이노베이션 R&D 차별점으로 기술 개발부터 사업성을 예측하는 R&BD(Business Development) 구조를 꼽았다. 이를 기반으로 '4E(Entrepreneurship, Exploitation, Exploration, Expertise)'로 구성된 혁신모델을 제시했다. 

2023년은 SK이노베이션 전신인 유공이 기술개발원을 설립한 지 40년째 되는 해 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은 기술지원연구소가 처음 생긴 1983년을 R&D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기술지원연구소는 지난 2021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태원 SK회장의 '넷제로' 목표의 일환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가 발표한 SK이노베이션의 R&D 혁신모델 '4E' / 사진=SK이노베이션

이 교수는 "연구개발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영자는 없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지 않고 미루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SK이노베이션은 40년에 걸친 연구개발 혁신을 바탕으로 원유정유업이 가진 원천한계를 극복하고 국내 정유 업체 중 유일하게 종합에너지, 석유화학, 바이오 기업에 이어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했다"고 설명했다. 

정유 사업은 국제유가, 환율 등 외부 시황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요동치는 분야다. 최근 정유업체들은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여러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은 최종현 선대회장 시절부터 R&D에 집중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 다른 업체들에 비해 포트폴리오 전환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 두 교수의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이 R&D 분야를 중요하게 평가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 2001년 연구원에게 R&D를 통해 거둔 성과의 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다. 

28일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40년 R&D경영' 컨퍼런스에서 (왼쪽부터)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와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 사진=김민성 기자 mnsung@

이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은 그동안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실질적인 성장과 수익성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성과의 5%까지 보상하는 것도 혁신적인 사례로, 지금은 여러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2001년 당시엔 굉장히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과정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다른 통상적인 정유 에너지 회사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분리막·바이오 이을 차세대 기술은

그동안 SK이노베이션은 기술개발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윤활기유 등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해 왔다. 대표적으로 분리막 개발에 성공해 SKIET의 기업공개(IPO)에 성공했고, 최근엔 SK온을 통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 주력해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어려운 사업환경에도 투자를 지속하는 대표적인 예로 SK온이 있다. SK온은 사업 초기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비를 늘려왔다. 실제로 SK온의 연구개발비는 2021년 792억원에서 지난해 2346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선 SK온이 적극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이르면 오는 하반기부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온 연구개발비 변화 / 그래픽=비즈워치

송 교수는 "기업들은 자원투입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하는데, 국내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그동안 R&D분야 투자를 소홀히 해온 경향이 있다"며 "이 문제가 최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데, 경기가 나쁜 상황이라고 R&D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SK이노베이션은 사업환경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R&D 투자를 줄이지 않고 꾸준히 진행해 왔고, 이런 결정이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성과를 올리고 근본적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교수들은 앞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재생에너지 중심 기업으로 변화하기 위해선 R&D 경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송 교수는 "기업이 기존 하고 있던 것만 유지해선 존속·발전할 수 없다"며 "결국 남들보다 더 앞서나갈 수 있게 할 수 있는 기반은 R&D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8일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40년 R&D경영' 컨퍼런스에서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원장이 연구·개발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도 R&D 중심 경영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기술 제휴를 맺고, 글로벌 R&D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최근 기술은 굉장히 작은 기술이 모여 큰 기술을 만드는 융·복합적 형태를 보이는데, 이를 위해 새로운 R&D 방식을 도입하려 한다"며 "'글로벌 오픈 R&D' 등 여러 파트너사와 연계해 빠르게 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성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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