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6개월을 맞았다. '시한부 원장'이라는 우려속에 취임한 그였지만 일단 내부에서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인사 적체 해소 및 임금 인상, 공공기관 지정 등 이슈를 원만히 해결하는 등 '힘 있는' 원장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모습이다. 한달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 이후에도 임기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가 관심사다.
'관' 출신의 힘
금융감독원은 이번주 정기 인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감원 직제상 2~3급에 해당하는 팀장 및 수석조사역 승급·승진 건으로, 지난해 말 조직개편과 부서장 인사에 이은 후속 인사다. 이번에는 3급 승급자가 60명대로 △2018년 27명 △2019년 39명 △2020년 39명 △2021년 45명 등 예년에 비해 늘어난다.
금감원 인사적체는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주요 현안 중 하나였다. 금감원은 앞서 3급 이상 직원이 조직 전체의 50%에 육박해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이 지적되자 2023년까지 이들 비율은 35%까지 줄이기로 한 바 있다. 이에 최근까지 승급·승진 인원이 감축되면서 직원들의 동요도 상당했다.
정 원장은 4급이하 하위직급을 늘려 상위직급 비중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막혀있던 인사 승진 문제에서 어느 정도 방도를 찾은 것"이라며 "내부 결속 측면에서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임금 인상을 이뤄낸 것에서도 정 원장의 존재감은 드러난다. 금감원 임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에 따라 5% 일괄 삭감됐다. 이후에는 방만 경영 등을 이유로 임금이 사실상 동결수준으로 이어져 왔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들 임금 삭감분의 일부를 되돌리는 내용을 올해 예산안에 담아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보고했고 최종 승인됐다. 금액은 작년(3660억원) 대비 8.6% 늘어난 3970억원이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들은 이르면 이달부터 2~3% 상승한 임금을 적용받는다.
여기서도 정 원장의 역할은 컸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가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와 협의를 지속한 끝에 예산 증액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사무처장 및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그의 이력이 영향을 발휘했다는 후문이다.
'시한부 원장' 꼬리표 떼나
매년초 공공기관 지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금감원은 올해만은 느긋할 수 있었다. 정 원장을 비롯해 이찬우 수석부원장까지 금감원의 1, 2인자가 모두 기획재정부 출신인 만큼 공공기관 지정에서 사실상 견고한 방패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2013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년여간 기재부 차관보를 앞뒤로 역임했다.
금감원은 2009년 공공기관에서 지정 해제됐지만,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금융감독 부실 등이 지적되며 해당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매번 신규지정 유보조건 이행 여부를 기재부에 보고하며 지정을 피하고자 애썼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재부 '수뇌부' 출신들이 금감원을 이끌고 있다 보니 올해 공공기관 지정 이슈는 수월하게 간 것 같다"며 "상황을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능력 있다'는 평가가 내부적으로도 나오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의 발목을 잡았던 사모펀드 사태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판매 증권사와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세차례의 제재심의위원회 끝에 작년 11월 최종 결론을 내고, 그 공을 금융위에 넘겼다. 아직 금융위 심의는 남아있지만 적어도 금감원 입장에서는 한숨을 돌린 셈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반영했을때 정 원장이 대선 이후에도 임기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재부와 금융위를 두루 거친 인물로 현안에 밝다는 게 큰 장점"이라며 "내부적으로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어서 (임기에 대한) 기대감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역대 금감원장 12명 가운데 3년 임기를 완주한 원장은 5대 윤증현, 7대 김종창, 13대 윤석헌 등 3명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