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삼성과 미래에셋, 신한운용이 잇달아 진입하면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ACE KRX금현물' 상품으로 주도해 온 시장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은 조만간 출시할 금현물 ETF 수수료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삼성·신한 '국제 금 가격', 미래 '국내 금 가격' 추종 ETF 출시
12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은 오는 17일 'KODEX 금 액티브'와 'SOL 국제금'을 각각 상장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4일 'TIGER KRX금현물(가칭)'을 통해 시장에 뛰어든다.
국내 금 ETF 대다수는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가운데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금현물'이 현물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ACE KRX 금현물'은 올 초부터 지난 9일까지 12.2%의 수익률을 올린 가운데 순자산총액도 연초 6275억원에서 1조2667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자산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먼저 금 현물 시장 판도를 흔들 예정이다. 'KODEX 금 액티브'는 세계 최대 금 시장인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의 국제 표준 금 현물 ETF 등을 담은 재간접 형태의 ETF다. 'SOL 국제금'은 KEDI국제금현물가격지수를 추종하며 삼성 상품과 마찬가지로 다른 금 현물 ETF를 담는 재간접 ETF다.
각 운용사는 이들 ETF가 국내 금 수급의 영향을 받지 않아 '김치 프리미엄' 위험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 국내 금 품귀현상이 지속되던 지난 2월 국내 금 프리미엄(국제 금 가격과의 차이)은 20%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 2월 14일 1g당 국내 금 가격(KRX금 99.9_1㎏ 기준)은 16만3530원으로 국제 금 가격(13만6130원) 대비 20.1%나 높았다.
당시 'ACE KRX금현물'의 괴리율(금의 가치와 ETF 가격 차이)이 커지면서 투자자 주의보가 일었다. ETF 괴리율이 1%가 넘으면 운용사는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데, 당시 무려 11거래일간 연속으로 괴리율 초과가 발생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품은 한국거래소(KRX) 금현물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기존 'ACE KRX 금현물'과 유사한 구조다.
금 현물 ETF 경쟁으로 '수수료 인하' 본격화
세 곳의 자산운용사가 금 현물 ETF 시장에 참여하면서 수수료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 유일한 금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의 총보수는 연 0.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독점 구조가 높은 수수료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금현물 ETF 독점 구조에 따라 수수료 수익도 상당한 가운데 올해 초 김치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유동성공급자(LP)의 차익도 컸다"며 "소비자들만 ETF를 비싸게 매입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선물 ETF의 경우 현물 ETF와 달리 롤오버(만기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선물 ETF의 수수료가 현물 ETF의 수수료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ACE KRX 금현물' 총보수(0.5%)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골드선물' 총보수(0.68%)보다 낮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골드선물' 총보수(0.39%)를 훌쩍 웃돈다.
이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KRX금현물' 수수료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운용의 'KODEX 금 액티브'와 신한운용의 'SOL 국제금' 수수료도 'ACE KRX금현물'의 60% 수준인 연 0.30%로 책정했다. 하지만 두 상품은 국제 금 가격을 추종하는 다른 ETF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기존 ETF(피투자펀드)의 수수료가 '숨겨진 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