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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소액주주는 생소한 'CFD'에 대한 거의 모든 것

  • 2023.05.04(목) 10:52

기업가치 아닌 오직 차액에만 투자하는 거래기법
요건 낮춰 사실상 누구나 투자가능.. 미국은 안돼

지난 4월 24일 국내 주식시장이 개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프랑스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이하 SG증권) 증권발 매도 물량으로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삼천리, 세방, 다올투자증권, 하림지주, 다우데이타, 선광 등 8개 종목이 무더기로 하한가를 기록하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죠. 

다올투자증권은 당일 특정계좌의 거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주의 공시를 내놓기도 했어요. 

▷관련공시: 다올투자증권 4월 24일 [투자주의]소수계좌 거래집중 종목

계속해서 하한가를 이어가던 이들 종목은 반짝 상승하다 일부종목은 다시 하한가를 보이고 있는데요. 가수 임창정, 박혜경 및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 등 유명 인사들도 이번 사태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어요. 

이번 SG증권 발 폭락사태는 차액결제거래(CFD)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단순 주식투자와는 방법이 다른 CFD에 대해 공시줍줍에서 좀 더 쉽게 풀어볼게요. 

차액결제거래(CFD)란?

보통 주식투자의 교과서는 장기투자라고 하죠.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주주와 경영진 모두 기업의 성장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의미인데요. 그런데 기업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주가의 오르고 내림에만 관심을 두고 투자하는 방식이 있어요. 바로 'CFD'예요.

CFD는 영어로 'contract for difference'의 줄임말. 영어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차이 또는 다름(difference)에 계약한다는 의미죠. 즉 기업이 경영을 잘 하든 말든 오로지 주가 변화(차이)에만 베팅하는 방식이에요. 영국에서 처음 도입한 장외파생계약상품의 일종이에요.

CFD는 개인전문투자자로 등록한 사람만 거래할 수 있는데요. 개인전문투자자란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전문성과 일정한 자산규모를 갖춰 투자에 따른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사람을 말해요.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개인전문투자자의 요건 중 하나인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기존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추기도 했죠. 이 때문에 개인전문투자자의 CFD 진입이 더 쉬워졌어요. 

CFD 거래방식.. 자체헤지 vs 백투백 

개인전문투자자만 할 수 있는 CFD거래는 어떤 방식일까요. 예를 들어 볼게요. 먼저 국내 증권사에 CFD계좌를 개설하고 증권사와 계약을 체결해요. 가령 1주당 5만원인 주식을 CFD거래로 주문하면 투자자는 증권사에 증거금(최소 주식가격의 40%)을 지불해요. 

이때 투자자로부터 증거금을 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당사자는 국내증권사일 수도 있고 외국계 증권사일 수도 있어요. 주색 매수 당사자가 국내 증권사이면 '자체헤지', 외국계 증권사에 넘기는 것은 '백투백(back-to-back)계약'이라고 해요. 

백투백계약은 국내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에 개인전문투자자와 계약한 내용 그대로 거래를 맺는 것을 말해요. 주가 변동이 심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덜기 위한 방식이죠. 백투백 계약을 맺으면 국내증권사는 외국계 증권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요. 국내증권사는 정해진 수수료만 가져가는 구조예요. 

자체헤지 거래는 국내증권사가 직접 주식을 매수하고요. 백투백 계약으로 거래하면 외국계 증권사가 주식을 매수해요. 국내증권사 중 CFD를 운영하는 곳 대부분은 외국계 증권사와 백투백 계약을 통해 CFD상품을 운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외국계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직접 매수한 것으로 기록이 남는 것이죠. 

2만원 내고 5만원짜리 주식에 투자

차액결제거래(CFD) 거래방식/그래픽=비즈워치

증권사 입장에서 자체헤지와 백투백계약 중 어느 것이 좋은지는 정할 수 없는 문제예요. 백투백 계약을 통해 CFD 상품을 운용하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헤지는 가능해요. 다만 그만큼 증권사가 얻는 수익도 줄어들죠. 자체헤지를 통해 CFD상품을 운용하면 증권사가 얻는 수익도 늘어나요. 다만 그만큼 위험부담은 크겠죠.  

앞서 살펴봤듯이 CFD거래는 최소 증거금(주식 가격의 40%)만으로 주식거래를 할 수 있어요. 가령 1주당 주가 5만원인 주식을 CFD거래로 투자하면 2만원(증거금 40%)만 내고 5만원 짜리 주식에 투자할 수 있어요. 

