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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공매도로 '빌리언스'

  • 2019.10.10(목) 15:40

미드 속 월가 공매도 전략 '흥미진진'
한국은 폐지론까지 나오는 이유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는 2016년 시즌 1을 시작으로 올해 시즌 4까지 방영한 인기 드라마죠.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거래 세계를 다룬 드라마로 내년 시즌 5 방영도 예고했습니다.

이 드라마는 헤지펀드 회사 대표이자 억만장자인 보비 액설로드(데미안 루이스 분)와 그의 불공정 거래 의혹을 파헤치는 뉴욕의 미연방 검사 척 로즈(폴 지아마티 분)의 대결이 핵심 줄기입니다.

신문 배달부로 가난하게 살던 소년이 자수성가로 성공해 금융 권력을 쥔 보비 액설로드와 부자 아버지를 두고 금수저로 살아 온 검사 척 로즈의 권력 싸움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중간중간 보비 액설로드의 투자 방법과 원칙들이 고스란히 대화에 담겨 금융에 관심이 많은 분께는 재미가 더 큽니다. 특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많은 투자 기법 중에서도 보비 액설로드가 즐기는 것이 공매도입니다.

보비 액설로드 : 단기적으로 루머섬의 주가를 올리려는 속셈이야. 카자위츠가 빠질 때 항상 하는 짓이지. 그 대규모 거래는 카자위츠가 루머섬에서 손을 털려고 했던 거야. 너도 공매도 쳐. 소문이 퍼지면 32달러 정도로 떨어질 거야.

보비 액설로드가 펀드 매니저에게 지시합니다. 카자위츠가 루머섬 관련 대규모 딜을 성사한 것에 대해 펀드 매니저가 주가가 오를 것으로 해석하자, 반대로 발을 빼기 위한 장치라고 판단하고 공매도를 주문하죠.

펀드 매니저 : 사장 말이 맞았어요. 루머섬 파워 맞히셨어요. 31.19달러에 샀어요. 32달러로 보셨지만 저는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기다렸어요.
보비 액설로드 : 너는 방금 회사에 1800만달러 벌어준 거야.
미국 드라마 '빌리언스(Billions)'. 출처=공식홈페이지

짧은 대화에서도 궁금한 것투성이시라고요? 공매도에 대한 모든 것을 찬찬히 살펴보죠.

'우선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버는데 대체 떨어지길 기다린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고요?'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사용하는 투자 기법인데요.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주식이 하락했을 때 싼값에 사서 갚는 투자 전략입니다.

즉, 보비 액설로드가 "공매도 쳐"라는 주문에 펀드 매니저는 바로 루머섬 주식을 빌려서 팔고,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31.19달러에 사서 주식을 갚은 거죠. 결국 회사는 돈을 들이지 않고 차익인 1800만달러를 번 거고요.

'돈도 없이 주식을 팔고 사는데 불법이 아닌가요?'

공매도는 합법입니다. 공매도는 주식시장 유동성을 높이고 개별종목의 가격 형성 등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정상적인 투자 기법입니다.

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더 빠르게 주가 하락을 이끄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선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의 공매도로 주가 불안정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며 폐지 혹은 규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의도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부작용이 더 많은 건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선 공매도 비중도 낮은 편입니다. 지난 1분기 기준 국가별 공매도 비중은 미국 39.6%, 일본 36.6%, 홍콩 13.7%, 한국 6.4%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공매도 규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선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판 후에 사서 갚는 무차입 공매도도 허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식을 빌려서 유가증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되파는 차입 공매도만을 허용합니다.

또 단시간 내에 시장 불안정성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업틱룰 조항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규제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요?'

공매도로 인한 가격 변동성이 크다 보니 개인투자자의 피해 사례가 계속되고 있고요. 투자자 보호 측면이 강조되다보니 공매도 이슈가 지속되는 겁니다.

또 공매도를 악용하거나 무차입 공매도나 업틱룰 예외조항 등을 이용해 불법 거래를 하는 경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감시와 제재도 쉽지 않은 편입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전반을 살펴 공매도 폐지보다는 제재 강화 등 제도 개선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하니 공매도의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시장에서 더 부각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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