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브라질 증시가 최근 주춤하면서 투자 시점을 잠시 보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국 증시는 대표적 신흥국 투자처로 꼽히는 만큼 올 한 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지만 연말 정치 이슈와 엇물려 찾아온 불확실성을 잠시 피해가자는 것. 전문가들은 내년 이벤트 향방을 보고 투자 전략을 짜라고 조언한다.
◇ 印·브라질 "요새 왜이래?"
인도와 브라질은 대표적 신흥국 투자처다. 인도는 13억 인구와 낮은 인건비로 중국 보완 시장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어왔다. 브라질은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미중 무역분쟁 속 틈새이익 수혜국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인도 브라질 증시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13일 인도 센섹스 지수는 3만5929.64을 기록, 전일대비 150.57포인트(0.42%) 상승했다. 작년 중순까지 3만을 밑돌았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올 고점에서 6% 이상 빠졌다.
브라질도 비슷하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는 8만7837.59로 13일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860.13포인트(0.99%) 올랐지만 2015년부터 등락을 반복하며 오름세를 기록해오던 것과는 달리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같은 증시 추이는 양국이 안고 있는 단기적 불확실성을 반영했다는 해석이다.
◇ 印, 내년 재정정책 향방 주목해야
인도의 경우 우르지트 파텔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 10일 돌연 사임 의사를 밝혔다. 2016년 취임해 3년 임기를 못채웠다. 표면적 사임 이유로 개인적 사정을 들었지만 정부의 정책 개입이 압력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추측이 무성하다.
인도 정부는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책 은행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잉여금의 중앙정부 이전 등을 요구해 왔다. 인도는 내년 총선을 앞둔 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선거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중앙은행은 독립성 유지와 긴축 정책 추진 등을 이유로 정부 요구를 거절했다.
그러자 인도 정부는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정부가 중앙은행에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을 축으로 한 특별권한 발동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파텔 총리는 부담을 느꼈고, 사임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집권여당이 지난 7일 지방 선거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았고 정부가 선심성 복지정책 추진에 착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정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가는 사달이 날 수 있다는 우려다.
NH투자증권은 "금융시장 신뢰 하락은 인도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루피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추가 이탈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신증권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개별 신흥국이 보유한 잠재적 가능성이 중요해졌다"며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확보한 인도증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브라질, 정부출범 이후 투자 결정해야"
브라질은 올 10월 보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내년 윤곽을 드러낼 경제 정책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상황이다. 보소나루 대통령 당선자는 극우성향의 인물로 '브라질의 트럼프'라고도 불린다. 내달 1일 취임 예정이다.
보소나루 대통령 당선자는 내년 상반기 중 연금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연금 개혁은 브라질 재정 개혁의 핵심으로 꼽힌다. 브라질 통화정책회의는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6.5%로 동결하고 향후 물가안정을 위해 경제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 1월 정부출범 이후 연초 연금개혁 의회 통과 여부가 투자심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입 다변화 정책을 폈고 브라질이 수혜를 입기도 했다"며 "향후 미중 관계가 변할 경우 부담 요소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증권은 "브라질의 경우 공격적 투자보다는 지수 밴드를 활용한 분산투자가 유효하다"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브라질 증시 상승을 견인하겠지만 모호한 민영화 정책과 국수주의 확산 여부는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