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업계 최초로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그간 중국 기업이 독점해온 차량용 LFP 시장에 한국 기업이 처음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오는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이다. 전체 공급 규모는 약 39기가와트시(GWh)로, 이는 전기차 약 59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해당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돼 르노의 차세대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LFP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과 인산을 사용함으로써 안정적인 화학구조를 지닌다.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우수해 보급형 전기차 수요가 증가하면서 LFP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이번 수주는 글로벌 자동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서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군을 뚫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특히 전기차용 LFP 시장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한국은 후발주자다. 기술의 격차라기보다 '선점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LFP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 물질인 '리튬·인산·철'을 처음 발견한 이는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고(故) 존 구디너프 교수다. 구디너프 교수는 1995년 미국 텍사스 대학교 재직 당시 제자와 함께 이를 처음 발견하고 특허를 등록했다. 이 특허는 LFP 배터리 원료에 대한 특허이기 때문에 우회가 불가하다는 특징을 지녔다.
그러나 이때 중국을 대상으로 한 특허 등록이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문제의 발단이 됐다. 지금까지도 '중국이 특허과정서 예외로 분류된 이유'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구디너프 교수는 특허를 낸 지 수년이 지난 2003년에 중국에 대한 특허 등록을 진행했고, 2008년에 특허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중국이 이 특허를 무효로 해버렸다는 점이다. 2010년 중국배터리공업협회가 국가 특허국 재심위원회에 LFP 특허 무효 소송을 냈고 2011년 재심위가 무효 판결을 내린다. 해당 판결은 중국 내부에서만 해당하는 것으로 해외 시장 진출은 불가했다. 다만 이때부터 중국은 LFP 원천기술을 우선 사용할 수 있었고, 때문에 기술 선점에 유리했다.
구디너프 교수의 원천 특허는 2017년 만료됐다. 이외 LFP 카본코팅 기술 등 주요 특허 대부분은 2021~2022년 만료됐고, 일부는 올해 만료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한국 기업들이 LFP 양산 선언을 함에 따라 'LFP 전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이 르노에 공급키로 한 LFP는 파우치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ell To Pack·CTP)' 공정 솔루션을 적용해 제품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셀투팩 기술은 모듈 공정을 거치지 않고 배터리 팩을 조립하는 공정 기술이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주목하는 첨단 팩 디자인 기술이기도 하다. 기존 배터리 구성에서 모듈 단계를 제거, 팩에 직접 배터리 셀을 조립함으로써 모듈 공간만큼 더 많은 셀을 탑재해 같은 공간 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파우치 CTP는 각형 CTP에 대비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약 5% 수준으로 높게 설계할 수 있다. 이에 고객별 차량에 따라 전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검증된 열 전이 방지기술을 적용해 안전성도 한층 끌어올린다.
이번 계약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프리미엄 제품부터 고전압 미드니켈(Mid-Ni) NCM(니켈·코발트·망간), LFP 배터리 등 중저가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유럽의 가장 오래된 고객사인 르노와의 이번 계약으로 LG에너지솔루션만의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또 한번 인정받았다"며 "치열한 격전지인 유럽 공략을 필두로 글로벌 LFP 배터리 수주를 본격화하고, 검증된 현지 공급능력 및 독보적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고 수준의 고객가치를 지속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