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도 스타트업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컨설팅과 사무실 제공은 물론 계열사와 협업부터 직접 투자까지 지원 방식도 다양하다.
올해는 지원 대상도 더 넓어졌다. 기존엔 계열 금융회사와 직접 협력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 위주였다면 올해는 ESG 스타트업들이 새롭게 지원 대상에 올랐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복 수혜 우려도 나온다. 이미 여러 기업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을 다시 지원하면서 본래 취지를 흐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융그룹 스타트업 지원 스타트
올해 가장 먼저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곳은 신한금융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 공고를 내고 지난달 지원 대상 선정을 마쳤다. 신한금융이 올해 지원하는 스타트업은 총 32개사로 지난해 상반기 36개사와 비슷한 규모다.
KB금융도 지난 1월 'KB스타터스' 공고를 내고 22개사를 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상반기 9개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었다.
우리금융 역시 이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디노랩' 모집 공고를 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 디지털혁신부 관계자는 "지난해 15개 기업을 지원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선발할 예정"이라며 "양적 발굴보다는 실질적인 동반성장을 추구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도 예년 수준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매년 6월즈음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원큐 에자일랩 기업을 선정한다"면서 "올해도 그 일정대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융그룹들은 스타트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컨설팅과 사무공간 제공은 물론 계열사와 협력과 직접 투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 스타트업 지원도 ESG 바람
올해는 ESG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그동안 직접 협력할 수 있는 핀테크나 데이터, AI, 헬스케어 등을 위주로 지원 대상을 꼽았다면 올해는 ESG 스타트업들이 새롭게 대상에 올랐다.
실제로 신한금융은 폐플라스틱과 제철 부산물을 활용해 건축 및 토목제품을 개발하는 '이옴텍'을 ESG분야 스타트업으로 선정했다.
KB금융 역시 건물 에너지 절감사업을 하는 '나인와트'와 사회적 비용절감 차원에서 비대면 일자리 매칭을 추진하는 '웍스메이아', 영유아 발달지원 사업을 영위하는 '파이브센스' 등을 ESG 분야 스타트업으로 선정했다.
현재 공고를 진행 중인 우리금융 역시 ESG 스타트업을 선발하기로 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ESG는 최근 금융지주의 주요 경영전략"이라며 "ESG 경영전략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관련 스타트업도 지원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 스타트업엔 꿈의 기회…중복 수혜 아쉬워
금융그룹의 지원은 스타트업엔 말그대로 '꿈의 기회'다.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금융그룹들은 다양한 계열사는 보유하고 있어 협업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정부의 K뉴딜 정책에 따라 직접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스타트업들에겐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실제 4대 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직접 투자 규모는 매년 늘고 있는데 올해는 200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그룹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합류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신한금융이 올해 초 진행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엔 총 622개가 지원해 경쟁률이 20대 1에 달했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경쟁률이 11대 1에 달했고, 공고 일주일만에 80개넘는 스타트업들이 지원했다.
그러면서 금융그룹 입장에선 '옥석가리기'가 더 중요해졌다. 지원 대상을 무한정 늘릴 순 없는 만큰 성장성을 비롯한 먼 미래는 물론 빠른 시일 내에 직접적인 성과를 내는 스타트업을 찾는 게 중요해졌다.
금융지주 한 스타트업 지원부서 관계자는 "지원하는 스타트업 수가 워낙 많다보니 옥석가리기가 중요해졌다"면서 "특히 최근에는 직접 협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먼저 눈이 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눈에 띄는 특정 스타트업들이 여러 기업으로부터 중복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그룹들 역시 애초 취지였던 혁신성장과 유니콘 기업 발굴 등 모험보다는 안전을 우선시 한다는 얘기다.
실제 KB금융이 이번에 선발한 스타트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현대자동차 사내벤처와 기업은행 스타트업 육성기업, 삼성전자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출신 스타트업들이 포함됐다. 신한금융 역시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신한카드를 비롯해 한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출신 등이 포함됐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미 시장에서 인정을 받은 스타트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는 진짜 스타트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