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에서 두 시간을 달려 안성분기점을 지나자 한적한 시골 동네가 나왔다. 국도를 좀 더 달리니 도로 오른편 높은 지대에 네모 반듯한 초대형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BMW코리아의 안성 부품물류센터다.
BMW는 빠른 부품 공급을 위해 대한민국 육상 물류 중심지인 안성에 둥지를 틀었다. 약 7만평 부지에 들어선 이곳은 약 6만여종에 달하는 부품을 보유하고 있다. 축구장 8개를 합친 것보다 큰 이 물류센터는 국내 수입자동차 브랜드가 운영하는 부품센터 중 최대 규모다.
특이점은 쿠팡이나 마켓컬리와 같은 IT물류기업처럼 부품이 새벽배송, 당일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딜러사에서 오전에 부품 발주를 하면 당일 오후 5시 이내에 요청한 부품 배송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의 경우 오후 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17시까지 배송 가능하다. 하루 안에 부품 공급이 가능한 곳은 수입차 중 BMW가 유일하다.
물류센터 내부로 들어서니 공기가 생각보다 서늘했다. 대개 대규모 물류센터에는 에어컨 시설이 없는 경우가 많다. 실내 온도가 낮은 이유를 물으니 BMW 관계자는 "쾌적한 근무환경과 부품 품질 관리 차원에서 50여개의 냉난방 통풍시설(HVAC)과 17개의 천장 팬을 설치해 일정한 온도를 유지 중"이라 말했다.
화재 위험 줄이고 줄였다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건축 자재부터 소방, 재해 대비시설에 이르기까지 세밀한 안전대책을 고민한 점이 잘 드러나는 곳이었다. 시설 곳곳에 화재 발생과 예방을 염두에 둔 시설물들이 눈에 띄었다.
창고동에는 온도에 민감한 조기작동형(ESFR) 습식 스프링클러 헤드 1만3000개가 설치돼 있다. 또 천장에 설치된 스프링쿨러뿐만이 아니라 부품이 보관된 보관대(Rack)마다 스프링클러 헤드가 장착돼 혹시 모를 화재에 초기 대응과 빠른 진압을 가능하게 했다.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 지하에는 900톤의 소화수가 저장돼 있다. 이는 전체 시설에 2시간 동안 분사 가능한 양으로, 화재 진압 기준인 1시간보다 두 배를 쓸 수 있다. 부품물류센터가 지상보다 높게 위치한 이유도 막대한 양의 소화수를 저장하기 위해서다. 만일의 화재 상황에서 소방대가 출동지연 등의 상황을 겪더라도 일정 시간 동안 자체 진화가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재물보험사 중 하나인 'FM의 방화 규정 중 최상위 단계의 시설을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적용했다. 방화셔터와 방화스크린과 같은 소방 시설과 함께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 내 모든 소방제품은 미국 UL 인증마크와 FM 인증품을 사용했다.
부품물류센터 안내를 맡은 회사 관계자는 "화염 속에서도 높은 강성과 안전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불연성 ‘미네랄울 패널’로 벽체를 시공해 화재 시 연기나 유독가스 발생을 최소화했다"고 부연했다.
보통 국내에서는 난연재인 우레탄 또는 불연재인 글라스울 판넬을 사용한다. 미네랄울은 불연은 물론 화재 시에도 그 강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글라스울은 최대 내열온도가 300도인데 반해 미네랄울은 750도까지 버틸 수 있다.
獨 본사, 한국에 2000억 투자
입출고 라인이 있는 창문 너머로 넓은 빈 땅이 보였는데, 지난 2017년 이천에서 안성으로 센터를 이전하면서부터 향후 확장을 대비해 확보한 나대지였다. 당시 BMW 독일 본사는 1300억원을 들여 부품물류센터를 옮겼다.
BMW는 2027년까지 65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안성 부품물류센터 규모를 3만1000m2(약 1만평)가량 증축할 계획이다. 증축 이후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의 전체 보관 규모는 현재에 비해 약 54%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착공은 내년 하반기 중 예정이다.
증축이 완료되면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전 세계 BMW 그룹 해외 법인 부품센터 중 세계 최대 규모가 된다.
또한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센터 내에 별도의 전기차 배터리 전용 창고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 전용 창고 역시 기존 BMW 안성 부품물류센터 시설들과 동일하게 FM의 기준을 충족하는 최상위 수준의 화재 예방 설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확장 계획은 지난 2016년 기공식 당시부터 세워둔 것으로, BMW 그룹 코리아가 내다보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과 다가오는 전동화 시대에 대한 준비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BMW 관계자는 "앞으로도 한국 고객을 위해 최고 품질의 차량을 판매하는 것뿐 아니라 최상의 서비스 품질 제공과 고객 만족을 위해 한국 시장에 지속적인 투자로 국내 수입자동차 1위다운 리더십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