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 직원의 공금 횡령사고와 관련 책임자에 엄정 조치하고 제도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금감원 역시 검사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조사와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장들에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보 금감원장은 3일 17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개최해 대내외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정은보 원장은 오는 5일로 예정된 FOMC에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이상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짚으며 은행들에게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정은보 원장은 "선진국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신흥국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의 가파른 상승으로 디폴트 위험이 확대되는 등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며 "국내경제도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등에 직면하면서 경기 하방리스크가 확대돼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와 책임이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은행 건전성 지표는 대체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팬데믹 관련 정부지원에 따른 착시가능성이 높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되는 상황이라 한층 경계심을 높여야 한다"며 "대내외 충격에도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도 능력이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역시 은행이 대손충당금과 자본을 충분히 적립했는지 점검하고, 경기대응완충자본 등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해 정은보 원장은 실수요층에 대한 자금애로가 최소화되도록 세심한 관리를 요구하는 한편 기업 신용위험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종료시 상환부담 급증으로 부실이 확대되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 이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은행으로의 머니무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대금리차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정은보 원장은 "은행이 과도한 예대마진을 추구하면 금융이용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 장기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권에서는 예대금리차가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금리산정 절차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예대금리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는 게 정은보 원장 구상이다. 이는 새 정부 주요 금융소비자 보호 공약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직원 횡령사건을 꼬집으며 매우 심각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관련기사: [기자수첩]우리은행, 10년간 무엇을 했나(4월29일)
오랜 기간 관련 사안을 발견하지 못한 외부감사인의 감시기능 조사는 물론 금감원의 검사과정 역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정은보 원장은 "해당 은행(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 사고에 책임있는 관련자에 대해선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며 "외부감사인 감사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조사하고 회계법인 품질관리시스템상 미비점이 있는지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감독당국 검사과정에서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부분도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각 은행 자체적으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