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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삼바]③분식회계 중징계 왜?

  • 2018.11.19(월) 14:34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기고

2012년 초 삼성로직스는 미국 바이오젠과 85% 대 15%의 출자 지분율로 합작회사를 세운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삼성에피스)다. 

 

삼성로직스는 삼성에피스를 종속기업으로 분류했다. 압도적인 지분율, 이사회 이사진 구성에서 삼성 측의 우위 등이 이유였다. 두 회사는 바이오젠에게 콜옵션을 부여하는 내용이 포함된 주주 간 약정(합작약정계약)을 맺었다.

바이오젠은 삼성로직스로부터 삼성에피스 지분을 매입하여 지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

 

▲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 브리핑실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삼성로직스는 2012년~2014년 결산까지는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로 분류하였다. 그러다가 2015년 결산에서는 “삼성에피스의 기업가치(지분 100% 기준)가 5조3000억원으로 평가되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에피스를 공동지배기업으로 변경했다.

당시 삼성로직스는 4조5000억원의 평가이익(종속기업 주식처분이익)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였다. 삼성에피스 가치 5조3000억원에다 삼성로직스가 가진 당시 지분 91%를 곱한 값(4조8000억원)에서 삼성에피스 순자산액(3000억원)을 뺀 수치였다. 

 

이 평가이익 때문에 적자기업 삼성로직스는 2015년 결산에서 1조8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러한 회계처리와 관련하여, 금감원이 애초 증선위에서 주장한 분식회계 논리는 이렇다.
 
"2015년 전에 삼성로직스는 삼성에피스를 단독지배(연결) 또는 공동지배(지분법) 중 어느 것으로 처리하여도 된다. 그러나 2015년에 지배력 변동이 발생할만한 요인이 없었다. 즉 처음부터 단독지배였다면 계속 단독지배로, 처음부터 공동지배였다면 계속 공동지배로 처리했어야 했다. 그런데 삼성은 2015년에 고의로 삼성에피스 가치평가를 부풀린 뒤 단독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막대한 평가차익을 반영하였다. 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다." 

 

증선위는 이 같은 금감원의 논리에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2015년 전에 삼성에피스를 단독지배로 보는 게 맞았는지, 공동지배로 보는 게 맞았는지를 재감리를 거쳐 명확하게 결론 내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재감리 뒤에는 삼성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에피스를 바이오젠과 공동지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합작약정계약을 근거로 들었다.

증선위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증선위는 삼성에피스의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차입, 주요 자산 매각 등과 관련하여 바이오젠이 동의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배력을 공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하나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언제부터 높아졌느냐, 즉 콜옵션이 언제부터 실질권리였느냐에 대한 판단이다.
 
삼성은 "2015년 전에는 삼성에피스의 가치가 낮아 콜옵션 가치를 평가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다"며 "2015년에 와서야 바이오시밀러 국내 판매승인, 유럽 판매허가 신청 등 삼성에피스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져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증선위는 그러나 2012년부터 콜옵션은 실질권리였다고 판단했다. 당시의 삼성에피스의 가치를 추정해 보면, 콜옵션 행사로 바이오젠이 얻을 수 있는 지분가치에 비해 삼성 측에 지급해야 하는 지분대금이 아주 낮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행사 가능성이 높은 것(공동지배)으로 처리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성은 회계기준을 위반(분식회계)한 것이고, 2015년에 지배력의 변동(단독지배→공동지배)은 원천적으로 없는 것이 맞으므로 4조5000억원의 평가차익도 재무제표에서 제거해야 한다는 게 증선위의 결론이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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