나머지 3만원은 증권사가 부담해 주식을 매수하는데요. 증권사는 이 때 투자자에게 빌려준 3만원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요. 투자자가 적은 돈을 투입하고 나머지 금액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만큼 CFD와 신용거래는 결이 같아요. 

5만원 짜리 주식이 7만원으로 오르면 투자자는 CFD거래를 시작할 때 주가(5만원)와의 차이인 2만원에 대해 투자차익을 얻을 수 있어요. 2만원 내고 2만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니 사실상 수익률이 100%인 셈이죠. 물론 증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와 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세(11% 부과)를 제외하면 수익률은 적을 수 있겠죠. 

SG증권 발 폭락사태의 원인 

SG증권 발 폭락사태의 원인은 CFD로 거래하는 개인전문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생긴 것으로 보여요.  

돈을 빌려준 입장인 증권사는 주가가 하락할 때를 대비해 유지증거금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유지증거금 제도는 투자자가 보유한 계좌의 주식 평가금액이 증거금의 8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에요. 즉 5만원짜리 주식을 CFD거래로 2만원의 증거금만 내고 투자한 투자자는 보유계좌 평가금액을 1만6000원 이상 유지해야 해요.

증권사는 매일 종가를 기준으로 투자자의 자산을 평가하고 유지증거금이 요구수준 밑으로 내려가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하는데요. 추가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다음날 오전 10시에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진행해요. 반대매매란 증권사 돈을 빌려 주식을 샀는데 빌린 돈을 만기 내에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일괄 처분하는 것을 말해요.

이번 SG증권 발 폭락사태는 시장에서 해당 종목들에 대한 매물이 갑자기 나오면서 주가가 떨어졌고 증권사가 CFD 거래로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추가 증거금 납부를 요구했지만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대량의 반대매매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어요. 

추가 증거금을 납부하지 못해 증권사의 반대매매로 대량의 물량이 시장에 나왔지만 종전 가격에 매수하려는 수요가 없었던 것이죠. 이 때문에 해당 종목들이 연속적인 폭락사태가 이어졌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에요. 

공매도와 CFD의 상관관계

CFD와 함께 언급되는 것이 바로 공매도인데요.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 때를 노려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죠.

현재 1주당 1만원인 주식이 7000원으로 떨어질 거 같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증권사로부터 주식 1주를 빌린 다음 이를 팔아요. 그럼 투자자 손에는 현금 1만원이 들어오죠. 이후 실제 주가가 7000원으로 떨어지면 투자자는 7000원을 주고 주식을 직접 사요. 그 다음 증권사에 빌린 1주는 7000원을 주고 산 주식으로 갚는 방식이에요. 투자자는 3000원의 차익을 얻은 셈이죠. 

CFD는 공매도와 달리 주식을 빌리지는 않지만 직접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공매도와 비슷한 점이 있는데요. CFD와 공매도가 함께 언급되는 이유는 CFD계좌로 주식을 빌려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노리고 차익을 실현하는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즉 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CFD거래로 역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빌려 거래하는 공매도까지 가능한 것이죠. 

CFD거래를 하는 대부분의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끼고 하는 상황에서 공매도까지 일어나면 그 주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어요. 

CFD가 일반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

개인전문투자자 자격이 있는 사람만 하는 것이 CFD거래이니 일반 투자자는 상관없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이번 SG증권 발 폭락사태에서 보듯이 CFD거래로 대량의 반대매매가 나오면 이 물량을 받을 여력이 없어 주가 하락으로 이어져요. 이는 곧 일반투자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죠. 

또 CFD거래가 사실상 일반투자자의 투자 영역에 들어왔다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요. 

개인전문투자자가 되려면 최근 5년 간 월말 평균잔고가 5000만원 이상 이어야하고 금융투자상품 계좌를 개설한지 1년이 넘어야 해요. 

개인전문투자자 필수요건인 월말 평균잔고 기준은 원래 5억원 이상이었어요. 하지만 2019년 금융위가 모험자본을 활성화한다며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10분의 1 낮췄죠. 

이 때문에 사실상 일반투자자 누구나 CFD거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거예요. 요즘에는 은행에서 5000만원 정도는 쉽게 빌릴 수 있는 만큼 사실상 CFD거래에 대한 문호가 완전히 열려있다는 것이죠.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000만원으로 낮춘 것은 사실상 아무나 CFD거래를 할 수 있게끔 개방한 거나 다름없다"며 "미국은 CFD투자를 일반 개인이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만큼 CFD투자가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어요. 

정 대표는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이 하지 못하게 하는 거래를 우리나라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CFD신규거래를 완전 중단하고 금융당국은 신중하고 심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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