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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잃은 증시]①스텝 꼬인 개미…지수 하락에 '비명'

  • 2022.02.08(화) 11:39

개인투자자 레버리지 ETF 투자 증가
지속되는 약세장에 누적 손실률 확대
변동성 확대될수록 수익 창출에 불리

국내 증시가 뚜렷한 추세 없이 약세 국면을 이어가면서 인버스나 레버리지 같은 지수 추종형 상품에 투자한 개인들의 근심이 늘고 있다. 최근 지수 흐름을 잘 못 예측해 레버리지 상품으로 환승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까지 뚜렷한 노선을 보이지 않았던 기관은 지수 하락에 대한 베팅 규모를 키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지수 전망에 확신 없이 뛰어들 경우 오히려 손실만 확대될 수 있다며 더욱더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래버리지 환승 개미, 손실 확대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레버리지'의 연초 이후 현재까지 수익률은 –15%에 육박한다. 코스피200 지수 상승분의 2배를 수렴하게끔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코스피200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395.51에서 362.92포인트로 8% 가량 내려앉았다. 이와 달리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2배를 추적하는 일명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15%에 가까운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개인투자자들이 곱버스에서 레버리지로 갈아타면서 손실 폭이 커지고 있는 데 있다. 최근 한달간 개인들은 8570억원 규모로 KODEX 200선물인버스2X를 순매도하고 KODEX 레버리지를 6830억원 가량 순매수했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부터 이달 4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 없었으면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손실은 20%에 육박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들이 지수 반등 시점을 섣불리 예단한 탓에 수익구조와 반대되는 베팅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4분기부터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단기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최근 레버리지 상품으로 많이 옮겨 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서학개미도 허우적

바다 건너 뉴욕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들도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 다음으로 많이 매수한 종목이 나스닥100 지수의 3배를 추종하는 'ProShares UltraPro QQQ(TQQQ)' ETF이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달 3일부터 이달 4일까지 TQQQ를 6억4720만 달러 규모로 순매수했다. 약 7800억원 규모다. 작년 한 해 지속됐던 강세장에 대한 믿음이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속도 및 강도가 강화되는 등 통화 정책이 정상화 되는 과정에서 시장 환경이 급변해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첫 거래를 47.57달러로 마무리한 TQQQ의 기준가는 연말까지 83.17달러를 기록하며 75%에 육박한 수익률을 안겼다. 이후 빠른 속도로 하강하기 시작해 이달 7일 57.37달러까지 내려왔다. 최근 한달간 31% 넘게 뒷걸음질 친 셈이다.

이 기간 나스닥100 지수는 1만6501.77포인트에서 1만4571.25로 후퇴했다. 약 12% 가량 빠졌다.변동성 국면에선 피해야
  
업계 전문가들은 뚜렷한 추세없이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장세에서는 지수 흐름의 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파생형 상품에 대한 접근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방향을 잘 못 잡고 투자할 경우 투자원금 회복이 어려울 만큼 손실이 불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상승장에서 약세장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기준가가 고점 부근에서 떨어질 경우 낙폭이 큰데 비해 하락한 이후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반등 폭이 이에 비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준가가 1만원인 한 레버리지 상품이 추종 지수의 하락으로 10% 떨어질 경우 기준가는 8000원이 된다. 이후 지수가 회복세를 타며 떨어진 10%를 만회해도 기준가는 만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락했을 당시 가격인 8000원에 1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상품 가격은 9600원이 된다. 4% 가량 손해를 보는 셈이다.

투자 액수가 클수록 손실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와 더불어 괴리율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관련 ETF에서 아직까지 큰 괴리는 발생하고 있지만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투자에 부적합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재윤 SK증권 연구원은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변동성이 클수록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손실이 크더라도 계속 보유하기 보다는 빠른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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