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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주가 폭락한 삼천리, 신용등급은 AA+인 이유

  • 2023.06.01(목) 06:00

2400억원 회사채 발행…가스대 매입 등 운영자금 사용
50만원대 주가 10만원대로 폭락했지만 신용등급은 AA+
상환능력을 보기 때문에 신용등급과 주가 상관관계 낮아

도시가스공급을 하는 삼천리가 지난달 18일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어요.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 중 하나로 채권자에게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면서 약속된 만기일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에요. 

▷관련공시: 삼천리 5월 18일 증권신고서(채무증권) 
▷관련공시: 삼천리 5월 30일 [발행조건확정]증권신고서(채무증권)

삼천리는 총 1500억원어치 회사채 2건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후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채권 발행규모를 2400억원으로 더 늘렸어요. 

이번 회사채 발행을 위해 삼천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는 최종적으로 지난 31일 효력이 발생했어요. 효력 발생이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증권신고서 형식에는 문제없다고 감독당국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이죠.  

▷관련공시: 삼천리 5월 31일 효력발생안내 (2023.5.18. 제출 증권신고서(채무증권))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 삼천리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주가폭락을 겪은 대표적 종목 중 하나임에도 회사채 발행에선 흥행몰이를 했다는 것이죠. 또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등급도 나쁘지 않았어요. 주가가 폭락해 일부주주들은 침울한 반면 회사채 발행은 오히려 시장에서 환영받고 있는 상황인데요. 

회사채 발행 시 주가하락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까요. 또 이번 폭락사태는 신용평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걸까요. 이번 주가폭락과 삼천리 회사채 발행의 연관성은 없는지 짚고 넘어가볼게요. 

삼천리 회사채 간단히 살펴보기 

회사채 발행을 공시한 삼천리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지난달 30일 최종적으로 발행조건을 확정했어요. 삼천리는 총 2건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1건은 900억원, 또 다른 한 건은 1500억원 규모예요.

원래 2건의 회사채 총 규모는 1500억원이었지만 지난달 22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액인 1500억원 보다 4배 이상 많은 6850억원의 수요를 확인했어요. 삼천리는 이러한 흥행 성공의 흐름을 타고 회사채 발행규모를 기존보다 1.6배 늘렸어요.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면 신용평가 전문기관으로부터 신용등급을 받아 증권신고서에 첨부해야 해요. 삼천리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두 곳으로부터 회사채 신용등급 'AA+'를 받았고 신용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AA+는 신용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인 AAA 다음으로 높은 우량채에 속하는 등급이에요. 신용등급전망 역시 긍정적(positive) 다음으로 높은 수준으로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지금의 신용등급(AA+)을 유지할 것이란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만큼 회사가 이자도 제 때 잘 주고 나중에 원금도 잘 갚고 추후 신용등급 변동도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이는 안정적인 회사라는 뜻이죠. 

삼천리는 지난달 31일 기관투자자로부터 회사채 청약을 받고 최종적으로 24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어요. 삼천리는 이 자금을 가스대 매입에 사용할 예정이에요. 

이번 회사채의 최종 이자율은 9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4.231%, 1500억원 규모가 4.274%예요. 

주가는 폭락했는데 신용등급은 왜 굳건?

기본적으로 회사채는 신용평가 등급이 높을수록 투자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해요. 따라서 삼천리가 이번에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받은 AA+라는 신용평가 등급과 안정적이라는 신용평가전망이 회사채 흥행몰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한 때 50만원을 넘겼던 삼천리 주가는 지난 4월 24일 대폭락 이후 현재 10만원 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상황.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흔히들 표현하는 일명 '50층(50만원 대에 투자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에 있는 투자자들 입장에선 삼천리의 높은 신용평가 등급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요. 

다만 신용평가 체계상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이를 신용평가 등급에 반영하긴 어려워요. 회사채에 대한 신용평가를 할 때는 이 회사에 돈을 빌려줬을 때 추후 제대로 갚을 수 있는지 즉, 원금상환능력을 신용평가등급에 중점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인데요. 

이번에 삼천리 회사채 신용평가를 맡은 한국신용평가는 △지역 내 독점적 사업기반과 국내 선두의 시장지위 △원가보상 방식의 가격결정에 기인한 수익구조 안정성 △자체 사업 및 계열사를 통해 LNG발전 및 집단에너지 사업 진행 △원활한 현금흐름과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삼천리 회사채 신용평가등급을 부여했어요. 

NICE신용평가 역시 △도시가스 사업의 매우 우수한 시장지위 △발전, 집단에너지, 자동차판매 등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 수준 등을 바탕으로 삼천리 회사채 신용평가등급을 부여했어요.

한 신용평가회사 관계자는 "이번 주가조작 사태로 삼천리 주가가 크게 떨어졌지만 사실 주식이슈가 신용평가에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라며 "회사채 신용평가에서는 회사가 추후 돈을 잘 갚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삼천리는 도시가스사업권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고 수익 및 현금자산도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이번 주가조작 사태가 신용평가등급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고 설명했어요. 

이 관계자는 또 "만약 삼천리가 직접적으로 나서서 이번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면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는 회사가 저지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신용평가등급과 크게 연관이 없다"고 덧붙였어요. 

즉 회사채 신용평가등급은 어디까지나 회사가 돈을 제때 갚을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지 주가흐름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뜻이에요. 주가가 올랐다고 회사의 신용평가등급도 올라가지 않는 것처럼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이 회사의 신용평가등급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증권신고서 투자위험에 언급된 주가폭락

다만 삼천리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SG증권 발 주가폭락과 이의 발단이 된 이번 주가조작 사태를 투자위험요소로 언급했어요. 

삼천리는 증권신고서에서 2013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주가흐름을 설명하면서 지난해 5월만 해도 11만3000원이었던 회사의 주가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지난 4월 3일에는 장중 최고가인 주당 52만4000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어요. 

이후 4월 24일부터 주가가 30만원 대로 떨어지다가 현재 삼천리 주가는 10만원 초반 대(31일 종가기준 12만2300원)를 유지하고 있어요. 

삼천리는 이번 주가폭락에 대해 특정 외국계 증권사로부터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왔고 일반주주들의 현물주식 매도와 차액결제거래(CFD) 청산으로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다만 삼천리는 이번 주가폭락사건과 관련 회사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개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어요. 

또 투자위험요소로 이번 주가폭락사건을 넣긴 했지만 이번 주가조작사태 결과가 삼천리의 재무상황 및 수익성 등 경영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어요. 

이번 회사채는 주식연계채권, 즉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돈을 빌려준 뒤 채권자가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 아니에요. 따라서 실질적으로 주가흐름과 회사채는 전혀 상관이 없어요. 다만 이번 주가폭락 및 주가조작사태에 회사의 주식 시세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투자위험요소에 이번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보여요. 

만약 삼천리가 이번과 같은 회사채가 아니라 주가와 관련성이 높은 유상증자나 공모형태의 주식연계채권 발행을 목적으로 증권신고서를 올렸다면, 투자자들은 이번 주가폭락 및 주가조작사태를 언급한 투자위험요소를 더욱 주의깊게 살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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