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은 꽤 많은데 손이 가는 것은 몇 안된다." 전날(26일) 정부가 내놓은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놓고 말이 많다. 3주간이나 발표가 늦어지고 내놓은 항목이 서른개에 육박하지만 정작 기대했던 세제혜택이 쏙 빠지면서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연기금 투자풀 강화나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 폐지, 한국판 다우지수 도입 등 긍정적인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의지가 여전하다는 측면도 장기적으로 호재가 될 전망이다. 각각의 방안에 따른 수혜 증권사와 수혜주들도 속속 거론되고 있다.
◇ 실망 크지만 폄하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에는 각종 세제혜택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조치에는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세수 확보와 관련해 금융위와 정부 부처 간 조율이 힘들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부분의 방안들은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들이 많아 당장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선물의 크기와 상관없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전배승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증시와 펀드로 직접 자금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 결여돼 있고 증권사의 수익증가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도 크지 않았다"면서도 "자본시장 육성에 대한 일관된 스탠스를 유지했다는 측면에서 폄하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세를 끌어낼 수 있는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기관 영향력 확대는 긍정적인 이슈"라고 판단했다.
◇ 기관투자자 주식거래 확대 가장 인상적
증시 활성화 방안 중 가장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은 연기금의 투자풀 확대 등 기관 투자자의 주식거래 유도다. 정부는 우정사업본부의 주식투자비중 확대도 결정했다.
우정사업본부의 예금 규모는 60조원 내외로 주식비중을 현행 10%에서 20%로 확대할 경우 6조원의 자금이 추가류 유입될 수 있다. 이는 생각보다 증시 수급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 펀드 열풍 당시 국내 수급이 주도권을 쥐었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외국인 순매도를 극복하고 최대 12조원의 순매수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병현 연구원도 "정부 의도가 일정부분 성공을 거둔다면 국내 기관투자자의 수급 역할 비중이 강화되고 증시의 안정성 확보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가격제한폭 확대 증시 수급 늘릴까` 논란
가격제한폭 확대를 둘러싼 논란도 여전하다. 정부는 기존에 예상했던 대로 주식시장 가격제한폭을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당장 가격제한폭 확대로 증시 수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쪽은 많지 않다. 오히려 주식투자 위험을 높이고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란 우려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제한폭 변화가 거래대금 증가를 이끌어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오히려 신용거래를 둘러싼 증권사의 위험관리 부담이 커지고 대형주와 중소형주 수급 기반이 취약해질 위험이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는 시각도 존재한다. 변동성 확대가 지수 하락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반기는 신규자금이 존재할 수 있고 대형주의 기관 수급을 개선시킬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 외환 업무 확대·신용공여 한도 폐지, 누가 수혜?
종합금융투자 사업자의 외국환 업무 범위 확대와 신용공여 한도 자율규제 폐지도 증권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국내 5개 대형 증권사가 가장 확실한 수혜를 볼 수 있는 부분으로 외화 관련 규제 완화가 꼽히고 있다. 후강퉁 이후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미국 등 해외주식에 대한 수요도 많기 때문이다. 이태경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환신용 공여를 대형 5사만 허용하기 때문에 누가 빨리 대응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철호 연구원은 "신용공여 한도 자율 규제 폐지와 공모주 청약자금 대출 허용이 증시 활성화를 전제로 증권사 수익 확대에 간헐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판 다우지수도 함의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 중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30개 초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KTOP30 지수를 만들기로 했다. 초우량 기업들을 상대적으로 더 부각시키고 KTOP 30 편입기준을 적용해 초고가주의 액면분할을 유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애플 역시 다우지수 편입에 앞서 7대1의 액면분할을 실시한 바 있다. 초고가주의 가격이 낮아지면 거래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 기관 주식투자 확대 수혜주도 관심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증권업종 면에서는 실망감이 일단 반영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이날 증권업종 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 중이다.
그러나 장기적인 정책 방향이 우호적인 만큼 증권업종 전망은 여전히 밝을 것으로 점쳐진다. 대형증권사들이 주로 수혜 증권사로 지목되는 가운데 자기자본의 100%로 자율규제돼 있는 신용공여 한도가 폐지될 경우 키움증권 최대 수익원이 신용공여 이자수익인 만큼 이익 증가가 예상됐다.
기관투자가의 역할 강화 수혜를 입을 종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질 전망이다. 하나대투증권은 "단기적으로 국민연금 지분율이 높고 순현금이 많은 기업들에 대한 배당 기대가 높아질 것"이라며 하나투어, 유한양행, 유니퀘스트, 리노공업, 제일기획, 세종공업을 관련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