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안정성과 수익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으면서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보다 20조원 넘게 늘어나 70조원을 넘어섰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며 운용사들은 액티브 ETF부터 2차전지와 메타버스 등 테마형 ETF까지 각종 ETF를 시장에 내놨다. 새로운 ETF가 대거 등장하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는 500종목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수익률 상위 목록에는 다양한 해외 투자 ETF가 등장했다. 원유 관련 ETF가 순위권에 대거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ETF도 뛰어난 성과를 냈다.
수익률과 무관하게 '곱버스(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인버스 레버리지 ETF)'의 인기는 올해도 이어졌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2위와 5배가 넘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며 지난해에 이어 연간 거래량 1위에 올랐다.
1년만에 20조 늘었다…순자산 73조 돌파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증시에 상장한 ETF는 총 533종목, 전체 순자산총액은 73조원으로 집계됐다. 종목은 지난해 말 468개에서 65종목 늘었고, 순자산총액은 52조원에서 21조원가량 증가했다.
국내 대표 ETF인 'KODEX 200'은 올해도 순자산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5조6464억원이었던 KODEX 200의 순자산은 5조7714억원으로 증가했다. KODEX 200은 지난 2002년 국내 증시에 처음 상장한 뒤 지금껏 1위 자리를 지키는 국내 ETF의 터줏대감이다.
순자산 2위에 오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지난해 말 증시에 데뷔한 신인이다. 지난해 말 순자산이 577억원에 불과했으나 1년 만에 무려 3조1096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이 같은 성장세의 배경은 뭐니 뭐니 해도 뛰어난 수익률이다. 작년 말 1만1705원이었던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주가는 지난달 2만725원까지 오르며 2배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상승세가 다소 꺾였으나 여전히 연간 기준 50%가 넘는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의 약진도 눈에 띈다. TIGER 미국나스닥100은 나스닥 대표주 100종목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한다. 지난해 말 5815억원이었던 순자산이 1조839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어나면서 순위 역시 20위에서 6위로 점프했다.
해외투자가 '대세'…수익률 순위권 점령
수익률 상위 목록에는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ETF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작년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지난해 수익률 10위권에는 111%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한 'TIGER 200IT레버리지'를 비롯해 국내 주식을 담은 ETF 9종이 이름을 올렸다. 10위권에 든 해외 투자 ETF는 'KODEX 미국FANG플러스(H)'가 유일했다.
그러나 올 들어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다양한 해외투자 ETF가 순위권에 등장했다. 69%의 수익률로 1위를 기록한 'KBSTAR 미국S&P원유생산기업(합성 H)'를 비롯해 'KODEX WTI원유선물(H)', 'KODEX 미국S&P에너지(합성)', 'TIGER 원유선물Enhanced(H)' 등 원유 관련 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휩쓸었다.
이외에도 'KINDEX 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H)'와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가 각각 67%, 57%의 수익률로 2위, 6위에 오르면서 신흥국 시장에 투자하는 ETF도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불허전 'KODEX' ETF, 거래량·거래대금 싹쓸이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KODEX'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거래대금 상위 1~7위를 독식했다. 여기에 'KODEX 코스닥 150'이 10위에 오르면서 KODEX ETF는 10위권 내에 8개나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200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와 '곱버스'로 유명한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다만 200조원을 넘었던 거래대금은 크게 줄면서 각각 157조, 124조원을 기록했다.
KODEX ETF 외에는 지난해 간신히 10위에 턱걸이했던 'KBSTAR 단기통안채'와 올해 ETF 시장의 최고 신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각각 19조3264억원, 17조5924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하며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의 곱버스 사랑은 여전했다. 증시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지난해 개인은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3조6036억원 사들이며 꾸준히 증시 하락에 베팅한 바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매수 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4529억원어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KODEX의 독주는 거래량 순위에서 더 두드러졌다. 거래량 1위를 기록한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591억주가 거래돼 2~10위의 거래량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 이외에도 'KODEX 인버스',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등 지수를 역으로 추종하는 ETF가 거래량 상위 목록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