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치민=양미영 기자] 지난 1일 베트남 호치민시 1군에 위치한 응우옌꽁쯔(Nguyen cong Tru) 거리. 호치민 증권거래소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마리타임뱅크타워에는 현지 금융회사와 함께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법인인 KIS Vietnam(KIS 베트남)이 위치해 있다. 오전 10시가 조금 안 된 시각 마리타임뱅크타워는 간편한 세미정장 차림의 베트남 현지인들로 제법 북적였다.
베트남 호치민에는 국내 증권사 3곳이 현지 증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본시장 영토 확장에 한창이다. 아직 베트남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불과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몰라보게 성장했으며, 발전 가능성은 더 무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주식 거래의 80~90%를 차지할 정도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이렇다 보니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들은 미래 고객을 포함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인구 1억명에 평균 연령이 28세 불과한 베트남의 젊은 층과 긴 호흡이 성공적인 현지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 철저한 현지인 중심 채용으로 접점 확대
10년 전인 지난 2007년 9월 사무소 형태로 베트남에 자리 잡은 한국투자증권은 현지 증권사 인수를 통해 지금은 업계 10위권으로 성장했다. 200명이 훌쩍 넘는 KIS 베트남 직원 중 한국인은 법인장을 포함해 단 3명에 불과하다. 고객도 베트남 현지인이 90%에 달한다. 사무소장 1명뿐인 한국투신운용의 경우 베트남 내에서는 높은 연봉은 물론 든든한 위상을 자랑하며 꿈의 직장으로 이름나 있다.
2007년 설립된 미래에셋대우 베트남법인(Mirae Asset Wealth Management Securities(Vietnam) Limited Liability Company) 또한 10년 넘게 현지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 30명이던 직원은 70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은 6명이다. 최근 자본금 확충 후 신규 지점 개설과 함께 현지 우수 브로커들을 적극 채용할 예정이다. 올해 100명 이상, 내년엔 200명까지 확대할 계획에 있다.
2015년 7월 현지 증권사 지분을 100% 인수해 베트남에 진출한 신한금융투자도 18명의 현지 직원을 두고 있으며, 현지 인력자원(HR) 매니저를 통해 추가로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지 최우수 직원을 선발해 서울 본사 파견 교육 및 리서치 협업시스템을 만들고, 다시 베트남 현지 리서치센터에 재배치해 업계 최고 수준의 베트남 관련 리서치 보고서를 발간 중이다.
이들 모두 현지 접점을 더 넓히기 위해 현지인 채용을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강문경 미래에셋대우 베트남 법인 대표는 "베트남 법인과 고객 모두 현지인 중심이기 때문에 현지인과의 접점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래 고객 잡기 열중…현지화로 생생 소통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증권사들은 단순 채용에만 그치지 않고 현지인들과의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평균 연령이 28세에 불과한 베트남 경제 특성을 고려해 잠재 고객이자 미래 직원인 젊은 층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베트남 호치민 대학들과 네트워크를 확대해 다양한 교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KIS 베트남만 해도 수차례에 걸쳐 현지 대학에서 모의 주식투자 대회를 열었고, 한국 금융체험 기회를 통해 한국 증권사와 자본시장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보육원과 직업학교 지원, 대학생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후원 활동은 물론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한국 음식 만들기 대회 등을 통해 KIS 베트남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철저한 현지화를 위해 교통문화 캠페인 등 공익광고도 자처했다. 실제로 베트남의 움직이는 상징물이자 필수품인 오토바이용 헬멧과 우비 등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차헌도 KIS 베트남 본부장은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베트남 현지인들과 호흡할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하다 교통문화 쪽에 초점을 맞췄다"며 "공익광고 형태로 접근하면서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헬멧 등을 직접 제작해 나눠주면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고 소개했다.
▲ 베트남 금융 및 주식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비엣스탁에 게재된 KIS 베트남의 교통문화 캠페인 공익광고(사진 중앙). KIS 베트남은 현지인들에게 오토바이용 헬멧과 우비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2년부터 4년간 베트남 대사관과 베트남 교민회가 추진하는 한국 거주 베트남 이주 여성 및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한국문화 정착 프로그램도 돕고 있다. 교육과 문화사업 및 상담센터 운영과 다문화 가정 대상 생활도우미 책자 제작, 교민회 커뮤니티 웹사이트 제작 등 다양한 사회문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같은 한국금융지주 계열사인 한국투신운용도 베트남 복지재단을 설립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베트남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익 일부를 호치민 대학 장학금으로 쾌척하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 또한 베트남 주요 대학과 네트워크를 확대하면서 호치민 경제대학생을 대상으로 베트남 금융시장과 미래에셋 금융그룹을 알리고 있다. 신입 직원 확보를 위해 대학생 대상 금융 교육프로그램은 물론 일반 투자자 대상의 온라인 현지교육도 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한국에 유학 중인 베트남 최고 인재들을 선발해 서울 본사 교육을 거쳐 베트남 현지에 재배치하는 글로벌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베트남 자본시장 발전 이끌 IT 투자도 적극
베트남 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한 접점 확대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간파한 현지 진출 증권사들도 정보기술(IT) 분야 쪽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국내사들의 경우 아직은 상장사 지분을 가진 대주주나 전문투자자 중심인 베트남 증시 상황을 고려해 주식 투자 저변 확대에 IT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모바일로 베트남 주식거래가 가능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난 3월 선보였다. 강문경 미래에셋대우 베트남현지법인 대표는 "베트남 증권사답게 현지인들의 주식 투자의 대중화에 신경 쓰고 있다"며 "외부 시스템을 활용하는 다른 증권사들과는 달리 본사 인력을 데려와 자체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베트남 현지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도 지원한다. 신한은행을 포함한 각 그룹사의 멘토링을 통해 사업화에서 투자 유치까지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핀테크 기업과 혁신기술을 활용한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기술과 금융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