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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정의 스타트업 이야기]뷰티산업에 뛰어든 테크 기업

  • 2020.10.26(월) 14:20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에게 미국에서 주목하는 뷰티 스타트업을 꼽으라면 상당수가 망설임 없이 글로시에(Glossier)를 뽑을 것 같다. 지난해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받으면서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뷰티 스타트업이다. 

글로시에는 스스로를 화장품 회사라고 설명하지 않는다. '뷰티 산업을 하는 테크 회사'라고 말한다. 물론 그 배경엔 실리콘밸리 특유의 속성도 있긴 하지만, 제품 개발에 앞서 데이터 분석을 중시하는 것과 연관이 깊다. 

글로시에는 특이하게도 미국 소비재 기업으로는 드물게 아마존에서 살 수 없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면, 글로시에가 아닌 판매자가 아마존을 통해 정가보다 비싼 가격에 일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뉴욕과 LA에 쇼룸을 운영하는 것 외엔 오프라인 매장도 없다. 공식 홈페이지(glossier.com)가 주요 판매 채널이다.

글로시에는D2C(Direct-to-Consumer, 소비자직접판매) 관계를 정립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D2C란 타 유통 플랫폼이나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회사가 소비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방식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에 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나은 가치를 제안 받는 등 좋은 소비 경험을 누릴 수 있다. 글로시에가 D2C를 고집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글로시에의 전신은 패션지인 보그 매거진 인턴으로 일하던 창업자가 운영하던 '인투더 글로스(Into the Gloss)' 블로그다. 시작은 보그에서 일하면서 유명인들로부터 직접 들은 뷰티 관련 팁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메이크업 등에 대해 캐주얼하면서도 좋은 정보가 될만한 글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블로그 방문자가 늘면서 월 방문자 150만명에 달했고, 수년간 블로그 운영을 통해 쌓은 데이터와 정보를 기반으로 '글로시에'를 창업했다.

2015년 첫 제품인 클렌저를 출시하기 전 블로그에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클렌저는?"이라는 질문을 던졌고, 방문자들이 남긴 1000여개 답변을 분석해 고객들이 원하는 클렌저를 내놓았다. 화장품 회사들이 일반적으로 제품 출시 후 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유입시키고, 매출을 통해 고객 반응을 해석하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블로그는 단지 제품 출시 전 시장 조사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블로그는 고객과 소통하며 그들을 팬으로 만든다. 글로시에 측의 분석에 따르면 블로그 구독자들이 그렇지 않은 소비자에 비해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40% 이상 높다고 한다.

실제로 글로벌 분석기관인 CB인사이트가 글로시에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인투더 글로스' 블로그를 통해 '글로시에' 제품 출시를 발표한 2014년말 포스팅 이후 블로그 방문자 수가 200만명에서 300만명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글로시에 홈페이지 방문자 유입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도 '뷰티 산업을 하는 테크 스타트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멜릭서(Melixir) 역시 주요 판매 채널은 자사 홈페이지다. 자사몰을 통해 유의미한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제품에 빠르게 반영하고 있다. 제품을 출시한 이후 마케팅과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제품을 내놓는 것이 글로시에와 멜릭서의 공통점이다. 

기존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이미 완성된 제품에 대해 디지털 마케팅을 하는 것과 달리 멜릭서는 제품 생산 전 디지털 마케팅을 집행한다. 토너, 수분크림 등 제품군에 대한 콘텐츠를 준비해 잠재고객군이 어디에 반응하는지 A/B테스트를 실시한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를 근거로 제품 라인업을 하나씩 확대해나가고 있다. 

제품에만 주력하지 않고 사용자에 주목하고, 판매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용자 관여(engagement)에 주목한 것이 글로시에가 말하는 성장 비결이다. 웹사이트가 단지 제품 구매 만을 위한 쇼핑 종착지만이 아니라 가치를 제안하고 뷰티 관련 정보와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는 하나의 디지털 상품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뷰티는 전세계적으로 45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이며, 6년내 7500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시장 규모가 큰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차별화 없이 성장도 없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뷰티업계에서 새로운 브랜드가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의 감정에 깊이 관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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