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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삼바]④과연 고의성 있었나

  • 2018.11.19(월) 14:39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요한 것은 회계기준 위반의 동기다. 증선위가 고의로 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재감리 과정에서 금감원이 확보한 2015년 당시의 삼성 내부문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내부문건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간부와 삼성로직스 간부가 주고받은 이메일, 삼성로직스 재무팀 내부 회의자료들이다. 

 

문건은 삼성 측에 불리한 내용이 상당히 많다. 문건을 보면 2015년 삼성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회계처리 때문에 자산보다 부채가 더 많아지는 자본완전잠식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난다. 삼성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법 편법적인 수단을 검토한 흔적들이 문건에 담겨있다. 바이오사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심을 받을만한 표현들도 많다.

증선위는 삼성측이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회계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했다고 봤다. 즉 고의적인 회계처리를 진행하였다는 이야기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김용범 부위원장(증선위원장)이 증선위 의결 결과를 발표하자, 삼성은 즉각 입장문을 냈다. 회계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증선위 의결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의결 내용에 따르려면 삼성바이오는 조만간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수정 결과는 올해 결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정하지 않으면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주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는 그러나 재무제표 수정을 보류시키기 위해 행정소송과 더불어 증선위 의결 효력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함께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금감원의 지배력에 대한 판단 변화를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감원이 합작계약서(주주 간 약정)를 애초 감리에서부터 세세하게 살폈으면서도 지배력을 단정하지 않다가, 재감리 이후 공동지배로 결론 내린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내부 문건과 관련해서도 논의된 일부 방안들이 위법 편법적 요소를 담고 있어 실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실행된 것은 삼성에피스 가치증가에 따른 지배력 상실이며, 이 같은 회계처리는 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삼성로직스 주식은 증선위 의결 직후 거래정지됐다. 한국거래소는 곧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할 실질심사에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상폐 가능성은 낮게 본다. 시가총액 22조, 일반 소액주주 8만 명 이상의 코스피 상장기업에 미칠 파장을 고려했을 때 상폐까지야 가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어찌보면 삼성로직스 사건은 이제 시작일 수 있다. 내년 초쯤에는 검찰수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삼성의 행정소송 제기도 확실시된다.

 

검찰수사는 과연 2015년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까. 삼성 문건에서 당시 삼성로직스 회계처리와 합병과의 연관성을 추정할만한 표현들이 계속 나오는 것으로 보아, 검찰이 손 댈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최고경영진도 모두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삼성에 미칠 후폭풍이 상당히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삼성로직스 사건이 삼성에 거대한 변화와 파장을 가져올 트리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기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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