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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 오미크론 등장에 신흥국 투자도 '경고음'

  • 2021.12.01(수) 13:30

최근 중화권 증시·베트남 위주 꾸준한 성장세
오미크론 확산에 신흥국 투자 신중론 급부상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국내 투자자들의 활동 영역이 확대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주식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에 투자하는 'K-머니'의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홍콩, 대만, 베트남 등의 외화증권 투자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인 델타 변이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만큼 아시아 신흥국 투자에도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몸집 키우는 신흥국 투자

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중국(중국B주·R-QFII·후강통·선강통 합산), 홍콩(항셍·항셍차이나기업·항셍차이나대기업 합산), 대만, 베트남 증시의 외화증권 보관잔액은 70억3000만달러(약 8조34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7년 32억7400만달러(한화 약 3조8850억원)에서 2.5배 가량 급증한 것이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에 투자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올해 마지막 거래일까지 한 달 가까이 남아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증가세 면에선 홍콩 증시에 대한 투자가 가장 두드러진다. 국내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 투자 규모는 2017년 15억5500만달러(약 1조8500억원)에서 현재 37억9000만달러(4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도 이에 못지않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베트남 증권은 2억1400만달러(약 2543억원)에서 4억7800만달러(약 5681억원)로 200% 넘게 급증했다.

중국의 경우 시장별로 편차가 있는 편이다. 국내 투자자들이 후강통(상해·홍콩 교차매매)을 통해 거래한 중국 주식 규모는 11억2400만달러(약 1조3400억원)에서 16억5900만달러(약 1조9700억원)로 6300억원가량 증가했지만 지난해 21억3800만달러(약 2조5427억원)와 비교하면 58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선강통(심천·홍콩 교차매매) 투자 규모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3억300만달러(약 3601억원)에서 2019년 3억6400만달러(약 4326억원)로 21% 가량 늘었고 지난달 말 현재 9억1500만달러(약 1조900억원)로 2년 새 150% 넘는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오미크론 변수 부상에 '빨간불' 

이처럼 아시아 신흥국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와중에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가 등장했다. 델타 변이의 파급력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의 확산 공포가 글로벌 증시에 거대한 충격파를 주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시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 증시 대비 더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선진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의 온도차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연출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MSCI 선진국 지수는 3200포인트 부근에서 3130포인트대까지 떨어진 뒤 지난 29일 3150선을 넘어서며 일정 부분 낙폭을 줄였다.

반면 MSCI 신흥국 지수는 이틀 연속 미끄러지며 1253.15포인트에서 1218.99포인트까지 내려왔다. 지수 내에서 유의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 가권지수 등이 하락한 여파다.

증권가에서는 오미크론이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미국 외 시장에 더 충격이 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한해 랠리를 이어온 미국 증시는 원래 조정이 예상된 상황이지만 그외 시장에서는 지수의 추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출현이 미국과 미국 외 증시 간 미치는 영향력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나 나스닥 등 미국 증시는 과열 부담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조정 국면 진입이 자연스러운 시점이지만, 그 외 증시는 추가 하락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외 시장 중에서도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 대한 투자는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과거 델타 변이로 촉발된 코로나19 4차 대유행 당시에도 선진국 대비 신흥국 증시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데다 봉쇄 조치 등으로 인해 증시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지표 등도 단기적으로 둔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재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 증시의 선진국 대비 수익률 상회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내년 초 이후로 미뤄두는 것이 적절하다"며 "지난 7~8월 델타 변이발 코로나 4차 대유행 당시 신흥국 증시는 11.2% 하락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강 연구원은 "현재 신흥국 증시는 단기적 저가 매수 매력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추세적 상승장이 형성되려면 주요국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이번 재확산세가 진정되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흥국 증시의 추세 상승에 대한 기대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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