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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이 자문을?…'천태만상' 불법 리딩방에 개미만 '피눈물'

  • 2021.05.06(목) 16:00

증권사 빙자 허위 영업에 회사 포섭 시도까지    
당국, 제도 개선·단속 강화…"투자자 현혹 근절"

금융당국이 유사투자자문업체, 일명 '리딩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지만 음지에서 불법 영업 행태가 여전히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을 울리고 있다.

글로벌 유수 투자은행(IB)과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거나 투자금으로 상장사 지분 취득에 나서겠다는 등 근거 없는 감언이설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투자자 A씨가 리딩방 영업사원한테 받았다는 사진. 마치 월 몇천만 원씩 벌 수 있을 것 같은 현혹적인 문구를 담아 유료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각색

◇리딩방 전화에 몸살…'확인 안 되는' 영업 기밀

최근 회사원 A씨는 B리딩방 영업사원들의 잇따른 전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은 업무 시간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해 투자자문 계약을 강권한다. 통화 상 내용은 제대로 확인하기조차 어렵다. 

A씨는 지난해 상승장에 올라타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고 싶은 마음에 한 리딩방과 계약을 체결한 뒤 해당 업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수익은커녕 2000만원이 넘는 손실만 봤던 터다. 

가뜩이나 리딩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제는 영업사원이 해외 유명 증권사까지 들먹거리면서 자꾸 연락을 하니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여 금융감독원 민원까지 고민하고 있다.

A씨는 "투자 상담 신청조차 하지 않은 업체에서 어떻게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고 연락하는지 의문"이라며 "JP모건과 같은 해외 대형 증권사와 자문 계약을 맺고 투자 정보를 준다고 하는데 황당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B리딩방 직원에게 언제 계약을 체결해 어떤 방식으로 소스를 받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해당 직원은 '회사 기밀'이라는 이유로 자사 유료 회원이 되지 않는 이상 언급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실제 비즈니스워치가 B리딩방 사이트에 들어가 JP모건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봤지만 확인이 되지 않았다. 기자임을 밝히고 통화를 시도해 자문 계약 사실 여부를 문의했지만 업체 직원 중 한 명인 듯한 남성은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곧바로 끊어버렸다.

또 다른 개인투자자 C씨도 D리딩방으로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C씨에게 사전에 특정 상장사에 기술 개발이나 특허 취득, 대규모 단일 판매 및 공급계약 체결 등과 같은 호재성 이슈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내용이 공시나 보도자료 등을 통해 발표되기 전 회원들의 투자금을 모아 해당 상장사 주식을 매수한 뒤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파는 방식으로 회원들과 이익을 나눈다고 했다.

C씨는 D리딩방 직원에게 이게 과연 가능한지 재차 물었다. 이 직원은  전체 회원이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한 명이 1억원씩만 투자해도 총 100억원이 되는데, 영세 코스닥 상장사는 이 돈이라도 유치하기 위해 내부 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C씨는 "사실 전화 상으로 이런 얘기를 들었을 때 의구심부터 들었다"며 "정말 코스닥 상장사들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리딩방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자하면 문제가 안 되는지 덜컥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당국, '불법 영업' 뿌리 뽑겠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을 기만하고 현혹하는 불법 주식 리딩방이 우후죽순 늘어나자 금융당국도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입법을 통해 현재 성행하고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체를 모두 제도권 안으로 편입해 일괄 관리하고 부적격 업체는 적극 퇴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메신저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유료 회원제 형식으로 영업하는 리딩방을 투자자문업으로 간주, 정식 등록된 투자자문업체에 한해서만 영업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인·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리딩방의 영업 행위는 사실상 금지된다.

당국은 투자자들의 주의도 촉구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주식 리딩방은 금융위에 정식으로 인허가 등록된 금융회사가 아니다"라며 "최소 수익률 보장, 종목 적중률 등을 내건 광고는 모두 객관적인 근거가 전혀 없고 감독당국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광고로서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 뿐 아니라 현장 단속 수위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0건에 그쳤던 리딩방 합동 암행점검을 올해 40여 차례로 대폭 늘리기로 했고, 금융위는 금융투자협회와 연계한 일제점검을 341건에서 600건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자율 감시 기능 강화 차원에서 포상금 지급도 늘어난다. 당국은 우선 포상금 중요도 등급별 기준금액을 상향 조정했다. 현재 1등급(최상위)부터 10등급(최하위)으로 나눠진 체계에서 법상 최고 한도액인 20억원에 근접한 1등급(20억원)과 2등급(10억원)을 제외하고 3등급부터 10등급까지의 기준금액을 모두 올렸다.

기존 기준금액이 1억원이었던 3등급과 8000만원이었던 4등급은 각각 2억원, 1억5000만원으로 상향되고 5등급과 6등급은 각각 6000만원에서 1억원, 4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조정된다. 7등급부터 10등급까지는 기존 금액 대비 2배씩 늘어난다. 이 경우 최저 10등급도 1000만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리딩방 관련 불공정 거래 신고에 관해서는 내용의 구체성에 따라 중요도를 한 단계씩 높여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온라인 양방향 채널 활용이 차단되고 불법 자문 등에 대한 점검과 단속이 용이해질 것"이라며 "이익 보장 약속이나 허위·과장광고를 통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행태도 근절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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