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사드 후폭풍이 날로 커지면서 중국의 보복 조치가 터질 때마다 유커주로 대변되는 사드 관련주들도 일제히 들썩이고 있다. 다만 실제 파급은 업종별로 상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 수요가 절대적인 면세점이나 화장품 업종은 장단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대세다. 반면, 항공과 여행, 유통업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자동차도 아직까지는 직접적 타격보다 불확실성 요인 정도로 지목되고 있다.
◇ 면세점·화장품 직접 영향권
중국의 사드 보복이 현실화되자 소비재와 관광업이 가장 직접적인 피해업종으로 지목되고 있다. 과거 일본과의 센카쿠 열도 분쟁 당시에도 중국은 일본 여행 광고 자제를 요구하면서 여행객이 크게 감소했고 다시 플러스(+)로 돌아서기까지 1년이 걸렸다.
NH투자증권은 최악의 경우 한국의 대중 소비재 수출이 20% 급감하고, 중국의 방한 관광객이 2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0.25% 감소하게 된다.
중국의 관광객 감소는 면세점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1724만명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으로 47%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 시내 면세점의 중국인 비중은 80~90%로 압도적이다. 실제로 중국의 한국 관광 금지령 소식이 전해지자 호텔신라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고, 면세점 판매 실적 하향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호텔신라의 경우 한국 면세점에서의 중국인 매출 비중이 50%에 달한다. 지난해 연결실적에서 면세유통 사업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기여도는 각각 90%, 100%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시내면세점의 수가 확대돼 공급이 오히려 증가한 반면, 사드 영향으로 수요가 급감하게 되면 중소 시내 면세점의 피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면세점 수혜가 크고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업체도 타격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경우 중국인 매출 비중이 21.5%와 15%에 달하고 중국 법인 매출 비중도 각각 19.5%와 6%로 꽤 높은 편에 속한다.
다만 중국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거나 중국 로컬 업체와 거래 중인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의 경우 중국 보복 제재에서 가장 후순위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화장품 ODM 업체를 문제 삼는다면 일차적으로 중국 내 인력과 기업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하나금융투자는 한국콜마와 코스맥스 등 ODM 업체들은 면세점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역시 중국인 매출액 기여도가 50% 수준이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파라다이스와 GKL의 중국인 매출액 비중은 각각 54%, 40%로 추정되고 있다.
◇ 여행·항공, 中 매출비중 작아
반면 여행주와 항공주의 경우 실적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충격이 덜할 것이란데 무게가 실린다. 국내 주요 여행사는 내국인이 해외여행과 외국인의 국내 여행을 동시에 영위하고 있고, 내국인의 해외여행에 대한 실적 기여도가 절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역시 지난해 내국인 해외여행 기여도가 82%와 95%여서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나투어의 경우 중국 관광객 감소로 SM면세점의 적자 폭 개선이 더뎌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항공주 또한 중국인 여행감소가 항공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은 전체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항공 여객 매출 가운데 14%가 중국 노선이며, 이중 방한 중국인 감소만 고려할 경우 전체 비중은 4%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하이투자증권은 "같은 방식으로 추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은 7%, 제주항공은 3% 수준"이라며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지만 국내 항공사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 유통 제한적…자동차 지켜봐야
중국에서 120개 이상 점포를 운영하는 롯데쇼핑과 함께 이마트, CJ오쇼핑, GS홈쇼핑도 사드 영향권에 들어있다.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중국 영업에서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이마트는 중국 마트를 7개로 축소하는 등 사드 리스크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CJ오쇼핑, GS홈쇼핑도 중국 법인 지분율이 적지 않은 상태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사드 부지 제공으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세무조사와 소방점검 등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다.
다만 유통업종 경우 국내 소비 회복에 따른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다. 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증가 중인 가운데 투자도 회복되는 등 소비 회복을 보여주는 지표 개선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부증권은 노출도가 가장 높은 롯데쇼핑도 국내 영업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 내외여서 심각한 타격은 아닐 것으로 추정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이미 롯데쇼핑의 경우 중국 사업 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사드 영향에 따른 매출 감소로 적자가 확대되더라도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롯데마트 역시 영업정지를 계기로 중국에서 철수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봤다.
자동차 업종도 중국에서 과거 반일 감정이 증폭됐던 당시 도요타와 혼다, 닛산의 판매가 급감한 경험상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사드 배치에 따른 불매운동이 나타날 경우 부정적이고,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그간 중국 공장을 확대한 것은 물론 중국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투자는 반한 감정 지속이나 완성차 판매 영향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시리즈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