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증권 골드센터반포의 고액 자산가들은 금과 코인, 한국과 미국 국채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습니다."
윤향미 유안타증권 골드센터반포 센터장은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코인이 위험자산에서 일정 부분 안전자산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위험자산의 안전자산화 '코인'
유안타증권은 반포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2023년 8월)를 시작한 직후인 같은 해 10월 래미안원베일리 스퀘어에 골드센터반포를 개점했다. 유안타증권의 골드센터반포는 기존 을지로의 GWM센터를 확장 이전한 고액 자산가 특화 지점이다. 윤 센터장은 PB(프라이빗뱅커) 출신으로 국민투자신탁(현 한화투자증권)에 입사한 뒤 현대차증권을 거쳤다.
윤 센터장은 고액자산가들의 금, 코인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의 가치가 치솟는 가운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투자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2023년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진 '달러'의 위상이 내림세를 걷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미국이 러시아의 계좌(달러표시 계좌)를 동결하면서 달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비축량을 줄이고 있다"며 "대신 금의 보유량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이 고공행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미국 우선주의가 두드러지면서 달러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과 인도가 금 보유량을 큰 폭으로 늘렸지만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라며 "탈달러화가 가속하면서 금값은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금위원회가 2024년 말을 기준으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외화보유액 대비 금 보유량은 독일 74%, 이탈리아 71%, 프랑스 72% 등이 높다. 반면 중국은 6%, 인도는 11%에 불과하다. 중국과 인도가 금 보유량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는 점도 금값 전망에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코인에 대한 투자도 주목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과거 코인은 MZ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면서도 "최근에는 고령의 고액 자산가에게서도 코인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5%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인은 고위험성 투기상품이었지만 최근 안전자산 의미도 갖기 시작했다는 시각이다. 달러에 대한 불안감이 코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달러로 표시된 자산에 대해서는 미국이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며 "러시아 사태와 마찬가지로 미국, 특히 트럼프는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다른 국가를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인이 달러를 대체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면서도 안전하다는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며 "투기성 자산이 아닌 내 자산을 지켜줄 수 있는 또 다른 자산으로 보는 관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달러화의 글로벌 지배력을 향상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관련이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 1코인이 1달러에 수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다. 디지털자산 투자 및 리서치 회사인 코인셰어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은 미국 국채의 0.3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는 케이맨제도, 프랑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싱가포르, 영국에 이어 미국 국채 매입 규모 7위를 차지했다.
윤 센터장은 "스테이블코인의 미국 국채 수요가 늘면서 국채 금리가 하락, 미국 정부의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트코인의 가격이 단기간에 30% 이상 하락한다면 내 자산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자산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윤 센터장은 "최근 시장에서는 비트코인이 급격하게 떨어지더라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 것 같다"고 부연했다.
원화로 '한국 국채'…달러로 '미국 국채'
고액자산가들의 이목을 끈 세번째 투자 상품은 한국 국채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성공했다. WGBI는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발표하는 국채 지수다. 실질적으로는 올해 11월부터 한국 국채가 지수에 포함되면서 해외의 투자 자본이 한국 국채로 쏠릴 것으로 전망했다.
윤 센터장은 "한국 국채가 지수에 반영되는 11월 전후로 한국 국채에 외국 자금이 60조원 이상 유입될 것"이라며 "국채 이자와 함께 국채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도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금리와 채권 가격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의 고정된 채권 이자율의 매력도가 하락하면서 채권 가격도 낮아진다. 반면 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이자율에 대한 매력도가 상승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 가령 채권 금리와 시장 이자율이 모두 5%일 때, 시장 이자율이 4%로 낮아지면 채권 금리가 매력적으로 부각되면서 채권 가격이 올라간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2월을 포함해) 올해 2∼3회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금통위의 가정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시장금리도 잇달아 낮아지면서 채권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
윤 센터장은 "해외 패시브 자금은 한국 국채가 실제로 지수에 반영되는 11월에 들어오지만 액티브 자금은 지수 편입 3~4개월 전인 7~8월 사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꼽은 투자처는 미국 국채다. 미국 정부 부채 규모가 치솟으면서 감당해야 하는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센터장은 "미국 정부의 부채가 많아 1년 국채 이자만 하더라도 5000만달러에 달하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침체를 감내하더라도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권한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관세 정책 등을 통해 "얕은 수준의 경기침체를 유도(노무라증권의 찰리 매켈리것 전략가)"해 연준에 금리인하 압박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기가 침체하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마찬가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미국 국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국채 이자뿐만 아니라 국채 가격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미국 국채는 '달러를 보유한 투자자'에게 유리한 전략이다. 현재 환율이 높기 때문에 향후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표시한 미국 국채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달러를 보유할 예정인 투자자에게 미국 국채가 좋은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