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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 '해외 브랜드'에 힘주는 진짜 이유

  • 2024.04.15(월) 13:26

편집숍 '라움 웨스트' 확장
신규 수입브랜드 발굴·육성 박차
비용 효율화·수요 파악 가능

/ 그래픽=비즈워치

LF가 자사 편집숍 '라움 웨스트'를 통해 수입브랜드 육성에 나섰다. 편집숍을 확장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해외 브랜드를 소개하겠다는 의도다. 해당 브랜드와 정식으로 대규모 유통계약을 하기 전에 편집숍에서 신규 수입브랜드에 대한 수요를 파악해 정식 수입유통의 실패 위험을 낮추려는 전략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의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이른바 '신명품'이라고 불리는 수입브랜드의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이때문에 수입브랜드를 얼마나 보유했느냐가 패션사의 경쟁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LF가 본업인 패션에서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신명품 발굴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5평 공간에 수입브랜드 인큐베이팅

LF가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편집숍 '라움 웨스트(RAUM WEST)'를 리뉴얼 확장하며 해외 수입 브랜드 인큐베이팅 역할을 본격 강화한다. 기존에 팝업 공간으로 이용하던 1층(70 평, 230㎡) 규모의 공간까지 편집숍으로 리뉴얼한다. 이를 통해 총 1, 2층을 모두 라움 웨스트로 사용한다.

라움 웨스트는 이번 리뉴얼을 통해 총 85개 브랜드 포트폴리오의 큐레이션을 강화했다. △페미닌 △모던 △트렌디·캐주얼 총 3가지 존으로 나눠 브랜드를 소개한다. 의류뿐만 아니라 모자, 가방, 신발 등 액세서리 브랜드까지 총망라했다.

라움은 LF가 지난 2009년 론칭한 패션 편집숍이다. 독일어로 공간을 뜻한다. 라움은 '웨스트'와 '이스트'로 나뉜다. 라움 웨스트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한 자리에서 모아둔 공간이다. 라움 이스트는 패션, 뷰티, 도서 등 다양한 문화와 트렌드를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 쇼핑 공간이다. 

LF 라움 편집샵 전경 / 사진=LF

특히 라움 웨스트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수입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입점시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한다. 국내 20대 영리치(Young Rich) 고객과 3040세대 신명품 고객과의 밀접한 교감을 이어왔다는 것이 LF의 설명이다.

라움에서 성장한 브랜드로는 '빠투(PATOU)', '포르테포르테(forte_forte)' 등이 있다. 라움에서의 호응을 기반으로 LF가 국내 유통 계약, 단독 매장을 냈다. 빠투는 현재 백화점 내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포르테포르테는 올해 신규 매장을 낼 예정이다.

LF는 이번 라움 웨스트 리뉴얼을 통해 24SS시즌부터 10여 개 신규 브랜드를 소개한다. 영국 브랜드 '시몬로샤(SIMONE ROCHA)', 일본 브랜드 '아키라나카(AKIRANAKA)'와 'CFCL', '나곤스탄스(NAGONSTANS)', 오스트리아 브랜드 '페타르페트로브(PETAR PETROVE)', 덴마크 브랜드 '바이 말렌 비거(BY MALENE BIGER)', 메종 마르지엘라의 세컨 브랜드인 'MM6' 등이다.

라움에서 몇 년 간 꾸준히 수입해 국내에 안착시킨 브랜드들도 전략적으로 육성한다. 실제 매출 성장도 있었다. 라움에서 2020년부터 소개해 온 슬로바키아 브랜드 '네헤라(NEHERA)'는 매년 30%씩 매출이 성장했다. 라움이 2014년 국내 최초로 들여온  벨기에 브랜드 '소피 드 후레(SOFIE D'HOORE)' 역시 지난 10년 간 매년 평균 판매율 60% 이상을 기록했다.

LF 수입 사업부 관계자는 "라움은 지난 15년 간 희소성 있고 정체성이 명확한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국내 안목 높은 패션 애호가들 사이에서 '수입 패션의 최전선'이라는 포지셔닝을 해왔다"며 "한국에 처음 들어오는 해외 신명품 브랜드 사이에서도 라움은 한국 진출에서의 안정적인 첫 출발지로 인정받아, 다양한 브랜드와의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패 위험 줄이며 수요 공략

업계에서는 이번 편집숍 확대에 대해 LF가 본업인 패션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LF는 부동산 금융, 식품유통·외식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의류 소비 위축,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LF의 실적은 악화했다. LF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조9007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줄었다.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574억원을 기록했다.

편집숍 인큐베이팅은 LF뿐 아니라 삼성물산 패션부문,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 여러 패션사들이 진행해온 방식이다. 수입브랜드와 바로 유통 계약을 하지 않고 편집숍을 먼저 운영할 경우 '잘 될 것 같은 브랜드 제품'을 선별해 들여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편집숍이 일종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는 셈이다.

LF 편집숍 '라움'에서 인큐베이팅 된 '빠투'(왼쪽)와 '포르테포르테' 24SS 상품을 모델들이 착용한 모습 / 사진=LF

업계에 따르면 수입브랜드와 계약을 하면 해당 시즌에 나온 제품 물량을 모두 발주해야 한다. 즉, 수요와 상관 없이 해당 브랜드와의 계약에 따라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이야기다.

또 유명 수입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이 자체 브랜드를 새로 론칭하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체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선 회사가 기획, 제작, 홍보 등을 모두 새롭게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인지도가 있는 해외 브랜드는 보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국내 제품 가격이 오르면서 몇 십만원만 보태면 신명품을 구매할 수 있어 해외패션 수요가 더 늘었다"면서 "여러 브랜드를 키워 일부만 성공해도 수년간 매출을 안정적으로 견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브랜드를 적극 발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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