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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원톱 레버리지 펀드…자금 빠져나가는 이유

  • 2021.01.07(목) 14:13

증시 활황에 성과는 고공행진…자금 유출세는 심화
차익 실현·당국 규제 등 원인…트렌드 변화도 '한몫'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수 상승과 함께 수익률 상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레버리지 펀드가 주춤한 모양새다. 지속되는 차익 실현 물량, 금융 당국의 규제, 투자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자금 유출세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 측면에서 아직까지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설계된 상품 특성 상 비교지수 방향을 잘못 예측할 경우 자칫 원금 회복이 어려울 수 있어 단편적인 시장 상황만 보고 접근하지 말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Pixabay

◇ 성과는 고공행진…거래대금은 반토막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코스피 또는 코스피200 지수의 일간 등락률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수익률 상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기간 성과가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펀드는 '미래에셋인덱스로코리아레버리지2.0증권자투자신탁'으로 69.95%의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대동소이하게 'BNKK200지수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이 69.93%를 기록 중이고, 'KB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증권투자신탁'과 '키움KOSEF200선물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각각 69.88%, 69.84%로 집계되는 등 70.00%에 가까운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레버리지 펀드는 비교지수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게 설계된 상품이다. 즉, 지수가 오르면 두 배의 수익률을, 하락(레버리지 인버스·곱버스)하면 그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초고위험 상품군에 속한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거래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같은 원리다.
      
이들 펀드의 공통점은 수익률의 잣대가 되는 비교지수가 코스피, 코스피200 또는 코스피200주가선물지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인해 이들 지수가 연저점까지 추락한 이후 반등세를 타면서 레버리지 상품에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로 레버리지형 ETF의 경우 작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때는 거래대금이 월 평균 1조원 대를 상회하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규모에 상관없이 펀드에 들어오는 자금이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한국포스증권에 따르면 펀드 규모만 4500억원을 상회하는 초대형 펀드 중 하나인 'NH-Amundi 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 [주식-파생형]'의 경우 최근 한 달 유입액이 600억원 가까이 줄었고, 중형급 펀드인 한화 2.2배레버리지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재간접형]과 KB 스타코리아레버리지2.0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도 각각 13억원, 144억원 이상 감소했다.

주식시장에 상장해 거래되고 있는 ETF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 연말 일 평균 거래대금이 2조원을 상회했지만 연초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현재 국내 증시에는 곱버스를 포함해 총 18개 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 차익실현 매물 등 복합적 원인 작용

이처럼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베팅하는 투자 머니가 줄어들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원인이 자리하고 있지만 그간 지수 상승세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구가한 탓에 이익 실현 매물이 지속적으로 출회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지수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며 상승장에 베팅하는 자금들이 유입됐지만 이들 펀드가 추종하는 코스피, 코스피200, 코스닥 지수가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기 힘들 것이라는 불안감에 그 동안 만족스러운 수익률을 거둔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수 등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 특성 상 장이 하락장으로 전환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지금까지 올린 수익보다 더 큰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고, 이렇게 펀드 기준가가 떨어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상품 속성도 강하게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당국의 규제도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상장지수상품(ETP) 거래에 대한 예탁금 제도를 도입했다. 세부적으로 신용거래를 금지하면서 투자 경험, 목적, 신용 상태에 따라 최소 1000만~3000만원까지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사전 교육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1시간)을 이수하지 않을 경우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인데 이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시장 건전화 방안이 이달 4일부터 시행되면서 레버리지 상품들이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음에도 투자 수요를 줄이고 있다.

변화하고 있는 투자 트렌드도 레버리지 상품 투자 강도를 낮추고 있다. 과거에는 예를 들어 코스피지수가 1800포인트 대까지 떨어지면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고, 2200선 정도까지 오르면 다시 인버스에 투자하는 박스권 트레이딩이 하나의 투자 방식으로 주목 받았다면 현재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MAGA(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 모기업 알파벳·아마존)'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등으로 대변되는 혁신 기업 및 산업 투자가 대두되면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 본부장은 "주가지수를 보면 부담스러워서 투자를 쉽사리 못하는 대신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주도할 만한 기업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 같은 IT 우량주에 투자하거나 BBIG 같은 세상을 바꾸는 테마에 투자하는 트렌드가 대세를 이루며 레버리지 투자는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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