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혁신 기업 육성'이라는 중책을 안고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하며 탄생한 코스닥 시장. 다음 달 1일이면 25돌을 맞는다.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히며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실속 있는 성장을 이어왔다.
20년 만에 1000포인트 고지를 탈환한 현재, '천스닥 시대'의 기초가 된 코스닥 시장의 행적에 관심이 쏠린다.
내·외형적 성장 '결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상장 기업 수는 지난 1996년 7월 개장 이후 2019년까지 5배 가까이 증가했다. 개장 당시 341개 상장사로 출발한 코스닥 시장은 코로나19 직전인 재2019년 1405개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과 일평균 거래대금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시총의 경우 개장 초기 7조6000억원 수준에서 39조4000억원으로 몸집을 5배 이상 키웠고 거래대금은 23억원에서 4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
질적으로도 성장했다. 거센 외풍을 맞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거래소는 각종 상장심사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유망 기업에는 시장 입성을 위한 지원책을 제공하며 문턱을 낮췄다.
구체적으로 2005년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도입했다. 영업 실적은 미미하지만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들이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와 상장주선인 추천을 통해 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한 것이다.
5년 뒤인 2009년에는 부실기업의 시장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상장 적합성 여부를 검토하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채택했고 뒤이어 상장폐지 실질심사도 시행하면서 시장 건전성 제고에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유망 기업의 시장 진출이 증가하면서 업종별 분포가 다양해졌다. 정보기술(IT) 버블 초입 무렵 코스닥 시장의 업종별 시총 비중에선 IT 관련주가 68%로 압도적이었지만 이후 반도체, 2차 전지, 제약·바이오·엔터테인먼트 등 업종 구성이 다각화됐다.
박스권 횡보는 아쉬워
다만 이 기간 지수 추이는 답답한 흐름을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다. IT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0년 3월 한 때 지수는 2800선을 돌파하며 3000선까지 가는 듯했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6개월 만에 1000포인트가 붕괴되는 등 지수 급락세가 심화됐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8년 하반기에는 지수 300포인트마저 무너졌다. 이후 10년 동안 1000포인트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박스권의 수렁에 갇혔다.
코스닥 시장 개설 이후 코로나19 전까지 시장 상황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이슈로 인해 부침이 있었지만, 여러 노력 등을 통해 성장세를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은 1996년 출범 후 닷컴버블, 세계 금융 위기 등으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시장 건전성 제고를 통한 투자자 신뢰 확보와 코스닥 활성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를 다시 회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