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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거래정지 풀린 현대약품 공시로 이해하는 '외부감사법'

  • 2023.06.15(목) 06:00

16년 간 한영회계로부터 외부감사 받아온 현대약품
증선위 제재조치로 3년간 주기적 감사인 지정 받아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업무분장 등 개선안 의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이자 미에로화이바로 유명한 현대약품. 지난달 17일 이 회사 주주들은 당분간 주식 거래를 할 수 없다는 깜짝 놀랄 소식을 접했죠. 

현대약품은 지난 2013년부터 2019년 사이 판매장려금을 재무제표에 적게 반영해 매출을 더 많이 낸 것처럼 보이게 하고 판매관리비와 미지급금을 줄여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많아보이도록 재무제표를 허위로 기재했어요.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제재조치 및 검찰 통보 조치를 받았어요. 

증선위 제재조치와 검찰통보로 한국거래소는 현대약품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고 다음날인 18일부터 주식거래를 정지했어요. 

▷관련공시: 현대약품 5월 17일 회계처리기준위반에따른검찰고발등조치
▷관련공시: 현대약품 5월 17일 기타시장안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 발생 안내)

거래소가 살펴보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기업의 건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부적격 기업을 주식시장에서 쫓아내는 제도예요. 거래소는 현대약품이 이 심사를 받을 정도로 잘못했는지 안 했는지를 결정하는데요. 

▷관련공시: 현대약품 6월 9일 기타시장안내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 제외 결정 안내)

지난 9일 거래소는 현대약품의 상장실질심사 대상여부 관련 논의를 한 결과 심의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시했어요. 거래소 관계자는 "현대약품이 위반했던 내용들이 재무제표에 다 반영되었고 회사가 제시한 개선계획들이 충분히 인정할 만해서 상장적격성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어요. 

이에따라 현대약품은 지난 12일부터 주식매매거래 정지가 풀렸어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피하고 주식 거래가 재개된 현대약품은 앞으로 이와 같은 일이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았는데요. 

▷관련공시: 현대약품 6월 9일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현대약품이 앞으로 회계 관련 내부통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또 외부감사는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가 향후 계획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는 모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부감사법)'과 관련된 사항인데요. 공시 및 금융위의 제재조치 내용을 통해 현대약품 일반 소액주주들이 회사의 향후 계획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자세히 짚어 볼게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3년 실시 

현대약품이 회계처리위반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선 결국 내부에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직원들에 대한 통제와 함께 외부의 엄격한 감독도 받아야 하는데요.

참고로 기업 내에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라는 조직이 있어요. 회사의 운영과 회계를 감시하는 내부조직이에요. 현대약품은 2008년 회사 정관변경을 통해 감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했지만 회계처리위반이 일어난 것이죠.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감사 조직 자체가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죠.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바로 외부감사제도예요. 

회사 내 감사조직과 별도로 회사와 전혀 상관없는 외부의 감사인이 기업 회계를 감사하는 제도이죠. 이러한 내용을 담아서 규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외부감사법이에요. 

2017년 대우조선해양에서 분식회계 사건이 일어나면서 금융당국은 2018년 말 신(新)외감법 도입을 통해 법안을 더 강화했어요.

이때 도입한 것이 바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인데요. 현대약품은 이번 회계처리위반을 통해 금융위로부터 주기적 감사인 지정 3년 통보를 받았어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는 감사대상회사가 자유롭게 선임한 외부감사인이 6년간 감사를 수행하면 이후 3년은 금융위 산하 증선위가 지정한 외부인이 감사를 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예요. 

현대약품은 지난 2007년 회계연도부터 외부감사를 한영회계법인으로 변경한 뒤 지난 2022년까지 16년 동안 계속 같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아왔어요. 

지난해 현대약품은 16년 만에 외부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을 삼화회계법인 바꿨는데요. 현대약품 관계자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라 외부감사 회계법인을 변경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바뀐 삼화회계법인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른 변경이기 때문에 원래는 3년간은 감사기간을 보장받아요.

