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신탁운용이 결국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다. 올해 초 경쟁사들이 미국 대표지수 ETF 수수료를 극단적으로 낮추는 가운데서도 한투운용은 수수료 인하 정책에 줄곧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운용이 금현물 ETF 수수료를 한투운용의 30% 수준으로 낮추면서 대표 상품 라인업에 균열이 생긴데다, 전체 순자산총액에서도 3위권 다툼을 벌이던 KB자산운용에 역전당하면서 보수 인하 카드로 반전을 꾀하는 모습이다.

독점하던 금현물 ETF... 경쟁 체제에 보수 인하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투운용은 이날부터 ACE KRX금현물 총보수를 0.50%에서 0.19%로 낮췄다. 미래에셋운용이 지난달 24일 TIGER KRX금현물을 출시하면서 총보수를 0.15%로 책정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한투운용이 금현물 ETF 시장을 독점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삼성운용과 신한자산운용, 미래에셋운용이 지난달 각각 KODEX 금액티브와 SOL 국제금, TIGER KRX 금현물을 신규 상장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국제 금 가격을 추종하는 KODEX 금액티브와 SOL 국제금의 총보수는 0.3%이며, ACE KRX금현물과 구조가 동일한 TIGER KRX금현물은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의 30% 수준인 0.15%다.

실제로 이달 한투운용은 미래운용에 금현물 ETF 유입액을 상당부분 뺏긴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ACE KRX금현물 순자산증가액은 365억원으로 TIGER KRX금현물(355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투운용은 금현물 ETF와 함께 미국과 국내 대표지수 보수도 낮췄다. ACE 미국S&P500과 ACE 미국나스닥100의 수수료도 0.07%에서 0.0047%, 0.07%에서 0.0062%로 각각 내렸다.
이미 대형운용사들은 해당 상품 보수를 올초 낮췄다. 미래에셋운용은 지난 2월 6일 TIGER 미국S&P500과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7%에서 0.0068%로 인하했다.
바로 다음날 삼성운용도 유사상품인 KODEX 미국S&P500과 KODEX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099%에서 0.0062%로 내렸다. 이후 KB운용이 RISE 미국S&P500와 RISE 미국나스닥100의 총보수를 0.01%에서 각각 0.0047%, 0.0062%로 인하했다.점유율 3위 위협 속 국내 대표지수 ETF 보수도 인하
당시 삼성, 미래에셋에 이어 ETF 순자산총액 3위 운용사였던 한투운용의 배재규 대표는 "ETF 시장에서 운용사 간 보수 경쟁은 자제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보수는 시장의 질서를 해칠 수 있다"며, 보수 인하 움직임에 동참할 뜻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5개월여 동안 한투운용의 대표 라인업인 금현물 ETF 시장 경쟁 강도가 높아졌고, 특히 전체 순자산총액 순위에서도 변동이 나타나면서 결국 보수 인하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투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지난 2023년말 5조9179억원에서 2024년말 13조1991억원으로 123%가량 성장했다. 2024년 한해 동안 시장 성장률(41.2%)을 3배 웃돌며 KB운용(13조1260억원)을 제치고 순자산총액 3위에 올랐다.
이러한 흐름은 올 상반기까지 어느정도 유지됐지만 최근 국내증시 호조 속에 한투운용의 성장세는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둔화됐고, 결국 KB운용에 재역전당했다. 지난 15일 기준 KB운용의 순자산총액은 17조1895억원, 한투운용은 16조7337억원이다.
이에 한투운용은 금현물, 미국 대표지수 ETF외에도 국내 대표지수 보수도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패키지 전략을 꺼내들었다. 한투운용은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ACE 200, 코스피200에 투자하면서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ACE 200TR에 대한 보수를 0.017%, 0.01%로 낮췄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는 0.15%, KODEX 200TR은 0.05%이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과 TIGER 200TR은 각각 0.05%, 0.09%다. KB자산운용의 RISE 200은 한국투자신탁운용과 같은 0.017%다.
이상원 한국투자신탁운용 상품전략본부장은 "이번 보수 인하는 회사 이익 추구보다는 전적으로 투자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며 "향후에도 투자자의 장기 자산 증식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 ETF 운용 철학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