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이 한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의 거취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초대 내각 인선이 한창인 가운데 금융위원장 인사는 뒷순위로 밀리는 분위기지만 강력한 차기 후보자가 거론되면서 교체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장의 경우 유임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수장들을 포함한 초대 '경제팀'의 완벽한 진용은 차기 정부가 공식 출범하는 내달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에서 지명 가능한 후보자는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인 장관으로 한정돼서다.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각종 논란 등을 감안하면 인사청문회 통과가 늦어질 수 있는 점도 이같은 전망에 설득력을 높인다.
공식화된 인선 연기…금융위원장은 '교체' 가닥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 13일 8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며 "금융위원장은 다른 인사가 진행되고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에 검토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초대 금융위원장 인선 연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이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전 차관은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해 30여 년을 근무하며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전문성에서만큼은 대체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그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경제1분과 인수위원을 맡고 있다.
물론 금융위원장은 국무위원이 아닌 장관급 인사로 임기 3년이 보장된다. 작년 8월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아직 임기가 2년 이상 남아있다. 그러나 금융위원장은 그간 정권이 바뀌면 스스로 사표를 내는 게 관례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엔 이명박 정부에서 임명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현 정부 출범 직후엔 이전 정부의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옷을 벗은 바 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도 지난 11일 금융위원장 등에 대한 임기보장 여부와 관련해 "새 대통령이 취임하면 전례대로 사안이 진행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언급했다. 종합하면 금융위원장은 공식 인선만 미뤄지되 '교체'로 가닥이 잡힌 셈이다.
금감원장은 유임 분위기가 짙다. 정은보 원장 취임 이후 '친시장' 색채가 진해진 감독 기조가 차기 정부 스탠스와 맞아 떨어지는 가운데 금감원이 최근 인수위와 이례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면서다.
앞서 금감원은 차기 정부 인수위에 직원 1명을 파견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15년 만의 이례적인 일로 통상 인수위에서는 금감원 업무보고가 진행되지 않는다. 금감원은 지난 1일 간담회 형태로 인수위와 공식 접견했다.
정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 체계가 달라진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그는 작년 8월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라며 감독 방향의 재정립을 시사했다.
당장 올해 금감원 업무계획에서 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금융회사엔 공포의 대상이던 종합검사가 폐지되고, 금융권역이나 규모, 특성에 따라 검사 주기가 정기 또는 수시로 개편된 것이다. 시장에서조차 금융회사 징계가 크게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경제팀 라인업 5월 돼야 나올 듯
이처럼 세간에서는 설왕설래가 한창이지만 이들 금융수장을 포함한 차기 정부 경제팀 진용은 빨라도 다음 달에나 갖춰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공무원이지만 대통령 당선자 신분에서 국회에 청문 요청을 하는 국무위원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윤 당선자가 장관급인 금융위원장 인선 연기를 공식화한 만큼 차관급인 금감원장 인사는 더 밀릴 수밖에 없다. 장·차관급이 동시에 발표될 가능성도 있지만, 이 역시 이달 안으로는 불투명하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경제팀 라인업 구성을 지연하는 요소다. 앞서 한 후보자는 공직 퇴임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일하며 받은 고액 보수로 논란을 불렀다. 산업통상분야 고위직으로 일할 당시엔 서울에 보유한 단독주택을 미국 석유회사 한국법인에 임대해 준 것이 드러나 이해충돌 지적 또한 인다.
그의 청문기한은 오는 26일로 더불어민주당이 '송곳검증'을 예고한 만큼 통과 문턱은 높아졌다. 국무총리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국회 본회의에서도 동의를 얻어야 임명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장들 인사 문제가 있다보니 금융당국도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며 "내각 구성이 속도를 내야 새 정부 라인업에 맞춰 금융회사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