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가 20~30대를 겨냥한 온라인 브랜드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온라인 채널에 집중해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온라인 상의 고객 반응에 대응한 제품도 빠르게 생산하면서다. LF는 '헤지스', '닥스' 등 장수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상당수 제품이 고가인데다, 주요 고객의 연령대도 높아 신규 유입 고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LF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에 맞춘 브랜드를 통해 미래 잠재 고객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신규 고객 잡아라
LF의 주얼리 브랜드 '이에르로르'는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한 성공 사례 중 하나다. LF는 2019년 이에르로르를 인수한 후 지난해 2030 고객을 겨냥해 채널과 브랜드 전략을 바꾸는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이에르로르는 우선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없애고 이커머스 플랫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30대 고객을 겨냥한 이에르로르 자사몰과 백화점몰, 20대 고객이 선호하는 W컨셉, 29CM 등으로 판매 채널을 바꿨다.
현재 주요 주얼리 브랜드 중 이에르로르처럼 오프라인 매장 없이 운영되는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함께 이에르로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에게 수요가 있는 실버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합리적인 가격의 '랩그로운(Lab-grown)'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제품도 선보였다.
온라인 전환 전략은 효과를 봤다. 리브랜딩 후 이에르로르의 주 고객층 연령대는 40대에서 30대로 낮아졌고, 자사몰 회원 수도 8배 이상 늘어나며 브랜드 인지도도 끌어올렸다. 이에르로르의 매출액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125% 늘었다.
디자이너 브랜드 '아떼 바네사브루노' 역시 온라인 고객 반응을 중심으로 출시한 신제품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2021년 론칭한 아떼 바네사브루노 액세서리는 론칭 초기에는 구매력 높은 30~40대 고객을 타깃으로 50만~60만원대 가죽 잡화들을 주요 제품으로 판매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나일론 소재의 '패디드' 원단을 사용한 '르봉백'을 선보이며 보다 젊은 고객을 겨냥했다. 르봉백의 가격은 20만원대로 아떼 바네사브루노 백의 기존 제품보다 낮다.
르봉백은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전체 구매고객 중 약 60%의 고객이 첫 구매 고객이었다. 10~30대의 신규 고객도 급증했다. 2022년 대비 2023년 1020 구매고객 수는 약 4배 가까이(275%) 늘었다. 30대 구매고객 수 역시 3배 이상(205%) 급증했다. 르봉백 인기 덕분에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올 1~8월 누적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성장했다.
유연한 생산
LF의 골프웨어 브랜드 '더블플래그', 여성복 브랜드 '앳코너', 아떼 바네사브루노 등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 중인 브랜드다. 이 같은 온라인 기반 브랜드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상에서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유연하게 상품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더블플래그는 시장 트렌드와 온라인 고객 반응에 즉각 대응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시즌마다 정기적으로 출시하는 컬렉션 외에 비시즌 중 한정판을 기습적으로 선보이는 '드롭' 방식으로 신상품을 수시로 내는 식이다. 그 결과, 더블플래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앳코너도 온라인 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29CM에서 단독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후 매출이 전월 대비 50% 늘었다.
아떼 바네사브루노 역시 르봉백에 대한 온라인 피드백을 반영해 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한 신제품 '프릴백'을 올 가을·겨울 시즌 신제품으로 내놨다. 지난달 프릴백 론칭을 기념한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행사에는 일주일간 2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해 목표 판매금액의 200%를 초과 달성하기도 했다.
LF는 이미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던스트'와 남성복 브랜드 '일꼬르소'로 온라인에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던스트는 2021년 독립법인 '씨티닷츠'로 분리된 후 빠른 속도, 과감한 시도 등 벤처조직 특성을 기반으로 인기 아이템을 연달아 내놓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400억원 규모의 브랜드로 성장했다. 해외에서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 중이다. 지난해 티몰에서 이미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기록한 던스트는 올해부터 중국 현지 사업도 본격화했다.
일꼬르소 역시 지난 2020년부터 판매 채널을 LF몰과 무신사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변경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시간으로 유연한 리오더가 가능해지면서 최근 봄여름 시즌 판매율은 평균 75%까지 상승했다. 출시 당시 소량으로 선보인 후 리오더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반응생산(QR)' 물량도 전년보다 약 두 배 이상 늘었다. 반응생산은 리스크를 줄이고 재고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시간 트렌드
LF가 이처럼 온라인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전략이 뒷받침 했기 때문이다. LF는 고객들이 지금 관심 있어 하는 키워드와 트렌드가 무엇인지 빠르게 읽고 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위해 2021년부터 DT 전환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상품 기획 방식을 바꿀 수 있었다. 기존에는 판매 리뷰, 시즌 판매 분석 등을 통해 각 시즌을 기획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최근에는 여기에서 탈피해 고객의 실시간 검색 트렌드 분석을 상품 기획에 발빠르게 반영한다.
LF의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이 같은 트렌드 분석의 효과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LF는 2022년 10월부터 리복의 수입 유통을 전개했기 때문에 과거 판매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았다. 이에 검색 트렌드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신제품 출시에 반영했다. 실제로 포털 내 리복 연관 키워드와 실시간 검색량을 바탕으로 기존 시즌보다 빠르게 반응생산으로 출시한 '리복 반팔 아노락'은 판매량이 전년보다 3450% 늘었다.
LF는 이 같은 온라인 중심 전략을 계속 추진하며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판매 채널과 상품을 더 다변화 한다는 생각이다. LF 관계자는 "LF는 다양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변화무쌍한 MZ세대들의 취향을 겨냥한 기존 브랜드를 변화시키고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있다"며 "가능성 있는 신규 브랜드 뿐 아니라 2030대 영 타깃의 취향을 정조준 하는 온라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더욱 촘촘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