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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컬처]'이태원 클라쓰' 속의 상가임대차보호법

  • 2020.02.28(금) 16:27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되나요?"
포차 건물 놓고 임대인과 임차인 갈등

드라마, 영화, 뮤지컬, 도서, 동영상 콘텐츠 등 문화 속 다양한 경제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콘텐츠 속에 나오는 경제 현상이 현실에도 실제 존재하는지, 어떤 원리가 숨어있는지 궁금하셨죠.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최근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SKY캐슬'에 이어 방송국 드라마 시청률 2위 드라마라는 기록을 썼습니다. 아직 드라마가 중반이지만 극 중 캐릭터들 간의 갈등 관계가 고조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요식업계 1위인 장가의 장대희(유재명 분) 회장과 악연인 박새로이(박서준 분)가 각자의 방식으로 장사를 하고 그 가운데 발생하는 갈등 관계를 그립니다.

박새로이의 목표는 장가를 무너뜨릴 만한 최고의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것인데요. 겨우 창업을 하자마자 장 회장은 박새로이가 차린 포차의 건물을 사들여 내쫓고 맙니다.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포스터.

◇ 매년 5%까지 임차료 인상 가능

박새로이(박서준 분) : 5% 월세 인상을 요구한다네. 
최승권(류경수 분) : 계약 위반 아니에요. 너무 많이 올리는 거 아니에요?
박새로이 : 그보다 곤란한 건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나가줬으면 한다네. 
오수아(권나라 분) : 계약 기간이 얼마나 되는데?
박새로이 : 계약을 승계받은 거라 반년이면 끝나. 
오수아 : 월세 인상은 법적으로 문제없어. 해마다 최대 5%까지 올릴 수 있거든.

자 여기서 먼저, 5% 월세 인상 정말 법적으로 가능한가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이나 임차인이 월세나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증액의 경우 청구 당시 월세나 보증금의 5%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5%를 인상한다 해도 전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거죠.

그런데 주변을 보면 갑자기 월세가 너무 올라 더 이상 장사하기 힘들어서 가게를 빼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죠. 잘되던 음식점이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는 임대료 인상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요.

5% 이상 인상이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임대차 계약이 종료한 후 재계약을 하는 경우에, 혹은 임대차계약 종료 전이라도 당사자의 합의로 증액하는 경우에는 5% 이상 인상이 가능합니다.

◇ 최소 5년까지 연장 가능한 임대차보호법

마현이(이주영 분) : 계약 기간 끝나면 법적으로 반드시 나가야 해요?
오수아 : 갱신 요구하면 계약유지는 할 수 있어.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잖아. 임대차보호법이라고 5년까지 보호받을 수 있을거야. 근데 새로운 건물주가 본인이 장사한다는 게 걸리네. 
조이서(김다미 분) : 저도 그게 걸려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건물주가 장사한다고 나가라고 하고 권리금도 자기가 챙기겠다는 속셈이죠.
최승권 : 권리금이 억대인데 그게 무슨 소리야
오수아 : 남은 계약 기간 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별수 없어. 계약 종료 3개월 전까지는 법적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는 있지만…
마현이 : 그냥 나가라는 거네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2018년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 개정 전인 2018년 10월16일 이전 임대차계약은 5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거죠.

◇ 권리금 없이 임차인 내쫓고 건물주가 영업?

장대희(유재명 분) :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게 좋을 거야. 권리금이라도 챙기려면. 
박새로이 :  지금 권리금 때문에 이러십니까.
장대희 : 임대차보호법이니 뭐니 해도 내가 못할 게 뭐가 있겠어. 법정에서 싸우면 누가 이길까. 재판 중 장사는 어떻고. 벽 허물고 구조변경도 했던데 원상복구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장가 회장인 장대희는 임대차보호법을 모르는 걸까요. 어떻게 뻔뻔하게 임차인을 내쫓을 수 있는 거죠? 왜냐하면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갱신을 요구하더라도 특별한 경우에는 임대인이 거절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임을 연체하거나, 임대인 동의 없이 건물을 전대한 경우, 파손한 경우 등의 경우엔 거절이 가능합니다.

장대희는 박새로이가 영업을 위해 건물의 구조 변경을 한 것을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고 여차하면 원상복구까지 요구하겠다는 겁니다. 오히려 계약 만료 전에 나가지 않으면 권리금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박새로이를 내쫓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지난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권리금도 부담하지 않은 채 임차인이 영업하던 상가를 건물주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의 부당한 임대 관행을 깨는 대법원판결이 나왔습니다.

임차인이 자신이 주선한 새 임차인과 계약을 하지 않아 권리금을 손해 봤다며 건물주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법원이 임차인의 손을 들어준 건데요. 상가임대차법에서는 상가 임대인은 임차인이 자신이 주선한 새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되고, 방해한 경우에는 권리금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경우에 이 역시 법적 싸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이태원 클라쓰'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 안에서 두 사람의 악연과 갈등이 계속 그려진다고 하니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가 더욱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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