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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스타트업 이야기]여행업, 위기지만 기회는 있다

  • 2020.11.26(목) 14:34

숙박 공유 스타트업 에어비앤비(Airbnb)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 여행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놀랍지만, 3분기 흑자전환한 내용을 담은 IPO 사업설명서 내용을 보면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어 또 한번 놀라게 된다.

COVID-19로 전세계 여행업계가 타격을 입은 가운데 올 2분기 숙박일수는 전년동기 대비 80%나 줄었지만, 3분기는 전년대비 70% 수준으로 회복했고 영업이익은 플러스다.

에어비앤비의 빠른 회복은 내수여행 수요 증가, 근거리 여행 증가, 소도시 여행 증가, 장기숙박(28박 이상) 증가 등 덕분이다. 국내 시장은 어떨까. 국내 최대 여행사가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등 여행업 전반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투자업계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COVID-19로 한창 시장이 위축되어있던 올 7월 트래블테크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총 400여억원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했다. 기존 여행사들과 달리 시장 및 거시경제 상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점이 인상적인 서비스다.

COVID-19이라는 예상외의 변수에만 주목해 여행업에는 투자할만 하지 않다고 단정짓기 보다  여행의 패턴이 달라지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행 관련 스타트업들의 최근 지표를 보면 COVID-19로 인한 일시적인 수요 증가를 넘어 이용자들의 니즈 변화가 보인다.

국내 공유 숙박 플랫폼 '미스터맨션' 주요 타깃은 은퇴 전후 연령대의 소비자들이다. 2000년대 초반 다음 카페 등을 통해 여행 정보를 얻고 활발히 이용하던 계층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들은 앱 사용은 익숙치 않으나, 포털 검색을 통해 정보를 검색하는데는 비교적 자유롭다. 과거에는 최대한 많은 곳을 빠르게 돌아보는 방식의 여행을 선호했다면, 이제는 시간 여유가 많아진 만큼 느긋하고 여유있게 돌아보고 싶어 하지만 이에 적합한 장기숙박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직 많지는 않다.

미스터맨션이 올초 자사 서비스를 통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평균적인 여행기간이 '일주일 이상~한달 이내'라고 답한 비중이 33.3%로 가장 높았고, '한 달 이상'이 23.8%로 그 뒤를 이었다.

이들은 네이버카페 등을 통해 직거래로 장기숙소를 구하기도 한다. 주로 제주도, 강원도 등에 개인이 소유한 독채 펜션이나 주택 등을 찾는다고 한다. 신뢰도 측면에서 리스크가 높은 거래방식 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같은 방식으로 장기숙소를 찾는 것은 에어비앤비와 같은 앱 중심의 숙소예약 플랫폼에 익숙치 않은데다 기존 여행사들의 패키지 상품은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여유롭게 장기 숙박을 하고자 하는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부족하다.

또 주거의 유연성을 원하는 밀레니얼세대를 공략하는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원하는 곳에 한 달 살아보기를 실천하고자 하는 이들은 앱 사용엔 익숙하지만, 일주일 이상 장기숙박을 이용할 경우 이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다. 이들을 공략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달 살기'의 경우 기존 부동산 임대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단기 매물을 활용해 이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제주, 강원도 등 소도시에서 한달 살기를 실천에 옮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달살기' 측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상당수는 이직하는 과정에 있거나, 혹은 프리랜서 등 고용형태로 인해 이동이 자유로운 이들이다. 또, 부동산 시장 변화와도 맞물려 집을 소유하거나 전세 등 장기임대를 하는 것보다 원하는 곳을 주거지로 택할 유연성을 보다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성향이 여기에도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기 임대와 장기 숙박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서비스들의 성장성이 유지될까 하는데 있어서 우려가 없지는 않다. COVID-19로 인해 일시적으로 국내 여행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고 한국의 기업문화를 고려할 때 재택근무가 향후에도 가능할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적 변수보다는 소비자의 여행 목적과 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고, 이에 빠르게 대응하는 신흥 강자가 나타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당분간 여행업 관련 스타트업이 투자받기 어렵다는 것은 오해다. '여행'의 정의를 새롭게 내리고, 소비자가 꿈꾸던, 그러나 여러 이유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을 실현시켜줄 서비스가 필요하다.

‘삼시세끼’, ‘효리네 민박’, ‘여름방학’처럼 별 다른 장치나 스토리가 없는 조용하고 심심한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이 쏠린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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