하지만 이번 회계처리위반으로 금융위 산하 증선위가 직권으로 주기적 감사인 지정을 3년 부여했기 때문에 다시 내년(2024년)부터는 삼화회계법인이 아닌 다른 외부감사인으로 바뀌어요. 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부여하는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보다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지정한 감사인이 우선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지난해 말 바뀐 삼화회계법인(통상적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에 따른)은 올해까지만 현대약품 외부감사업무를 수행하고, 내년에 다시 금융당국이 직권으로 지정한 새로운 감사인이 현대약품 외부감사업무를 맡을 예정이에요. 결국 현대약품은 회계처리 위반으로 또 한번 외부감사인이 강제로 바뀌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거죠.

내부회계관리제도 검토→감사로 상향

금융위의 조치와는 별개로 현대약품은 자체적인 공시를 통해 내부통제제도 운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내부통제제도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경영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조직적인 방법이에요. 기업경영 전반에 해당하는 용어지만 주로 회계제도 측면에서 많이 다루어지는데요. 

아무래도 돈을 관리하는 만큼 가장 많이 내부통제가 필요한 곳이 회계분야겠죠. 내부통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난 대표적인 사례가 오스템임플란트 직원의 횡령사건이었죠.

이러한 일을 막기위해 회계 분야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정책을 '내부회계관리제도'라고 해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내부통제제도 중 재무제표가 산출되는 과정 점검 등을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이에요. 외부감사법 제8조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 등을 규정하고 있어요. 

내부회계관리제도는 2001년 처음 도입해 2003년 외부감사법 안으로 들어왔고 지난 2019년 금융위원회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인증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했어요. 

검토는 회사가 자체적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담은 운영실태보고서를 외부감사인이 검증하는 방식이에요. 외부감사인에 기업에 질문하면 이를 답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죠.

반면 감사는 운영실태보고서뿐만 아니라 매출, 구매, 생산 등 기업의 주요 활동에 대한 설계와 운영방식을 검증해요. 따라서 검토보다 검증대상과 방식을 더 강화하는 방식이에요.

현대약품은 외부전문가를 통해 내부회계관리제도 규정을 재정비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설계 및 운영 평가시스템을 올해 1분기 정비했다고 밝혔어요. 또 올해(2022년 12월~2023년 11월, 현대약품은 11월 결산법인)재무제표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받도록 검증 방식을 상향하겠다고 밝혔어요.

다만 지난해부터 자산총액(별도재무제표 기준) 1000억원 이상이면 외부감사 검증방식을 감사로 상향해야 해요.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현대약품의 자산총액(별도재무제표 기준)은 1812억원이기 때문에 현대약품은 주어진 제도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여요.  

회사 내 업무분장 강화 

기업의 내부통제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업무분장이에요. 같은 사람이 오랫동안 회계업무를 담당하면 그만큼 전문성은 쌓일지 몰라도 견제나 감시세력이 없기 때문에 횡령사고가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요. 

따라서 조직을 다양하게 구성해 서로 견제·감시할 수 있는 업무분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요. 외부감사법 제8조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운영 등에서도 '회계정보의 작성 및 공시와 관련 임직원의 업무 분장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어요. 다만 업무분장을 하면 그만큼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들겠죠.

현대약품은 업무분장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번 회계처리위반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회사 내 회계조직과 분리한 내부회계관리 전담인원을 지난해 말 구성했다고 밝혔어요. 

또 지난 2월 사장 직속 감사팀을 신설해 내부감사기능을 강화했어요. 다만 사장 직속인 만큼 인원 구성에 대한 독립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현대약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감사위원회 직속으로 감사팀 조직을 올해 내 변경할 예정이에요. 

이처럼 현대약품이 여러가지 개선방안을 내놨지만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점이 있어요. 2018년 신외감법을 도입하면서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혁했지만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등 회계관련 부정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현대약품이 내놓은 개선방안도 좋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실천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해요.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회계 관련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회계부정이 주주들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에요. 이번처럼 회계처리 위반으로 바로 현대약품 거래는 정지되면서 주주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죠. 

따라서 주주보호를 위해서라도 현대약품은 자체적으로 발표한 내부통제계획을 선언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이행할 필요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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