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적극적으로 생산력 확장에 투자하면서 시장점유율 늘리기에 나섰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필수 부품인 분리막 시장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분리막 업체들의 북미 진출에 제약이 걸리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분리막 시장, 2030년 29조원
분리막은 절연 소재로 이뤄진 얇은 막으로, 배터리 내에서 양극과 음극을 격리시킨다.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순식간에 열이 발생해 화재와 폭발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배터리 안전에 핵심적 소재다.
때문에 분리막 사업은 다른 배터리 부품 사업에 비해 진입 장벽이 높다.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승인 절차가 까다롭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가 분리막 업체를 승인하는 데까지는 최소 4년 이상이 걸린다.
분리막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분리막 시장 규모가 연평균 20%씩 성장, 오는 2030년 219억달러(약 29조116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분리막은 중국업체 점유율이 높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중국·일본의 글로벌 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98%에 달했다. 이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8%다.
올해부터는 국내 분리막 업체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중국 분리막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IRA는 분리막을 셀, 모듈, 전해액 등과 함께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했다. IRA 규정을 보면 내년부터 해외우려국가에서 제조된 전기차 부품을 사용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업계에선 해외우려국가 명단에 중국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적극 투자 나선 SKIET
분리막 시장 성장에 힘입어 SKIET 실적도 상승세다. SKIET는 올 2분기 영업이익 9억2000만원을 기록하며 7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수익성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IET는 3분기 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증권가에선 SKIET가 최근 SK온 등 안정적인 수주처도 확보한 만큼 수익성은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KIET는 지난 6월 북미 고객사와 7년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7월엔 SK온과 5년간의 공급계약을 따낸 바 있다.
SKIET는 향후 전기차용 습식 분리막 위주로 생산력을 더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IET는 현재 국내 청주, 증평공장과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에서 연간 총 15억3000만㎡의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폴란드 실롱스크에 올해 3억4000만㎡ 규모 2공장, 내년 8억6000만㎡ 수준의 3·4공장이 준공될 예정이다.
안회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IET의 비공개 고객사는 북미 주요 업체로 추정되고, SKIET의 고객 다변화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며 "SK온과의 공급계약으로 폴란드 2공장까지 안정적 가동률이 보장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주력 고객사인 블루오벌SK, SK온과 현대차그룹 합작법인에 공급할 물량을 고려하면 폴란드 3~4공장 가동도 걱정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SKIET는 북미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다. IRA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배터리 부품의 일정 비율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 올해는 전체 부품 중 50%를 북미 지역에서 생산해야한다. 이 비율은 차차 증가해 오는 2029년엔 모든 배터리 부품이 북미에서 제조돼야만 보조금이 지급된다.
SKIET의 투자 계획은 늦어도 내년 초 확정될 예정이다. 분리막 신규 공장 건설에 보통 3~4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최대한 빠르게 공장 계획을 확정지어야 2029년 100% 북미산 부품 사용 시점에 발맞춰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SOVAC(Social Value Connect)에서 "SKIET가 북미로 가야 하기 때문에 현지공장 추진 시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분리막 제조기술 : 분리막엔 미세한 기공이 존재한다. 양극과 음극은 지나갈 수 없는 크기로, 리튬이온이 기공을 통과해 양극과 음극을 돌아다니며 전류를 흐르게 한다. 분리막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소재로 만들어지며, 기공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건식과 습식으로 나뉜다. 건식 분리막은 PP·PE 필름을 잡아당기고 늘리면서 기공을 만든다. 공정이 간단하지만 기공 크기를 균일하게 맞추고 막을 얇게 펴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습식은 고온에서 PE·PP에 파라핀 오일을 섞은 뒤 고온, 고압으로 압출하는 방식이다. 제조 단가가 비싼 대신 두께가 얇고 기공도 균일하게 만들 수 있어 전기차용 배터리에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