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5년 만에 전종목 공매도가 재개된 첫날 공매도 거래대금이 코스피‧코스닥 시장을 합쳐 총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 한화, 카카오뱅크 등 종목에서 주로 공매도 거래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반도체 종목에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공매도 비중이 훨씬 컸다.
증권사들은 공매도 재개로 변동성이 커진 만큼 공매도 과열 종목을 중심으로 시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가는 1일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 31일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상황을 분석했다. 첫날인 3월 31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 1조3012억원, 코스닥 4271억원으로 총 1조7283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창민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월 31일 역대 최장 기간의 공매도 제한조치가 풀렸다"며 "이번 공매도가 재개되면서 코스피, 코스닥은 모두 3%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피‧코스닥 지수의 하락이 단순히 공매도 재개로 인한 것이라고 보진 않았다. 조창민 연구원은 "단순히 공매도 재개 때문이라기보단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과거 공매도 금지 후 재개 조치가 시행됐던 사례를 보면 수익률 및 변동성 측면에서 이번 공매도 재개 이벤트도 증시 자체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매도를 재개하자 주요 타깃이 된 종목은 △호텔신라 △한화 △카카오뱅크 등이었다. 이들은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종목 가운데 거래비중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반도체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공매도 비중이 더 컸다. SK하이닉스의 공매도 거래비중은 24.4%로 앞서 금융당국이 밝혔던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기준(당일 공매도 거래비중 20% 이상)에 해당한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으로) 1일 SK하이닉스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되기 때문에 삼성전자에 추가로 공매도 잔고가 누적될지 또는 공매도 거래 심리가 지정되는 모습이 나타날지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것이 코스피 지수 반등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3월 31일 공매도 재개 당일 총 65개 코스피 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범위에 해당하는 규모의 공매도 거래가 발생했다.
증권사들은 공매도 재개에 따른 시장 변화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창민 연구원은 "공매도라는 이벤트 자체가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공매도와 관련된 종목 스크리닝은 필요하다"며 "특히 성장에 대한 기대가 낮아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는 성장주는 공매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공매도 재개라는 이벤트를 가장 먼저 단기 변동성 확대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현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직후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고 외국인 역시 단기 매도 대응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낙폭 과대인식 속에 미국 증시 반등으로 우리 증시도 반등을 시도하겠으나 정치 불확실성, 관세리스크와 맞물려 있는 만큼 과열종목의 공매도 잔고 감소, 삼성전자 공매도 잔고 증가 여부 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