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긴축 행보에 글로벌 무역 전쟁까지, 위험자산을 위협하는 악재들이 불거지면서 신흥국 투자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지난해 인기리에 판매됐던 베트남 펀드와 브라질 채권 등 신흥국에 투자하는 금융상품 투자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다.
일부에서는 여전한 성장성이나 저평가 매력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매수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당분간은 신흥국 투자에서 한 발 물러선 채 지켜볼 것을 조언하고 있다.
◇ 좀처럼 반등 못하는 신흥국 증시
전날(27일) 중국 상하이 증시는 2800선 초반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초 1200선에 육박했던 베트남 VN 지수는 960선까지 밀린 상태다.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 또한 5월 중순 이후 가파른 하락세를 탔다.
브라질 채권 금리 역시 5월 초 이후 급격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채권 가격 하락). 브라질 국채 10년물 금리는 9%대 초반에서 최근 12%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신흥국 통화 가치도 급락하면서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신흥국 금융시장 전반이 부진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초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 전반이 호조세를 보이며 신흥국 투자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지만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 성장성 등 전망 밝긴 한데…
베트남이나 브라질 등 특정 신흥국 투자가 각광을 받은 데는 우호적인 증시 분위기에 더해 각국의 성장성이 매력적으로 부각됐고 이 같은 재료는 유효하다. 게다가 최근 가격이 급락하면서 저평가 메리트까지 갖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4%를 기록하는 등 양호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양호한 기업 실적과 정부 정책 기대감도 여전히 증시 상승 모멘텀으로 꼽힌다. 여기에 다른 신흥국 증시보다 일찌감치 조정을 받으면서 밸류에이션 부담도 완화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브라질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처지고 있다. 최근 브라질 중앙은행은 2개월 연속 금리 동결에 나서면서 브라질 경제 회복에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네시아 또한 루피아화 하락과 함께 증시가 조정을 크게 받았지만 완만한 내수 소비 회복세와 정책 모멘텀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 대외 불확실성 걷힐 때까지 '신중'
하지만 최근 글로벌 증시 전반의 부진을 이끌고 있는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미·중간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당장은 보수적인 시각이 줄을 잇고 있다.
KB증권은 28일 "신흥시장을 둘러싼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신흥시장 투자 매력도를 하향 조정했다. 무역갈등 중심에 있는 중국의 경우 내수 방어주 위주 투자가 바람직하고 브라질에 대해서는 리스크 완화 시점까지 보수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베트남의 경우 저평가 요인으로 점진적 반등을 기대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신흥국 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긴축 시기엔 신흥국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신흥국에 대한 변동성과 우려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신증권도 "연초 이후 부각된 신흥국 주식 약세 원인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하게 높아졌던 불안이 완화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중장기 위험 노출도가 낮은 한국이나 중국 정도로 투자대상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