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의 독주는 2021년에도 계속됐다. 국내 자산운용사중 유일하게 10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해온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에도 순익이 1500억원이 넘게 늘면서 연간 순익 400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 순이익이 2020년에 비해 2배 넘게 늘면서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하면 업계 최초로 순익 '1000억원' 클럽에 가입하게 됐다.
18일 비즈니스워치가 운용자산(AUM) 20조원 이상 자산운용사 14곳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을 분석한 결과 전체 순이익은 8542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5878억원에 비해 45%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신규자금 유입 증가로 크게 성장한 펀드시장이 운용업계의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펀드시장은 지난해말 전년대비 13.5%(94조원)가량 커지면서 전체 펀드 시장 규모는 789조원 규모로 늘어났다. 주식형과 채권형, 부동산형 등 유형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성장하며 전체시장이 커졌다.
특히 2020년말 52조원 규모였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74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운용사들의 실적을 이끌었다. 이와 함께 운용규모가 8조원을 돌파하면서 1년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한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연금상품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 부분도 운용업계 호황에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끝없는 독주…격차 더 벌린 미래에셋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396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큰 차이를 나타냈던 2위권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
지난 2019년 1310억원에서 2020년 2474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늘어난 미래에셋운용의 순이익은 지난해에는 3968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1500억원가량 성장했다. 2019년 768억원이었던 2위와의 격차도 2020년 1769억원으로 벌어진데 이어 지난해에는 2814억원까지 늘어났다.
미래에셋운용은 급성장하는 국내 ETF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크게 늘리면서 국내 실적이 좋아진데다 해외에서도 실적이 대폭 늘어났다. 여기에 호주 ETF 운용사인 베타쉐어즈를 매각하면서 얻은 일회성 수익이 더해지면서 '초격차'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운용의 국내 ETF 시장의 순자산총액은 지난 2020년말 13조1685억원에서 지난해 말 26조2368억원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2020년말 25%였던 ETF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말에는 35%로 10%포인트가량 늘었다. 지난해 ETF 시장이 22조원 가량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ETF 시장의 성장중 절반을 미래에셋운용이 가져간 셈이다.
특히 2020년 12월 상장한 TIGER 차이나 전기차SOLACTIVE의 순자산가치는 2020년 말 기준 577억원에서 지난해말 기준 3조1873억원으로 5424% 늘어나면서 전체 ETF중 2위 규모로 급성장했다.
깜짝 등장한 이지스운용…삼성운용, 4위로 떨어져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순익을 기록하면서 단숨에 2위로 뛰어올랐다. 이지스자산운용의 순이익은 2020년 442억원에서 지난해 1154억원으로 161%가량 증가했다.
특히 이지스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가 약 20조원으로 각각 순이익 3, 4위에 오른 KB자산운용(116조원) 삼성자산운용(287조원)에 비해 매우 작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깜짝 실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저금리 기조와 증시 변동성 확대 속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대체투자로 자금이 몰렸다"며 "신규 펀드 설정에 따른 수익과 자산의 성공적 매각을 통한 보수로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은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3위 자리를 지켰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깜짝 등장으로 순위 변동은 없었지만 순이익이 크게 늘면서 삼성자산운용을 4위로 끌어내렸다.
KB자산운용의 순익은 지난 2020년 551억원에서 지난해 779억원으로 228억원(41%)가량 늘어났다. 운용자산이 전년대비 크게 늘면서 수수료 수익이 늘었고 대체투자에서도 성과를 내면서 보수가 급증한 덕으로 풀이된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전년보다 순익이 소폭 증가하는데 그치며 2위에서 4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해 전년 대비 34억원 늘어난 739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이 독보적인 1위였던 ETF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점유율이 대폭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ETF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던 삼성자산운용은 미래에셋운용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의 약진 속에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2020년까지 25%이상 벌어졌던 미래에셋운용과의 점유율 격차는 한 자릿수까지 줄어든 상태다.
업계 호황 속 나란히 순익 줄어든 한투·한화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전년 대비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5위 자리를 수성했지만 6위 신한자산운용과의 격차가 10억원 내로 크게 줄었고, 한화자산운용은 NH아문디자산운용에 8위 자리를 내주고 9위로 내려앉으면서 체면을 구겼다.
한투운용은 지난해 전년대비 23억원 줄어든 331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해외펀드 및 ETF의 순자산 증가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늘어났지만 대체투자를 비롯해 고유재산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순이익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100조원이 넘는 운용자산을 굴리며 운용 업계에서 4번째로 큰 몸집을 보유한 한화자산운용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0억원 줄어들었다. 한화자산운용은 2020년 20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186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NH아문디자산운용의 순익은 205억원에서 250억원으로 2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오히려 증가했으나 법인세 등 세제 비용과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손실을 회계적으로 한 번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나란히 순이익이 증가한 신한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서로 자리를 바꿨다. 2020년 6위에 올랐던 키움투자자산운용이 7위로 한 단계 하락했고, 신한자산운용은 7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키움운용의 순이익은 2020년 281억원에서 지난해 310억원으로 늘어났고, 신한운용은 2020년 267억원에서 322억원으로 20%가량 증가했다.
하위권에서는 교보악사자산운용 약진이 두드러졌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지난해 순이익 169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3% 늘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10위 한화자산운용과의 격차는 88억원에서 17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