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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에 밸류업 외치지만..자신들 밸류업엔 인색한 증권사들

  • 2025.03.27(목) 07:00

자사주 취득도, 소각도 미온적인 상장 증권사
지난해 자사주 취득 4곳, 소각은 3곳에 불과
16개 상장증권사 중 7곳만 밸류업 공시 발표
결산배당 15개 증권사 집행…한화만 배당無

'배당‧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 기대감' 

증권사들이 매일 쏟아내는 상장사 리포트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멘트다. 상장사가 배당 확대를 추진하거나 자기주식을 소각하겠다고 밝히면 으레 증권사들은 주주환원으로 주가상승 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일반투자자 역시 상장사의 배당‧자사주 소각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금융당국 역시 대표적인 밸류업 정책 중 하나로 배당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꼽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밸류업 공시를 시작한 이후 많은 기업들이 배당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증권사는 밸류업 정책을 평가하는 동시에 자신들도 밸류업 대상이다. 하지만 상장 증권사 16곳을 분석한 결과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증권사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 증권사도 9곳이나 되지만 이들 중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까지 이어진 사례는 3곳에 불과하다. 

다른 상장사의 주주가치제고, 밸류업은 리포트를 통해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 자신들의 기업가치 제고는 뒷전에 놓고 있는 모습이다. 

주주가치제고위해 자사주 취득한 증권사 4곳 불과

비즈워치가 25일 주식시장에 상장한 증권사 16곳의 주주가치제고 정책을 비교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2024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한 곳은 4곳이었다. 자사주를 매입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DB증권이다. 미래, NH, DB는 2024년 이후 총 두 번의 자사주 취득을 진행했고 키움증권은 한 차례 했다.  

주요 상장 증권사 자기주식 보유현황 및 주가흐름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1월과 8월 두 번에 걸쳐 자사주 2000만주를 취득했다. 자사주 취득 이유는 주주가치제고였다. 

NH투자증권은 최근 10년간 없었던 이례적인 자사주 취득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자사주 417만3622주를 취득후 소각했고, 올해 3월부터 추가로 340만5994주의 자사주 취득을 진행 중에 있다. 두 자사주 취득 모두 주주가치제고가 목적이었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해 8월 주주가치제고를 목적으로 자사주 35만주를 매입했다. DB증권도 지난해 9월 65만주를 취득했고 올해 3월 5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두 회사 모두 주주가치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다. 

다만 이들 회사를 제외하고 나머지 12개 상장 증권사들은 단 한 건의 자사주 취득도 하지 않았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6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았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도 없다. 삼성증권 주주들 사이에서는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한 현대차증권 역시 최근 10년 간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았다. 이 회사 역시 현재 보유한 자사주가 1주도 없다. 일부 현대차증권 주주들 역시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 밖에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LS증권 △부국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 9곳 역시 자사주 취득을 하지 않고 있다. 증권사 9곳이 자사주 5%이상 보유...소각은?

자사주를 취득하진 않더라도 보유한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환원을 할 수도 있다. 다만 상장 증권사들은 자사주 소각에도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장 증권사 16곳 중 9곳이 총 발행주식수의 5% 이상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가장 많은 자사주를 보유한 곳은 부국증권으로 자사주 보유 비중은 총 발행주식수의 43%에 달한다. 거의 절반가량이 자사주인 셈이다. 

그럼에도 보유한 자사주를 주주가체제고를 위해 소각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3곳에 불과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월, 11월, 올해 2월 총 3번에 걸쳐 자사주 3500만주를 소각했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4월과 올해 3월 앞서 취득한 자사주 757만9616주를 소각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3월, 올해 3월(2번) 총 세 번에 걸쳐 175만주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다만 이들 세 곳 증권사를 제외한 나머지 6곳 증권사는 다량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음에도 소각을 하지 않고 있다. 

총 발행주식의 43%를 자사주로 보유 중인 부국증권은 지난 19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부국증권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1년 간 부국증권의 주가는 지난해 2월 2만5000원 선에서 올해 3월 2만6000원 선으로 오르는데 그쳤다. 

총 발행주식수의 25.2%를 자사주로 보유 중인 대신증권 역시 13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대신증권은 "추후 경영환경 변화 및 주식기준 보상제도에 따른 변경사항 발생 시 이사회 승인을 통해 처리할 예정"이라며 일부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 밖에 자사주를 5%이상 가지고 있는 △유진투자증권 △LS증권  △SK증권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자사주 소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DB증권은 추후 소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공시한 증권사 절반도 안 돼

다수의 증권사들이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정책에 미온적인 가운데 밸류업 공시를 상장 증권사 수도 절반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밸류업 공시는 지난해 5월 28일부터 시작했는데 전체 16개 상장 증권사 중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DB증권 7곳이다. 

나머지 9곳은 밸류업 공시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정책을 추진했던 지난해 2월 한달 평균 주가와 올해 3월 24일을 기점으로 한 달 평균 주가를 비교한 결과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한화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LS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 5곳의 주가가 하락했다. 

밸류업 공시를 한 증권사들은 대체로 지난해 2월 대비 올해 3월 주가가 상승했다. 밸류업 공시 1호 상장사인 키움증권은 지난해 2월 대비 주가가 4% 올랐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진행한 NH투자증권은 같은기간 31% 상승했다. DB증권도 34% 올랐다. 

물론 주가 상승이 오로지 밸류업 공시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밸류업 공시를 하지 않은 상당수 증권사들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주주가치제고 노력을 한 곳과 안 한곳의 차이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16곳 중 15곳이 배당…한화투자증권만 배당 없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배당을 진행하는 증권사가 15곳에 달한다는 점이다. 

주요 상장 증권사 배당 및 밸류업 공시현황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결산배당금(보통주 기준) 250원(1주 기준)을 확정했다. 이는 2023년 결산배당금 150원보다 100원 늘어난 수치다. NH투자증권도 결산배당금 950원 지급을 24일 열린 정기주총에서 확정했다. 회사는 2023년 결산배당금 800원을 지급했지만 이번엔 150원 늘렸다. 

키움증권은 2023년 결산배당금 3000원을 지급했는데 올해는 이보다 4500원 많은 7500원으로 확정했다. 2025년까지 주주환원율을 30% 이상 유지한다는 밸류업 정책에 따른 것이다. 

대형 증권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증권사도 배당을 진행하고 있었다. 

유안타증권은 꾸준히 결산배당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결산배당금을 200원으로 정했다. 2023년 결산배당금 180원 대비 20원 많은 액수다. 현대차증권도 올해 결산배당금을 180원(유상증자 반영)으로 확정했다. 

그 밖에 △교보증권(500원) △유진투자증권(100원) △DB금융투자(400원) △LS증권(100원) △부국증권(1500원) △다올투자증권(150원) △SK증권(1원)이 지난해 배당 액수를 확정했다. 신영증권은 6월 결산법인이라 아직 배당액수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도 결산배당금 지급을 위한 주주명부폐쇄일(배당 받을 주주 명단 확정)을 3월 31일로 결정했다. 

유일하게 배당을 진행하지 않는 곳은 한화투자증권이다. 이 회사는 2021년 주당 200원의 결산배당을 진행한 바 있지만 이후 배당집행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11일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통해 "부동산PF 충당금 설정 때문에 배당가능이익이 마이너스가 돼 배당을 실시하지 못하게 됐다"며 "추후 배당가능이익이 있다면 2021년 수준의 배당수준을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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