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 지점장(72년생·아래 사진)은 신한은행 호치민지점이 처음 영업을 시작할 때 함께 했던 신입행원으로 첫 여성지점장이란 타이틀을 달은 인물이다. 신한은행은 물론이고 국내 언론에서도 다뤄질만큼 유명인사다. 호치민 내 5개 지점 중 현지인 여성지점장은 니하 지점장을 포함해 2명이다.
신한베트남은행에선 이처럼 능력만 있으면 여성이든 현지인이든 차별없이 승진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현지인을 채용해 일자리를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또 승진이나 연수, 장학금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실천해 베트남 지역사회에 기여할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베트남 시장에 안착하고 더불어 발전하는 좋은 기업, 그리고 지속가능경영의 바람직한 모델이 되고 있다.
◇ 현지인 차별없이 능력대로, 양질의 일자리 제공
신한베트남은행 직원 1060명 중에 40명을 뺀 나머지는 현지인들이다. 니하 지점장뿐 아니라 이곳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신동민 법인장은 전화교환원 겸 리셉셔니스트였던 한 직원의 이야기도 소개했다. 아버지가 한국인인 '라이따이한'으로 현지 한인 목사의 추천으로 전화교환원으로 일했던 그가 정식 은행원이 됐다. 텔러에서 대리, 지금은 어엿한 부지점장이 됐다.
어떻게 전화교환원에서 은행원으로 채용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신동민 법인장의 답변이 명쾌하다. "일 잘하니까 됐죠. 낮에 전화교환원으로 일하고 밤에는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공부를 했던 친구에요." 신 법인장은 "그 친구뿐 아니라 동남아 국가에서 이들만큼 성실하고 일에 몰입하는 친구들이 없을 것"이라며 베트남인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별없이 능력만 본다?'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출장 당시 호치민 시내 한 기념품 가게를 방문했다. 한 남자 손님 앞에서 몸집이 작은 여성 직원이 어찌할 줄 모르는 분위기다. 그 손님은 가게가 떠나갈 정도로 버럭 소리치며 영어로 "매니저 불러!"라고 하는 게 아닌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갑질의 단골메뉴 '매니저 불러'다. 이어서 들려오는 우리나라 어느 지방의 사투리 말투. 순간 부끄러워졌다.
전후사정을 알 순 없었지만 고압적인 자세로 소리를 지르며 해결할 문제는 아닌듯 보였다. 어쩌면 이런 모습이 우리가 이머징 국가 혹은 조금 못사는 나라에서 흔히 보이는 전형적인 태도가 아닐까. 허영택 신한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은 "보통 이머징국가에 가면 현지직원을 무시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며 "신한베트남은행이 그냥 된게 아니다"며 은근 자랑했던 것이 문득 생각난다. 그만큼 그들을 존중하고 능력에 따라 대우했던 것이 지금의 신한을 있게 한 밑거름이란 얘기다.
▲ 왼쪽 사진은 1995년 6월1일 베트남지점이 처음 영업을 시작한 날로 중앙에 유니폼을 입은 앳된 니하 지점장의 행원 시절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6월1일 고밥지점 개점일에 맨 오른쪽 신동민 현지법인장과 오른쪽에서 세번째 고밥지점의 니하지점장의 모습이다.(사진=신동민 법인장 페이스북 발췌) |
◇ 베트남서 최고로 쳐주는 신한장학금‥'일석삼조' 효과
신동민 법인장은 또 "5년전만 해도 외국계은행 중 1위인 HSBC나 ANZ은행 직원을 스카웃하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최근엔 그런 은행에서 신한은행 직원을 빼앗아 가고 있다"며 "우리 직원들이 완전히 타깃"이라며 행복한 걱정도 털어놨다. 직원 연수나 투자에 아끼지 않았던 영향이기도 하다.
신한이 인재 양성에 기울이는 노력은 신한베트남은행의 장학금제도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한 스칼라십'은 가정형편이 어렵고 성적이 우수한 대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은 물론이고 생활비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이 때문에 베트남에서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신 법인장은 "보통은 한학기 학비로 미화 300~500달러 정도를 주는데 우리는 2000~3000달러로 일년치 학비와 생할비까지 주고 있다"며 "우리가 장학금을 줄 때면 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를 정도"라고 전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20명 정도를 선발해 이 장학금을 줬고, 매해 이들 장학생 중 7~8명은 신한베트남 신입행원으로 채용했다. 이런 장학금 제도는 허영택 부행장이 신한베트남 현지법인장 당시에 만든 것이기도 하다. 출장 전 만난 허 부행장은 "CSR(사회적책임)도 하고, 인재육성도 하고, 또 신한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도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것 아니냐"며 웃음을 지었다.
◇ 스킨십 늘리며 직원만족도 높이고 좋은기업 만들다
함께 등산하는 모습, 파티하는 모습,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모습, 서로 하트날리는 사진 등등.
우연찮은 기회에 신 법인장과 SNS 친구가 된 이후 이 분이 한국분인지 현지인인지 헷갈릴 정도로 신한베트남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자연스레 녹아든 인상을 받았다. 그의 SNS엔 온통 직원들과 함께한 사진들이다.
그는 '스킨십'이라고 표현했다. "오늘(5월31일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은행 주변을 청소하자고 해서 7시에 모여서 청소하고 업무를 시작했어요. 이렇다보니 서로 아주 가까워지는 겁니다."
신동민 법인장은 "같은 외국계라도 웨스턴계의 분위기는 무미건조한데 우리는 가족같은 분위기"라며 이 점이 베트남에서의 강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에서도 후발주자로 시작해서 살아남지 않았느냐"며 "한국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신한의 가치를 만들고, 주인정신, 열정 이런 것들이 더해져 고객중심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기업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것이 신한베트남은행이 베트남에서 위치를 더욱 공고히 다져가는 비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