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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스타트업 이야기]B2B에서 D2C로…양손잡이 스타트업들

  • 2020.12.07(월) 13:42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비대면 식료품 배달 및 픽업서비스 '치타(Cheetah)'는 올해 4월 36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로써 치타는 2015년 첫 투자를 받은 이후 올해까지 총 6600만달러(약 72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회사 측에서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은 1억8000만달러(약 2000억원)라고 알려져있다.

치타의 최근 투자 유치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B2B를 본업으로 하던 서비스가 D2C(Direct to Consumer. 소비자 직거래) 서비스를 론칭하자마자 거래액이 80%나 급격히 늘어나며 위기를 돌파하고 투자유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2014년 설립된 치타는 주로 음식점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온라인으로 편리하게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B2B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약 3000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COVID-19로 인해 레스토랑 영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치타 역시 위기를 맞았다.

치타는 재빠르게 일반 소비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피봇(Pivot, 사업 전환)하면서 소비자들이 치타 앱으로 장을 보고, 특정 드라이브스루 픽업 장소에서 장바구니를 픽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식료품 배달 플랫폼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지만 치타의 피봇이 성공한 배경엔 수년 간 B2B를 통해 구축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있다. 치타는 이미 장보기 편리한 앱은 물론 비용을 줄여 도매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축한 공급망, 콜드체인, 물류, 배송시스템 등을 갖추고 있다.

수년간 B2B를 통해 구축한 인프라 덕분에 화장지 사재기 등으로 생필품 구매가 어려워진 상황에도 치타앱을 통하면  화장지, 생수 등을 심지어 싸게 구매할 수도 있다는 소비자들 후기도 있었다. 치타가 D2C 서비스를 론칭하자마자 8주만에 월 매출 100만달러를 돌파한 것은 그런 점에서 우연이 아니다. 

또 아마존 등 기존 강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것도 성공적이었다.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아닌 드라이브스루 픽업장소에서 소비자가 픽업하는 것을 통해 아마존 서비스 가능 지역이 아닌 곳의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소비자가 직접 픽업하므로 배송료가 절감되는 것은 당연하다. 

B2B와 B2C는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고 흔히들 얘기한다. B2B는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역량과 장기간 안정적인 거래가 가능한지 여부 등이 중요하다. 소매업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급 가격 경쟁력은 당연히 갖춰야할 조건이다.

D2C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조금 다르다. 치타처럼 도매업자들과 동일한 가격 혜택을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제공하는 등 이미 경쟁이 치열한 만큼 차별화된 마케팅이 필요하다. 

국내에도 B2B 비즈니스를 통해 공급자 우위의 정보와 전문성을 갖추고 D2C 서비스를 시작해 성장하고 있는 곳들이 최근 눈에 띈다.

'도쉬(DOHSH)'는 포항 죽도시장에서 30여년간 수산물을 판매해오고 있는 경동수산이 론칭한 온라인 수산물샵이다. 수십년간 운영해온 가업을 통해 쌓은 전문성과 공급 역량을 온라인으로 옮겼다. DOHSH의 온라인몰은 여느 수산물업체와 좀 다르다. 언뜻 보면 해외 식재료를 수입 판매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세련된 브랜딩과 마케팅 스토리를 담고있다. 오프라인 수산시장과 달리 고급스러운 포장과 로고까지 더해져 과메기를 달리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린다. 

온라인 정육점 '고깃간'도 창업자가 수도권 최대 규모 축산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가업에 영향을 받아 창업한 회사다. 고품질의 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합리적 가격에 일반 소비자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D2C로 옮겨왔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 정육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이에 따라 고깃간은 이용자 중 30대~40대 1인가구, 캠핑족 등이 많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들이 좋아할 만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프리미엄 스테이크 커팅을 한우에 적용해 필레미뇽, 샤또브리앙 등 독특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고기 두께를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판매페이지에 레시피를 제공해 이를 통해 고객을 유입시키기도 한다. '사진에 반해 나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른다' 할 정도로 먹음직스럽고도 예술적으로 촬영한 고기 사진도 특징적이다. 

B2B와 D2C 역량을 둘 다 갖추는 것은 마치 양손잡이 만큼이나 흔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치타가 오랜 기간 B2B 사업을 통해 갖춘 역량을 D2C에 맞게 재빠르게 적용하면서 ‘COVID-19 데스밸리’에 발목이 묶일 뻔한 위기를 급성장 기회로 만들어낸 것처럼 양손잡이가 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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