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은 '운전'이라는 노동의 종말을,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사 노동'의 종말을 이끌 것입니다. 단순하게 전 세계인의 평균 운전 시간(1시간)과 시급(5달러)으로 추정하면 연간 3000조~4000조원 규모의 시장이 생기는 셈입니다."
고태훈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액티브ETF 운용본부장은 비즈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가장 선두에 있는 기업은 테슬라와 엔비디아"라며 이같이 밝혔다. 테슬라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겸비하고 있고,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관세 발표 후 불확실성 해소 수순"
고태훈 본부장은 11년 전인 지난 2014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에 입사, 커리어를 시작했다.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인하우스 리서치센터인 BMR센터 신입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펀드매니저로 활동, 액티브 ETF 운용본부장을 맡는 등 회사의 신임을 받았다. 고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젋은 리더이자 30대 신임이사' 고태훈 본부장을 만났다.
고 본부장은 먼저 향후 미국 경제를 둘러싼 거시적 환경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관세 불확실성 탓에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받고 있지만 관세 정책 발표 후 주가 회복 가능성을 점쳤다.
그는 "관세 불확실성으로 미국에서 야간 선물이 빠지는 등 주식 시장이 조정받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 관세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그를 저점으로 개선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선물 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다음날 미국 주식이 하락할 것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미국 기준금리가 상단 기준 4.50%로 높은 것도 긍정적으로 봤다. 고 본부장은 "미국 경기가 힘들어지면 언제든 금리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탄'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며 "인플레이션도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금리를 낮춰도 괜찮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다만 매크로 환경을 통해 주식시장을 분석하는 것은 오류가 많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업 하나를 분석할 때도 추정이 들어가고, 추정에 따른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시경제를 분석할 때는 그보다 훨씬 많은 추정이 들어가면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개별 기업을 분석하는 것은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가치투자' 관점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기업의 가치는 기업의 이익이 결정하고, 그 이익은 소비자의 지갑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이다."다음 혁명은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로봇"
그는 지수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의미있는 생산성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가가 많이 오르다가 2022년 주가가 하락했다"며 "이때 주식 시장을 다시 오르게 한 것은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챗GPT였다"고 설명했다. 거대언어모델(LLM)인 챗GPT의 등장으로 사용자들이 실질적인 AI 서비스를 만나게 되면서다.
앞으로의 '의미 있는 생산성의 향상'은 피지컬AI 시대의 도입으로부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피지컬 AI는 AI를 적용한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로봇 등을 의미한다. 고 본부장은 "지금까지는 LLM 기반의 AI 서비스가 있었다면 앞으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해 오고 있는 것처럼 피지컬 AI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먼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갖춘 테슬라에 주목했다. 고 본부장은 "테슬라는 올해 6월부터 완전자율주행(FDS) 서비스를 텍사스에 유료로 시작한다"며 "이는 새로운 시장의 탄생을 의미, 주식시장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운전의 종말' 시대가 온다면 자율주행 시장 규모가 연간 3000조~4000조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전세계 자동차 운행 대수는 약 15억대"라며 "상용차(버스·택시·트럭)를 포함해 전 세계 운전자가 하루 평균 1시간 운전한다고 가정, 1시간 시급 5달러를 적용해 계산하면 자동차 시장 규모와 맞먹는 연간 3000조~4000조원 규모"라고 말했다. 버스와 택시 등 상용차를 제외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은 50분, 미국은 1시간 정도다.
그는 "향후 자율주행 시스템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통해 가사노동까지 없앤다면 더욱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적으로 자율주행 시장이 현재 택시 시장만을 대체한다고 가정해도 200조원 규모로 전망했다. 고 본부장은 "전세계 택시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으로 2786억달러(404조원 규모)"라며 "현재 택시의 비용 구조를 보면 70%가 인건비, 30%가 고정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택시 업체는 요금을 50%로 낮춰도 50% 이상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는 셈"이라며 "400조원의 50%인 200조원 규모의 시장에서 영업이익이 100조원 이상 남는 비즈니스가 생기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 본부장은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도 선점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 본부장은 "테슬라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 1000대를 생산해 테슬라 공장 안에서 돌리고, 점차 생산량을 늘려 2027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 로봇' 생산 공정을 모델Y와 60% 정도 겹치게 생산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싸고 빠르게 로봇을 생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탄탄한 엔비디아, 주가 상승에는 시간 필요"
서학개미들의 관심을 받는 미국의 대표 기술주인'매그니피센트7'(M7)에 대한 전망도 들어봤다.
고 본부장은 엔비디아에 대해 "좋은 회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사이클에 따라 주가 상승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반도체 시장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요와 공급, 가격 등의 주기적 변동에 따라 주가의 고점과 저점이 반복된다. 이에 따라 매출이 잘 나올 때 향후의 매출 하락을 염려, 주가 하락을 겪기도 한다.
고 본부장은 "엔비디아의 실적은 내년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이미 충분히 올라와 있는 상황에서 그 이후에도 지금처럼 반도체 매출이 잘 나올지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하려면 결국 실적으로 증명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 시기마다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며 "실적 성장에 더해 서프라이즈를 보여줘야 투자자들이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재무제표는 건전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며 "결국 BtoC(기업이 아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로 돈을 벌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것"으로 짚었다. 챗GPT 등이 유료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장기로 구독하는 사용자 수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투자 감소에 따라 이익이 늘 것으로 봤다. 고 본부장은 "결국 가시성있는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매출액의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이익은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상대적으로 부진한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애플과 구글은 내년 이후 나오는 BtoC AI모델이 중요한 기점이 될 것으로 봤다. 그는 "애플이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AI 인텔리전스의 출시를 내년으로 미뤘다"며 "현재의 시리보다 얼마나 의미있는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플과 구글이 어떤 개인화된 서비스를 내보이는가가 중요해지는 타이밍"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유튜브를 포함해 알파벳과 메타, 아마존은 광고 매출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광고 시장의 경우 경기가 어려우면 상대적으로 커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광고 시장이 주식 시장을 주도하긴 애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