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가 일본제철 지분 절반을 처분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24일 장 마감 뒤 블록딜로 785만주를 팔았는데요. 전체 보유분 1569만주의 절반입니다. 종가 기준으로 253억엔, 약 2388억원 수준이죠. 이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이미 매각 예정 자산으로 분류돼 매각이 예고된 바 있었는데요. 포스코가 올초부터 추진해 온 자금 확보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일본제철 지분 매각의 의미
이번 매각은 단순한 자산 정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두 회사의 인연은 포스코 설립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960년대 말 한국 정부는 한일 협정으로 받은 대일 청구권 자금을 산업 기반에 투입했는데요. 이 가운데 4분의 1이 포항제철소 건설에 쓰였습니다. 일본제철의 전신인 야하타제철이 기술을 지원한 것도 이때입니다.
당시 일본 철강업계 내부에서는 한국에 제철소 설립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부정적 시각이 많았는데요. 이때 일본 정·재계 거물 세지마 류조 전 이토추상사 회장이 직접 나서 일본 총리와 야하타제철을 설득, 전면적인 기술 지원이 성사됐습니다.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훗날 세지마를 "포스코의 큰 은인"이라고 회고한 것도 이 때문이죠.
이후 포스코는 자체 기술을 개발하며 일본 철강을 넘어서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협력 관계도 한층 제도화됐는데요. 1998년 포스코 민영화 과정에서는 외국 자본의 적대적 인수에 맞서기 위해 양사가 서로의 주식을 취득하며 '우호 주주' 관계를 맺었고요. 2000년에는 포괄적 전략 제휴를 체결해 협력의 틀을 공식화했습니다.
2006년에는 상호 지분을 확대해 포스코가 일본제철 지분 1.5%를, 일본제철이 포스코 지분 3.42%를 보유하게 됐습니다. 글로벌 자본의 공세에 공동 대응하려는 목적이었죠.
하지만 2012년 일본제철이 전기강판 기술 유출 소송을 제기하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후에도 지분 보유는 이어졌지만, 지난해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추진하며 포스코 지분 3.42%를 전량 매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포스코가 일본제철 지분 절반을 정리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철의 동맹'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습니다. 이제는 상호 지분이라는 울타리 대신 각자 경쟁력으로 승부하는 국면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다만 포스코홀딩스 측은 "양사가 상호 합의하에 지분 매각을 결정했다"며 "매각 후에도 전략적 협력 관계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죠.
현금 확보 전략 지속…목표는 HMM?
포스코가 일본제철 지분을 정리한 건 포스코가 올해 내내 강조해온 구조개편 기조와 맞닿아 있습니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에만 11건 자산 매각을 마무리해 약 35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요. 지난해 매각 실적 6500억원까지 합치면 누적 1조원을 넘겼습니다.
상반기 주요 매각 사례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포스코DX 전력 수요관리사업, 포스코퓨처엠의 피앤오케미칼·구미공장 지분 매각 등이 있고요. 부문별 규모는 인프라 부문 6건(2300억원), 철강 부문 3건(70억원), 이차전지 부문 2건(1130억원)이죠.
하반기 계획은 더 공격적입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진행한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47건의 구조개편을 통해 1조원 수준의 현금 유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죠. 연말까지 전체 126건, 총 2조원 유입이 목표입니다.
중국 장강법인 매각도 같은 맥락입니다. 장강법인은 1997년 설립돼 한때는 안정적인 실적을 냈지만, 중국 내 공급 과잉과 조강량 제한 정책의 영향으로 2022년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매수 희망자와 협의가 끝나는 대로 연결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입니다. 기업결합신고 등 절차를 감안했을 때 빠르면 내년 1분기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포스코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철강과 이차전지 같은 핵심 사업에 우선 투입할 계획인데요. 동시에 여유 자금을 신사업 확장에 활용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됩니다. 대표적인 게 최근 포스코그룹이 인수를 검토 중인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인데요.
만약 인수가 성사되면 포스코는 연간 수조원 규모의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고, HMM은 채권단 관리 10년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됩니다. 산업은행이 매각에 적극적인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한 포스코그룹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죠.
실제 포스코그룹은 지난해부터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현금을 쌓아둬 인수 여력은 충분한 상태입니다. 포스코홀딩스 반기보고서를 보면 현금 보유액은 지난 2023년말 기준 6조6707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7687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7조228억원까지 늘었습니다.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이 쌓인 결과로 풀이되고요.
부채 구조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69%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67%로 내려왔습니다. 차입 부담을 덜고 재무 건전성을 높인 만큼 대형 인수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