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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CFD]①시장 커지는데…정보는 '깜깜'

  • 2022.02.18(금) 06:10

대주주 요건 강화 맞물려 시장 급성장
관련 정보 미비에 투자자 리스크 확대

대주주 요건 강화와 함께 전문 투자자 기준이 완화되면서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이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비교적 짧은 시간내 거래 규모가 급증하는 등 몰라보게 덩치를 키웠다.

이러는 사이 우려의 시선도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에 미치는 CFD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CFD 관련 통계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도 현황 공개에 대한 법적 근거 및 체계 미비 등으로 인해 파악이 안 돼 있거나 별도의 안내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관련 업계에서도 정보 공개에 대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결국 CFD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히는 수급 왜곡, 반대매매 리스크에 일반 투자자들이 한동안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CFD 성장의 분기점 '2019년'

국내 CFD 시장은 2019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000억원에 불과했던 CFD 계좌 잔고 규모는 작년 8월 말 기준 4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연말 기준 5조5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CFD 투자 수요가 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CFD는 주식과 같은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변동에 따른 차익을 활용해 거래하는 상품이다. 기존에는 매수·매도 상관없이 최대 10배의 레버리지 효과를 낼 수 있었지만 최근 금융 당국이 증거금 비율을 높이면서 2.5배로 줄어들었다. 예컨대 4억원으로 10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식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상장사의 신용도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교보증권이 CFD 서비스를 최초로 개시했다. 도입 초기만 해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2017년부터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7년말 대주주 과세 기준이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낮아졌고 2019년말에는 10억원으로 재차 조정됐다.

비슷한 시기 전문 투자자 요건까지 완화되면서 CFD 시장의 덩치를 키웠다. CFD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으로서 전문 투자자에 한해서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2019년 11월 전문 투자자 제도 개편 당시 2783건에 그쳤던 등록건수는 지난해 10월말 기준 2만1611건으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 투자자 자격을 획득한 개인들의 대주주 요건 회피성 자금이 CFD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시장 규모는 급격히 확대됐다. CFD의 경우 매수 가격과 매도 가격의 차액만을 취하는 거래 특성상 투자자에게 주식 소유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대주주 요건에서 자유로운 셈이다. 

양날의 검 'CFD'

CFD는 장·단점이 확실한 상품이다. 투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레버리지와 더불어 절세 효과도 누릴 수 있는 점이 대표적인 장점으로 꼽힌다. 

지난해 4월 기획재정부는 파생상품 양도세 과세대상에 CFD를 추가했다. CFD 거래를 통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11%(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CFD 서비스의 높은 수수료율을 감안하면 국내 주식은 일반 계좌의 신용거래를 활용하는 게 유리하지만 해외주식의 경우 세금부담이 덜 한 편이다. 현행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율인 22%에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역기능도 있다. 가장 빈번하게 거론되는 게 수급 착시 현상과 반대매매다. CFD는 일반 현물 주식 매매와 달리 거래 과정에 외국계 증권사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매매 주문을 하면 국내 증권사는 이를 외국계 증권사에 넘긴다. 외국계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에 해당 주문을 내고 체결되면 이를 통보한다. 매수일 경우 주문 수량만큼 해외 증권사에서 사들이고 매도일 경우 보유 물량을 주문량에 맞춰 내다 파는 식이다. 일종의 중개형 위탁매매 방식인 셈이다.

실제 사고파는 주체가 외국계 증권사이기 때문에 해당 주문은 거래소에서 집계하는 투자 주체별 거래 실적에 외국인으로 잡힌다. 국내 전문 투자자가 외국인으로 인식된다.

이와 더불어 레버리지 투자의 경우 하락장에 취약하다. 반대매매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적정 증거금을 유지하지 못 할 경우 증권사들은 반대매매를 집행, CFD를 통해 체결한 거래를 청산한다. 증시 조정이 지속될수록 반대매매 물량 출회로 반등 모멘텀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악순환이 연속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FD는 잘 쓰면 약이고 못 쓰면 독이 될 수 있다"며 "상승장에서는 투자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지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투자 원금 이상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도 갖고 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보다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영향력은 커지는데…정보는 '제한적' 

문제는 제도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CFD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신용 융자보다 큰 레버리지를 일으켜 증시 변동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받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예방 차원에서 참고할 만한 자료는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한국거래소가 올해 1월부터 CFD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위험성 파악을 위해 증권사들로부터 관련 통계를 취합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마저도 전체적인 현황이 아닌 증거금 정도의 정보만을 수집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공개는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장외 파생상품 매매 내역에 대해서는 증권사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으나 반대매매와 관련한 정보에 대해서는 들어오고 있지 않다"며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매매 내역에 개인 정보가 포함돼 있고, 향후 공개 범위에 대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까지 법이나 체계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일반 투자자들은 수급 왜곡, 반대매매 리스크 등에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도 관련 통계가 필요할 때 마다 증권사들로부터 자료를 취합해 활용할 뿐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특별한 수치 외에 별도의 안내는 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업무보고서라고 해서 정기적으로 받는 자료의 양식을 변경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규정 변경 등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증권사를 통해 수치를 취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CFD와 관련한 정보 공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CFD 거래와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마치 사모펀드에 투자 내역을 낱낱이 밝히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시장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일정 수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내보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시 상승 국면에서는 과도한 '빚투'를 조장할 수 있고, 하강기에는 이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 출회 등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장 리스크 관리 및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CFD 거래 규모, 계좌 잔고, 반대매매 비율 정도는 항시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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